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경제가 어렵다 보니 경영컨설팅 등 '돈이 되는' 시장에 매달리는 공인노무사들도 늘고 있다. 근로자 권익 보호가 아니라 사용자로서는 일감을 선호하는 것. 하지만 입증이 까다로운 산재 문제에 특히 전문성을 개발하고 처리 관행을 바꾸기 위해 애쓰는 노무사나 노무법인도 적지 않다. 정동희 노무사는 노무법인 태양 대구영남지사 대표노무사를 맡고 있다.
대구 삼덕동 근로복지공단 대구지역본부 앞에 자리 잡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이는 정 노무사 자신을 포함, 모두 5명. 크지 않은 규모지만 대구는 물론 경북권에서는 가장 인정받는 산재 전문가 집단이다.
◆'등산 중 사망 제약회사 영업사원 사건' 승소 '숨은 주역'
"대구·경북의 경우 포항을 제외하면, 다른 지역에 비해 산재 사건이 많은 지역은 아닙니다. 포항은 중공업이다 보니 산재가 발생하면 사망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요. 그래서 다른 지역에서 일하다 산재로 다치거나 병을 얻어 고향에 돌아온 상태에서 사건을 상담, 산재 여부를 다투는 사건이 많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태양 영남지사 직원들은 의학부터 법학, 각종 노동관계 연구서까지 빼곡한 사무실에서 전문성 쌓기에 매진하고 있다. = 임혜현 기자
대학교 2학년 시절의 이 경험은 산재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진로 설정을 하는 계기가 됐다. 2006년부터 서울에서 공인노무사 업무를 시작한 이래 줄곧 산재를 파고들었고, 2009년 대구로 둥지를 옮긴 후에도 산재 사건을 놓지 않았다. 그 와중에 영남대 경영대학원에서 인사조직 석사를 받는 등 전문성 개발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의 노력이 작은 자극이 돼 지역 내 노무사 업계의 산재 관련 관심도와 노하우가 개선된 것은 직업인으로서 큰 기쁨이다.
"이제 적어도 대구에서 산재에 관련해서는 '아무래도 큰 데(서울) 가서 알아봐야 하지 않겠나' 소리가 나오지 않는 추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각종 폐질환 인정 등에도 전문성을 발휘해왔지만, 그가 가장 치열하게 다뤄온 분야는 과로사다.
세간에도 잘 알려진 '제약회사 영업사원 휴일 등산 중 사망 사건'을 맡은 적도 있다. 제약회사 영업사원들은 영업을 위해 의사나 병원과 평일 늦은 시간이나 휴일도 마다하지 않고 접촉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 사안 역시 휴일에 무리하게 등산을 함께 나섰다 사망한 사례다.
정 노무사는 당초 불승인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을 하는 단계부터 이 사안을 맡았다. 이후 소송전으로 번지는 과정에서도 그가 닦아놓은 논리와 자료가 변호사에게 인계돼 소중한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다.
◆2008년 산재법 개정 여파 극복 비결은 '치열한 준비'
정 노무사가 꼽는 희망사항은 근로복지공단이 해석지침에 매달리는 관행이 개선되는 것.
"2008년 산재법 전면 개정으로 특히 과로사 관련 인정 기류가 많아 바뀌었습니다. (예전 규모 대비) 20~30%는 줄어든 것 같고요. 일본에 비해서도 과로사 인정 비율이 적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때 개정으로 '자연발생적 악화 뇌질환은 산재 배제' 등 과로사 인정 가능성을 줄이는 여러 장애물이 생긴 바 있고, 사회적 비판이 비등하기도 했다.
"공단에서는 획일적으로 근로 시간이라든지 이런 객관적 사유만 기준으로 하다 보니 (산재) 승인율이 많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스트레스 요인 등이 기왕증과 결합해 안타까운 사건을 빚는 경우, 산재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올해 서른아홉, 불혹을 바라보는 정동희 노무사는 대구 및 경북지역의 산재 사건에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 임혜현 기자
그가 강조하는 것은 '가족의 사건처럼' 일을 다루는 태도다.
"산재 인정을 받기 위해 소요되는 시간이 적지 않습니다. 사고와 질병의 경우가 다르지만, 질병은 최초 판정이 나오는 데만 약 3개월, 심사 청구에 약 2~3개월, 이것이 산재 불승인으로 나올 때 재심사 청구 3개월 등 짧게는 9개월에서 1년 정도도 걸립니다. 산재 사건으로 생계가 이미 어려운 상황에서 가정이 붕괴되는 등 힘든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바쁠 땐 한달 중 1/3을 사무실 아닌 외부, 그것도 서울을 오가며 보내기도 하지만 늘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마음을 다잡고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 산재 인정만 바라는 의뢰인들을 생각해서, 하루 빨리 긍정적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요새 그가 최근 새로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산업안전보건법 분야다. 산업 안전에 대해서 처음부터 사업자와 노무사와 협력한다면 애초 안타까운 각종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선제적 예방조치'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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