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백화점 등 유통 부문의 안전 사고 처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고객들의 의식 개선으로 다양한 사고가 일어나고 이에 대한 불만 제기도 늘어나지만 처리 방식은 아직 과거 시스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설 자체가 붕괴하는 등 큰 사고 외에도 실내 에스컬레이터나 무빙워크 등을 이용하다 일어나는 사고나 인테리어 관련 부상 문제가 논란이다.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장기간 다투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특징이 발견된다. 아울러 100% 회사 책임은 아니나 안전 배려 의무 인정 폭이 상당하다는 점도 눈에 띈다.
◆진열대 부상, 취객 추락에 다른 고객과 사고…갈등 다양화
대표적인 사례를 몇 가지 살펴보면, 2006년 일어난 에스컬레이터 이용 중 추락 사고가 2007년 수원지방법원을 거쳐 2008년 서울고등법원 판결을 받은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애경백화점(현재의 AK백화점) 에스컬레이터를 사용하던 이가 음주상태였는데, 에스컬레이터 휠의 옆 부분 공간으로 추락해 사망했다. 안전 펜스 설치나 안전 요원 관리를 통해 이 같은 사고를 예방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점에서 소송이 진행됐다.
안전관리 상 이를 제어했어야 하는 백화점 쪽 책임 비율이 더 큰지, 본인의 주의 의무에 따른 책임이 더 큰지 1, 2심 해석이 달랐다. 1심 법원은 백화점 과실 비율을 40%로 제한했지만, 항소심 법원은 60%로 오히려 크게 봤다.
이마트(139480)에서는 무빙워크 이용시 앞서 가던 장애인 고객의 전동휠체어가 멈춰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쇼핑카트를 밀며 그의 뒤따르던 고객이 이에 말려든 사고가 일어난 바 있다.
뒤쪽의 고객은 이런 상태에서 벗어나고자 움직이던 중에 부상을 입었고, 이에 소송을 제기했다. 2016년 6월에 1심(광주지방법원)에서는 원고의 청구를 전부 부정(기각)했지만, 다음 해인 올해 6월 항소심(광주지법 합의부)에서는 원고 일부승소로 결과가 뒤집혔다.
현대프리미엄아울렛을 위탁운영하는 현대백화점(069960)은 고객이 아울렛 매장의 진열대에 걸려 넘어져 부상을 입은 사고 때문에 피소된 경우다. 2015년 7월 제기된 소송이 금년 6월 초 1심 판결이 나왔다.
◆시설안전관리법 등 활용 어려워 공작물 책임에만 기대는 실정
과거 사소한 사고나 부상 등은 개인의 부주의로 돌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시설을 이용하는 고객 등을 위해 안전하게 관리해야 하며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경우 책임이 발생한다는 쪽으로 이론이 발전해왔다.

백화점 등은 이용 고객이 많아 추락이나 충돌 등 각종 사고도 많다. 아울러 고객들의 의식이 높아져 이 분쟁이 소송으로 진행되는 경우의 수도 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제도가 이런 변화를 뒷받침하는 데 무리가 없지 않다. 사진은 안전 공지를 해놓은 사례. = 임혜현 기자
계약 준비과정이나 수행과정에서 발생할지도 모르는 상대방에 대한 손해 발생을 방지할 의무를 인정하면 고객의 보호 폭이 한층 두터워진다.
민법 제 758조에 공작물 책임 규정을 둔 우리나라에서도 이 이론과 공작물책임을 함께 활용하면 유용성이 더 높아지는 것으로 진단된다.
그러나 처음 이론이 등장, 발전할 때는 획기적으로 평가됐더라도 이후 사회가 발전하고 요구가 늘면서 이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불만이 따른다는 데 있다.
앞서 예시를 든 AK 취객 추락사망의 경우도 손해배상의 책임 분담 비율을 20% 올리는 데 1년여의 시간이 더 소요됐고, 신세계 무빙워크 사례에서도 항소 제기를 통해 꼬박 1년을 더 들인 끝에야 패소 판결을 일부 승소로 뒤집을 수 있었다.
아울러 시설물 안전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있기는 하나, 이 법은 대형 안전사고에 대한 사전적 관리 감독과 예방에 초점이 맞춰져 개별 시설물의 사고 가능성 발견 등에 사용하기는 쉽지 않다. 실제로 시설안전법 입법과 손질 배경이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답이 쉽게 나온다.
실제로 현재 시설안전법은 건물 안전을 다루는 데 치중돼 스프링클러나 가스 안전 등의 문제 적발이나 통합 관리에 힘이 안 된다는 일침도 있다. 국민안전처가 작년 8월 백화점 등 대형집객업소들을 점검한 결과, 건축물에 대한 유지 관리는 대부분 잘 됐으나 소방·가스·전기시설의 부실한 관리가 상당수 지적됐다.
결국 안전관리에 대한 규정이 각 아이템별에 따라 흩어져 사고 예방을 총체적으로 이해 및 관리하는 데까지 사고의 확장이 어렵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책임 비율 따지는 대신 ADR 강제화 시급
막상 배상 소송을 당하는 경우에도 100% 백화점이나 마트 등 업체 책임으로 보기에는 어렵다는 점이 소송 장기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판례가 공작물의 안전성 판단 기준으로 '통상의 용법에 따르지 않은 이례적 행동에 따른 사고'에서는 배려 의무를 부정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결국 전체적인 맥락에 대해서는 이미 정리가 끝난 경우라도, 책임의 비율을 놓고 긴 싸움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의 본질이 해결되지 못하는 셈이다.
이에 대응할 몇 가지 해법이 있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 시설에 대해 아예 책임을 강화하고, 시설 내 배려 의무에 대한 각종 문제를 모두 종합적으로 관리하도록 특별법을 만들 수 있으나 형평성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다만 백화점 등 대형집객업소의 경우, 부상 등의 분쟁 시 조정전치주의를 적극 활용하도록 강제적으로 책임을 강화하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다는 의견도 뒤따른다.
조정이나 중재 등 ADR로 비용과 시간을 절약하면서도, 특히 고객으로서는 아예 판결 자체가 뒤집히지는 않을지 부담을 안고 긴 소송을 지속하지 않는 이점이 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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