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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서울로 7017 걸어보니…공중서 만난 '박석'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05.22 16:34:27

[프라임경제] 5월 중순의 주말, 서울 시민들이 대거 몰려나와 17m 높이 고가에 마련된 공원을 즐겼습니다. 때이른 불볕이 쏟아졌지만 주말인 20~21일 사이 '서울로 7017'을 찾은 사람은 무려 25만명. 서울시에 따르면, 20일 15만명이 7017을 찾았고, 21일에도 10만명가량이 찾아온 것으로 집계됐다고 합니다.

9개 진입로를 갖춘 7017은 퇴계로~서울역~만리동으로 이어집니다. 한때 차량 이동을 책임지던 길에서 긴 보행도로로 거듭났습니다.

이 구간은 도심을 지나는 철도 등으로 건너다니기 쉽지 않았던 코스인데요. 예를 들어 중림동에서 서울역을 지나 남대문시장을 간다고 생각해보면 대단히 복잡하게 이리저리 건너거나 지하도를 사용해야 했던 것이 기억나실 겁니다. 이제 걸어서 노닐 수 있는 코스로 바뀌게 된 것이죠.

현재 가장 인상적인 곳은 퇴계로쪽 구간입니다. 대우재단, 호텔마누와 연결되는 다리도 있고, 근방 빌딩들의 그늘로 자연스럽게 볕이 덜 드는 구간도 조성돼 지난 주말과 같은 이른 더위에도 한숨 돌릴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길을 걷다 주변 건물로 통로를 타고 들어가서 차도 마시고 밥도 먹고 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될 전망입니다.

한편 중간쯤에 해당하는 일명 서울역 구간(약 700m 구간)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엇갈릴 수 있겠는데요. 우선 공중에 떠 있는 효과가 극대화된 곳이죠. 가까이에 건물이 없어 거의 그늘이 조성되지 않습니다. 또 차가 이리저리 씽씽 달리는 모습 때문에 즐기기에 약간 공포스럽다는 의견도 있는 것 같습니다. 

서울로 7017 구간 중 서울역 부근 사진. 아래로 도로를 오가는 차들이 보인다. = 임혜현 기자

중간중간 화분이 놓여 삭막한 행진 코스를 산책로로 만들어준다. = 임혜현 기자

다만 반대의견으로는 오히려 그런 점이 이 구간의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투명창을 통해 발아래에 도로를 내려다 볼 수 있기도 하고요. 오히려 전엔 이 구간을 그저 차를 타고 달리며 잠시 스쳐보기만 했다면, 기대서서 이리저리 도로들로 차가 오가는 풍경을 길게 감상할 수 있게 됐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특히 서울로 7017 곳곳에 설치된 크고 작은 둥근 콘크리트 화분들이 이 구간에서는 오히려 더 빛을 발한다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 화분에 대해서는 설명이 필요합니다. 645개의 화분들이 다양하게 자리를 잡고 콘트리트 공간에 '녹음'을 부여하죠. 물론 그 크기가 대단해서 걸음을 방해하는 요소가 된다는 지적을 면하기 힘듭니다.

그러므로 서울로 7017 중 서울역 부근 구간을 눈이 어지러워 빨리 지나치고프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이 화분들이 특히 애물단지일 수 있습니다. 가뜩이나 어떤 여유를 갖고 머물기 어려워 발걸음을 재촉하고 싶은데, 그나마 화분들이 여기저기 있으니 인파가 빠르게 쭉쭉 빠지기 어렵다는 볼멘소리를 할 법 하죠.

그러나 생각해봅시다. 이 구간을 빨리 지나가고 싶은 곳으로 꼽는 사람들일수록, 정작 이 화분에 고마워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잖아도 공중에 뜬 듯 삭막해서 싫다면서, 화분이고 뭐고 없이 더군다나 더운 날씨엔 햇볕에 달궈진 직선 포장도로를 걸어야 한다면 그 고생은 배가 되지 않을까요? 

17m 아래 투명창을 통해 보이는 도로를 감상 중인 아이들. = 임혜현 기자

중간중간 족욕을 즐길 수 있는 공간도 있다. 개장 초기인 20,21일에는 모두 아이들 차지가 됐다. = 임혜현 기자

그런 점에서 보면 이 화분들은 고궁 바닥의 '박석' 같은 역할을 한다고 여겨집니다. 일부러 울퉁불퉁한 돌을 깔아 사람들이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걷게 하면서, 미끄러짐과 빛이 반사돼 눈이 부실 일도 막는 등 여러모로 깐 게 박석 포장이라 하죠.

이번 서울로 7017 개장에 당초 철거론과 공원 재활용론이 치열하게 격돌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막상 걸어보니 별로였다는 의견과, 기대 안 했는데 나름대로 재미있다는 의견도 엇갈리죠. 

이번 참에 마음에 안 드는 요소나 구간이 있더라도, 다른 면도 생각해보는 계기로 승화시키면서 바라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서울로 7017과 각각의 그 구성 부분들의 의미는 그럴 때 더 커질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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