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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지도 않은 미국 소만 신바람 '기현상' 부른 한우 관리 실패

높은 가격·점유율 하락 고사 위기…미국-호주산 고기 '날개'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07.07 11:31:10

[프라임경제] 쇠고기 시장에서 외국산만 재미를 보고 있다. 부정청탁방지법(일명 김영란법)으로 인한 한우 판로 감소 효과 여파로만 보기에는 상황이 지나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5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은 총 6만3027톤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7.5% 증가한 규모다. 한편 이 기간 호주산 쇠고기 수입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0.2% 줄어든 8만713톤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 호주축산공사는 호주청정우에 대한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에 보답하기 위해 다양한 유통업체들과 지속적으로 협업해 소비자들에게 보다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데 힘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 이래 차지해온 수입산 중 점유율 1위 자리가 지난해부터 강력하게 흔들리는 만큼 판세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한우 마블링과 비슷' 미국산 상승세 키워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톤당 평균 수입액은 6139달러다. 호주산은 5523달러, 뉴질랜드산은 4198달러 수준. 그만큼 비싼 가격의 미국산 쇠고기가 사랑을 받으며 들어오고 있다는 뜻이다.

호주산 등 수입 쇠고기가 사랑받고 있다. 사진은 롯데백화점 호주산 와규 행사로 특정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계 없음. ⓒ 롯데백화점

일종의 기현상으로 받아들여질 법한 대목이다. 이는 글로벌 여건과 한국 시장의 특수성이 함께 어우러져 빚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호주산을 중국에서 대거 수입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한국 시장으로 돌릴 물량이 줄어들고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아울러 미국산 고기 조직 내 마블링이 한우의 그것과 유사해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선호하며, 광우병 괴담 여파가 이제 확실히 사라져 소비 진작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거론된다.

결국 가격 이점을 주요 무기로 그간 수입 쇠고기가 구축해 온 몫이 한우의 그것을 일정 부분 침해해 들어오는 현상이 본격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뒤따른다.

쇠고기 자급률이 이를 방증한다. 2009년 한때 51%까지 올라갔던 자급률은 지난해에는 37%까지 하락했다. 사육두수 감소, 한우 쇠고기 생산량 감소 등의 영향으로 해석된다.

소비자가 느끼는 한우 가격은 어떤 수준일까?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집계한 지난달 30일 기준 한우갈비(1등급) 100g당 소매가격은 5333원으로, 수입 냉장갈비(호주산 2189원, 미국산 1889원)보다 2.4~2.8배 높다. 아울러 이런 한우 가격은 지난해 동기와 대비해도 22.1% 비싼 것이다. 폭염, 가뭄 등으로 각종 식자재 값이 오르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해도, 확실히 가격 경쟁력에 적신호가 들어온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도축 규모  그리고 이에 앞서 이런 공급량을 담보하는 사육두수가 어느 정도 보장돼야 한다. 

한우, 값 올라도 이익 얻지 못하고 사육두수 감소 '특이점'

하지만 이 같은 상황 관리가 안되고 있다는 게 문제다. 한우 가격에 따라 고기 공급이 조정되지 못하고 있는 것.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한우 도축 마릿수는 66만6000마리로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17.7%나 감소했다. 12월 들어서도 21일까지 4만6973마리로 전년동기 대비 2.0% 적었다.

이는 사육농가가 고전하고 있어, 한우 사육이나 도축두수의 일정한 풀(Pool) 관리가 안되기 때문. 3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우 6월 도매가격에 따른 등급별 농가소득은 2등급 이하의 경우 마이너스(-)이며 1등급의 경우 소폭 흑자인 상황이다. 같은 자료는 마리당 소득은 1등급의 경우에도 전년동월 대비 90만원 이상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한우를 기르고 잡는 규모가 줄어드는 것이다. 

이런 틈에 미국산 쇠고기가 맛의 유사성, 호주산이 가격 경쟁력과 청정 이미지를 무기로 어부지리를 극히 키우고 있는 셈이다.

결국 문제는 이익이 제대로 배분되지 못하는 시장 상황에 있다. 산지·도매·소매 단계 가격정보, 유통실태 조사 결과 정보가 베일에 싸여있는 '정보비대칭' 상황을 깨야 한다는 지적, 생산자와 1차 가공업체 중심의 축산물 직거래 및 온라인거래 확대 등을 지원해 주는 최소한의 배려가 없으면 미국산과 호주산  쇠고기 등의 약진과 시장 잠식이 더 격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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