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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LG생건, 사드 위기 속 '판관비 관리' 방향은?

무조건 절약 능사? '똑똑한 지출' 통해 브랜드 관리 등 필요…액수 지속적 상승 불가피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07.27 14:02:54

[프라임경제] 아모레퍼시픽그룹(002790, 이하 아모레G)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하락하면서 중국 사드 보복의 힘을 실감케 했다. 한편, 생활용품·음료사업을 기반으로 화장품과 함께 삼각편대 위험 분산을 해놓은 LG생활건강(051900)은 사상 최대 반기 실적을 달성했다.

아모레G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3조2683억원(-6.1%), 영업이익은 5089억원(-30.2%)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주력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090430, 이하 아모레) 국내 사업 역시 면세 채널과 관광 상권 매장이 위축되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 10.1%, 영업이익 32.3% 감소를 겪었다.

LG생활건강은 상반기 매출 3조1308억원, 영업이익 4924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1.9%, 7.3% 성장했다. 화장품 사업의 경우 매출 1조6354억원, 영업이익 325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1.2%, 5.0% 증가했다. 중국 내 고급 화장품 판매 증가로 면세 마이너스를 상쇄했다는 평이다.

이런 가운데 화장품 분야 침체 위험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결국 판관비 영역에서 유연성을 발휘해야 하는 것이냐는 위기 의식이 이들 두 회사 실적을 바라보는 산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사드 여파는 쉽게 완전 해소를 기대하기 어려우니, 다른 방향에서 답을 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대응론이다. 

각종 비용 지출에 대한 유혹은 사실 위기 국면에서 가장 먼저 시선을 모으는 문제다.

◆판관비 유연성 필요…"갑자기 줄이기 어렵다?"

이선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모레에 대해 "2014~2016년 고성장기에 충원한 인력으로 인해 인건비가 전년비 6.3% 증가하면서 판관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6년 2분기 16.2%에서 올해 2분기 18.3%까지 증가했다. 브랜드 가치 유지 위한 지출로 판관비율이 지난해 2분기 57.4%에서 이번 2분기 64.8%까지 크게 늘어난 상태"라고 분석했다.

아모레G가 가진 브랜드 중 '이니스프리' '에뛰드하우스'의 매장들 숫자도 상당하다. 지난달 말 기준 각각 1134개·450개다. 화장품 편집숍인 아리따움 매장 수는 1349개로 합산하면 2500여 개를 넘어섰다.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 국내매장 수도 최근 1300여 개를 돌파했다.

박신애 KB증권 연구원은 아모레에 관한 보고서에서 "사드 보복이 점차 완화돼 면세점 등 중국인 입국자 수에 영향을 받는 부분의 매출액이 회복되더라도, 기타 내수 채널의 판매 부진 및 비용 부담 우려가 지속될 것"으로 짚었다. 위의 논의는 여기서의 비용 부담을 특히 고정비 문제로 치중해 해석하는 셈이다.

LG생활건강이 이번에 선전한 배경으로 판관비 효과가 일정 부분 작용했다는 풀이도 나온다. 고마진인 면세점 매출이 26% 감소했음에도 영업이익률이 0.4%포인트 개선된 것은 판관비 등을 적극 줄였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다만 판관비를 크게 조정하는 게 과연 가능하고 또 효과적이겠는지 따져봐야 한다.

아모레퍼시픽 판관비 흐름. ⓒ 유진투자증권

아모레의 판관비는 △ 2015년 2조4180억원 △2016년 2조7790억 △2017년(추정) 2조8480억원 등의 흐름을 보이며 증가세를 기록할 것으로 유진투자증권에서는 보고 있다.

한편 LG생활건강 역시 판관비를 마냥 줄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16년 이 회사의 판관비는 2조7790억원선으로 전년동기 대비로도 14.9% 증가했다. 대신증권은 △2017년(추정) 2조7260억원 △2018년(추정) 2929억원 등의 판관비 지출이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LG생활건강 판관비 흐름. ⓒ 대신증권

과거 화장품과 음료, 생활용품을 모두 하는 LG생활건강의 판관비는 아모레의 그것보다 액수가 적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추격자 입장이던 LG생활건강으로서도 판관비 지출이 이 업종에서 상당 부분 필요하다는 점을 느끼고 이 같은 전환을 한 것으로 보인다.

◆'매출 성장세 둔화' 공포 와중 '똑똑한 고정비' 줄이기 필요

LG생활건강이 판관비 지출에 힘을 싣는 상황, 또 아모레퍼시픽이 판관비 지출을 좀처럼 줄일 수 없는 점에는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는 셈이다.  

바로 업체간 경쟁 심화, 유통 채널 및 소비 패턴 급변 등으로 어려운 사정이 지속 중이라는 상황에서는, 마냥 마른 수건이라도 짠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게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 

판관비를 줄이기 보다는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해 판관비를 똑똑하게 집행할 필요가 오히려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은 이니스프리 인도네시아 1호점. ⓒ 아모레퍼시픽

판관비 지출 특히 광고 등 브랜드 효과 높이기를 통해 중소 브랜드 약진의 예봉을 꺾고 견제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런 점을 간과한 무작정 줄이기 유혹에 넘어가서는 다음을 기약하기 힘들거나 또 다른 경쟁자를 키우고 시장을 넘겨주는 역효과마저 우려된다는 것.

또 이미 현재의 매장 상황 등을 고려할 때 더 이상 브랜드숍 숫자를 대폭 줄이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2014년과 2015년 신규개점 현황(공정거래위원회) 자료를 보면, 이니스프리는 108개에서 83개로 신규 개점 크기가 줄었으며, 에뛰드하우스는 33개에서 39개로 기존 추세를 유지했다. 더페이스샵은 같은 기간 대비 88개에서 34개로 신규 출점 규모가 하락한 바 있다. 이미 나갈 곳에는 대부분 나갔기에 무작정 출점하다시피 하는 추세는 꺾인 셈이다.

따라서 무분별한 판관비 줄이기 방안을 강구하기 보다는 똑똑한 선별적 검토와 재배치가 오히려 더 효과적이라는 것. LG생활건강이 이번에 더페이스샵 매출 감소에 직면했지만, 무작정 칼을 대는 대신에 새 편집숍 형식인 네이처컬렉션 띄우기로 방향을 튼 게 좋은 예다. 더페이스샵 매장 일부를 네이처컬렉션으로 변경하는 이번 실험이 판관비 전쟁의 한 변곡점으로 업계에 시사점을 남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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