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을과 을의 싸움''이제부터 더 힘들어지는, 또다른 을'.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이 결정됐다. 최저임금위원회가 15일 밤 결정 내용을 브리핑하면서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저임금 만원시대'라는 개념이 지난 조기대선 국면에서 급부상한 뒤 닥친 첫 조정 상황이었기 때문.
전년 대비 16.4% 오른 7530원으로 결정되면서, 당장은 아니어도 시간당 만원으로 가는 물꼬가 트였다는 평이 나온다.
실제로 이번 최저임금 결정액과 지난해 액수를 비교해 보면 그 오름세가 확연하다. 역대 최대 인상폭을 기록했다는 것.
이런 가운데, 이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 내용에 재계가 우선 뾰루퉁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주는 갑과 받는 을의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임금을 주는 입장인 이들 중에는 가격 결정력을 확실히 장악하고 있거나 임차료 부담 등에서 자유로운 강한 자본력의 고용주가 있는 한편, 남의 가게를 빌려 자신이나 가족의 노동력 보조를 동력원으로 갈아넣어가며 버티는 영세 업주들도 상당수 있다.
이들은 우선 건물주와 각종 프랜차이즈 본부, 물품 공급자 등의 눈치를 봐야 하는 또다른 을인 데다, 경제력이나 수익 면에서도 피고용주인 이들에 비해 엄청난 비교우위는 없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 와중에 울상 짓는 또다른 을에 대한 대책 마련이 그런 점에서 다음 과제로 부각된다.
◆빚내서 장사하는 자영업자, 최저임금 인상에 부담 가중?
금년 초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한국 자영업자들은 비자영업자 대비 대단히 높은 부채 비율을 보이며, 그 내용도 사업자대출과 가계대출이 혼재된 상황이다. 빚을 내 가게와 집안 살림을 근근히 살아가는 영세성이 두드러진다는 뜻이다.

차주 특성별 소득대비 대출 비율. 우리나라 대다수 자영업자의 '빚내서 장사하는 영세성'이 두드러진다. ⓒ 한국은행
노동계 일각에서도 이 같은 자영업자들의 한계 상황을 모르지 않는다. 지난달 27일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들이 일자리위원회에 '영세자영업자·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 관련 제도개선 건의안'을 제출한 것도 최저임금 인상 그 이후의 또다른 경제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반영한 것이다.
◆영세자영업자, 임대료 부담 및 젠트리피케이션 불안 해법 필요
지나치게 높은 임대료 부담, 장사가 잘 되어도 언제 밀려나갈지 모른다는 젠트리피케이션(동네 사정의 변화로 기존 세입 자영업자들이 가겟세 급등을 못 이기고 밀려나가는 현상) 우려 등을 해결하지 못하고서는 자영업의 영업이익 고도화가 요원하다. 이렇게 되면 수익성이 나쁜 상황에 머물게 된다.
지금까지는 임금 부담을 최소화한 아르바이트생 한둘에 업주 자신 내지 가족들의 노동력으로 버티는 게 그래도 가능했지만, 17년만에 최대폭이라는 최저임금 인상 상황에는 이런 방편이 더 이상 답이 될 수 없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월말 건물 임대료 부담을 잡기 위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 9%인 상가건물의 임대료 상한을 5%까지 낮추는 방안이 추진돼 세가 지나치게 가파르게 오르는 부담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14일 한 라디오에 출연, "그동안 최저임금을 억제하고 비정규직을 많이 쓴 성과, 그 초과이익은 대기업에 지금 집중돼 있다. 그래서 이번에 최저임금 인상과 더불어서 실질적인 중소상공인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대책이 두 가지 방향에서 나와야 된다"고 짚었다.
심 의원은 "지금 중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들이 가장 어렵게 생각하는 것은 임금 그 자체보다도 가맹비, 로열티, 인테리어 비용, 임대료 이런 것"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서 정부가 강력한 지원정책을 내야 되고 또 하나는 대기업의 초과이윤이 중소기업이나 또 프랜차이즈 대리점들의 최저임금 인상을 지원하는 대체하는 그런 정책을 병행해야 된다"고 최저임금 인상 추진 국면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를 제시했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원으로 오르기 전 선결조건으로, 적어도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해결되어야 할 이 같은 이슈들이 어떻게 해결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런 구조적 병리현상에 대한 해법이 없이 최저임금만 처방해서는 당초 기대치보다 경제적 선순환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