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사드 갈등으로 인한 중국인 관광객 감소 현상이 결국 면세점 조기 특허 반납 등 사태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국가계약법) 시스템이 경직돼 있어 해결을 위한 탄력적 대응을 불가능하게 한다는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이번 기회에 제도 개선과 관련 판례의 전향적인 변화 등 제반 여건 변화 필요가 제기된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화갤러리아는 최근 제주공항공사 측에 조기 특허반납 공문을 전달했다. 면세 사업을 오는 2019년 4월까지 할 수 있지만 사드 여파로 차라리 일찍 철수하는 게 오히려 낫다는 판단을 한 것.
문제는 양측이 일종의 타협을 통해 해결할 수 있지 않았겠냐는 부분이다. 즉 사드 문제로 면세점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중국의 한한령 규제에 일부 변화가 보이는 만큼, 가장 힘든 시기만 버틴다면 회복을 기약할 수도 있다는 것. 이러려면 물론 임대료 인하 등이 필요하다.
◆특허에 명품 브랜드 상대 필요한 乙 산업…임대료 부담까지 겹쳐
면세 사업은 특허업이지만, 구조를 단순화시켜보면 일반 유통 사업과 유사한 면도 있다. 면세점이라는 특수한 분야에서 가게를 할 수 있는 특허장을 얻는 일 외에 공항 등에 면세점을 열도록 물적 토대를 만들어내는 부분, 다양하고 좋은 물건을 진열할 수 있도록 계약선을 따내 다른 경쟁자를 압도하는 부분 등이 결합해 진행된다.

ⓒ 한화갤러리아면세점
결국 가장 일반적이고 확실한 방법이 바로 매장에서 나가는 고정 비용, 즉 임대료 조정인 셈이다.
실제로 면세점 업계가 사드 여파로 어려움에 처하자, 정부가 배려를 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찍부터 나왔다. 표면에 드러난 가장 치열한 쟁점은 특허수수료였다. 이는 면세점 업체들의 헌법소원으로까지 번졌다. 하지만 한화갤러리아 사례에서 보듯, 같은 정부 차원에서 배려가 가능한 쟁점 중에는 임대료 부담과 조정 아이디어가 포함된다.
실제로 한화갤러리아는 제주공항 면세점에서 적자가 이어지자 공항공사 측에 임대료 인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항공사 측이 난색을 표한 이유가 있다. 국가계약법에 따라 정한 입찰가를 임의로 조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품 공급에만 맞춰진 국가계약법 시스템, 사정변경 여지 없어
같은 그룹 계열의 시내 유력 백화점이나 63빌딩 등 자체 건물에 면세점이 들어가 있는 경우와 달리, 공항에 입점한 면세점의 임대료 처리는 국가계약법의 규율 범위에 들어간다. 계약 상대방이 국가에 준하는 공공기관이기 때문인데, 국가계약법 자체가 공정한 계약 처리와 국고 손실 방지에 맞춰져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즉 이윤을 최대한 얻어내는 '경제적 목적'으로만 움직이는 일반적 계약 당사자와 달리, 국가계약법에 따른 계약은 신중한 계약, 부정이 개입할 소지의 차단 등 다양한 특징을 보인다. '임의의 조건으로 계약' 내지 '임의로 수정'할 여지, 즉 일선 담당자나 행정청의 '재량'이 극히 적게 부여된다는 것.
예를 들어 국가계약법에는 제19조에 "각 중앙관서의 장 또는 계약담당공무원은 공사계약·제조계약·용역계약 또는 그 밖에 국고의 부담이 되는 계약을 체결한 다음 물가변동, 설계변경, 그 밖에 계약내용의 변경으로 인하여 계약금액을 조정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계약금액을 조정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이 규정의 실제 시행령 제64조에서 66조 등은 물품 공급에서 원자재 값의 급변(폭등 등) 가능성만 염두를 두고 짜여져 있고 가격 증감의 지수조정율 규정 등 기술적인 측면에만 치중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잖아도 우리나라 법원에서는 일명 사정변경의 인정, 이에 따른 계약 내용의 조정 필요성 인정에 소극적이다. 일반 원칙도 이런데, 국가계약의 경우 엄격하고 다양한 세부 규제를 추가로 묶어놓아 사실상 시도할 엄두를 내지 못하게 한다는 것.
특히 대법원에서는 "계약 감액의 경우 감액 요건의 증명 및 조정내역서의 작성 및 신청 책임이 해당 발주기관의 계약 담당 공무원에게 있다(대판 2004다28825)"고 해서 국가계약법 관련 사안의 처리에 공무원이 주체로 나서야 할 필요를 강조하고 있다.
이미 외환은행 매각 사건 처리 과정에서 불거진 '변양호 신드롬'으로 인해 공직 사회에서는 재량의 발휘 문제에 신중하다. 이런 점에서 보면 국가계약법 규정들과 해석과 집행 방식에 대한 판례 등은 아예 감액 조정 등의 가능성이 거의 없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면세점 조기 철수 건은 이런 국가계약법의 시스템 한계를 모두 드러낸 표본적인 사안인 만큼, 이를 계기로 최소한의 탄력성을 현재 제도에 가미할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제기되는 것이다.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