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때로는 정밀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갑작스레 당겨진 '장미대선' 일정으로, '모범답안'을 참모진이 미리 만들어 주는 대로 외우고 올 시간이 부족했거나 아직 뾰족한 답을 찾지 못한 것으로 짐작되는 부분도 있었다. ·
하지만 여러 차례의 토론회에서 다른 대선 주자들과의 사이에서 빚어진 태도 논란, 혹은 원론적인 답변 수준에서만 맴돌고 있다는 일각의 지적을 귀아프게 들은 듯, 이번 토론회만큼은 질문마다 시종 진지함이 느껴지는 답변이 돌아왔다. 가볍게 분위기를 가져가려는 패널들의 일부 질문에도 우리사회의 미래에 대한 구상과 고민을 오래 전부터 해오고 있었다는 듯 '나름의 대안' 제시로 이어졌다.
현재 대선 가도에서 유력 주자로 꼽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7일 한국인터넷신문협회 주최한 '대통령후보 초청 릴레이 인터뷰'의 첫 주자로 여의도를 찾았다.
문 후보는 그간 여러 토론회가 마련됐음에도 깊이있게는 다루지 못했던 영역인 언론환경(인터넷언론), 미세먼지 등 생활환경 이슈와 서민주거대책과 양극화 문제 등에 대해 종횡무진 패널들이 내놓는 질문에 소신껏 답을 내놓았다.
◆미완의 혁명만 두 차례, 이번엔 촛불 후보 완성해 택해달라

문재인 후보가 토론 시작 전에 질문지를 들여다 보고 있다. ⓒ 한국인터넷신문협회
그는 "이번에야말로 촛불정신을 진정으로 승계할 후보를 택해 시민혁명을 완성해달라"고 요청하며 "나라다운 나라, 공정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그가 가장 공들여 대답한 이슈는 일명 휴거 논란이었다. 이는 서민들의 주거안정화 대책에 기반한 이슈지만, 동시에 사회 양극화와 국민 분열을 반영한 이슈이기 때문.
문 후보는 "휴거 즉 휴먼시아 주공아파트 거주자 혹은 휴먼시아 거지라는 말을 아는가? 부동산 정책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라는 질문에 부동산 가격 폭락을 막으면서도 서민 관련 안정화 정책으로 연착륙을 이끌어가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문 후보는 일명 휴거 문제를 "박근혜 정부 (부동산/주택) 정책의 실패 사례"라고 규정했다.
아울러 "나는 어려운 과정을 다 극복하고 변호사가 됐지만 혼자 잘먹고 잘사는 길 선택하지 않았다. 인권 변호사를 선택했다. 우리사회의 불평등 불공정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면서 이 문제를 정의의 관점에서 해결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다소 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큰 구도에서 부동산과 주택, 국민들의 삶의 질 상향 조정과 양극화 해소를 모두 아우르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발상의 전환'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그는 "현재 주택보급률이 100% 넘어간다. 두 채, 세 채 갖고 있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자가비율은 50%선"이라면서 우리 사회가 전체적인 집은 모자라지 않으나 분배와 사용 효율 문제에서 소화불량 상태임을 지적했다.
따라서 그는 "새로운 주택을 많이 공급해서 주택 물량을 늘리는 것은 맞지 않다. 이는 부동산 가격의 폭락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집 하나가 재산의 절대적 부분인 중산층 내지 서민층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읽힌다. 따라서 집값의 대폭락을 자칫 불러올 '가격 안정화 대책'을 섣불리 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집은 이제는 소유에서 주거 개념으로 바꿔야 한다"면서 "그래서 공공주택을 대폭 늘리는 것이 부동산 정책의 기본 방향"이라고 말했다. 공동임대주택도 일인가구가 가장 많으므로, (앞으로 집권 시) 가구 특성에 맞는 맞춤형 임대주택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해 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환경 영역의 가장 큰 이슈인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현실적 대안을 요구하는 질문에는 "국내 미세먼지는 경유차 규제와 화력발전소의 점진적 감축으로, 해외 유입 미세먼지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중국 문제는 양국 간 정상회의급 의제로 설정해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경유차와 화력발전소에 의존하는 한국 교통과 산업 구조로 볼 때 상당히 진통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는 경유차의 차령 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폐차 등 감축을 시도하고, 화력발전소 역시 현재 짓고 있거나 가동 중인 부분에까지 계획을 세워 친환경발전소로 바꾸겠다는 기조를 분명히 했다. 하루아침에 급조된 어젠다가 아니라는 얘기다.

모든 질문에 완벽하게 짜여진 답을 준비하진 않은 것으로 보였다. 다만, 진지하게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고민을 하고, 겸손을 새기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키는 태도로 토론에 임했다. ⓒ 한국인터넷신문협회
한편 사드 논란 등으로 양국 간 관계가 불편한 점은 문 후보의 구상에 일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세먼지 논의가 외교적으로 중장기 과제로 갈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비정규직 대책은 강하게, 탄력성 없는 호봉제 고집은 안 해
국민 소득 증대 정책, 노동 정책 면에서도 확실하게 진보 스탠스를 갖고 가지만, 효과적인 발전을 가로막는 문제는 과감히 일부 수술할 의향도 있음을 내비쳤다.
"박근혜식 아닌 성과연봉제 도입이 가능하겠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문 후보는 "양극화 해결의 기본 출발은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제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민간기업이 만드는 것이지만 오랫동안 실패해왔기 때문에 정부와 공공기관이 (개혁 초반에는) 선도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일명 '81만개 공공 일자리' 구상이 지나치게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에 대한 업그레이드판이자, 노동 문제 해결은 민간이 우선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대전제'를 뼈아프게 확인, 수용한 '변신'으로 읽힌다.
그는 특히 "중소기업의 고용을 촉진하기 위해서 2명의 정규직 채용 후 3명을 채용할 때 명째에서 전액 지원하겠다"면서 "3년이면 15만명이 새로 일자리를 얻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성과연봉제는 박근혜식은 반대한다. 다만 앞으로 새로운 제도가 나올 필요는 있다"고 유연한 개편 노력을 강조했다. 그는 "(과거 호봉제처럼 열심히 안 해도) 그냥 급여가 올라가는 식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실제의 직무를 제대로 평가해서 적절한 임금 성과를 주는 안을 만들겠다. 그건 전문가들과 함께 공정하게 평가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소주 주량을 묻는 질문, 정말 그가 이전에 밝힌 일명 '광화문 구상' 등과 같이 시장, 광장에서 만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도 공들여 답을 내놨다.
문 후보는 "소농 기질이어서 음식도 한식 그중에서도 된장찌개를 좋아하고 술은 소주, 막걸리를 좋아한다"고 답변을 시작했다. 그러나 시장이나 광장에서 불시에 시민과 어울리는 문제(경호 문제)에 대해 이미 오래 생각을 해본 듯 세부적인 안건에 대해 '개혁안'을 덧붙였다. 그는 "'광화문 대통령'이 가능할까 하는 걱정을 시민들이 많이 하는데 전혀 걱정할 필요없다. 경호는 선진국에서는 경호실이 아닌 경찰청 산하에서 한다"고 말했다. '탈권위'를 경호 시스템의 전면적인 개편에서부터 할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인터넷언론, 종이신문 부속품 아니다", '특별법 구상' 시사
아울러 문 후보는 현재 고전적인 종이 일간지, 종이 잡지 대신 인터넷 뉴스 매체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미디어 환경에 대한 제도적 대응책을 묻는 질문에도 신중한 답을 내놨다.
그는 "언론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그에 따라 많은 인터넷신문들이 만들어졌는데 (질문자 말씀처럼 여전히 기본적으로) 신문법의 규제를 받다 보니 종이신문의 하인 매체처럼 된 실정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터넷 신문들에 대해서 하나의 독자적인 새로운 유형의 산업으로 다루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런 식으로 법체계를 갖추고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인터넷 신문들이 어떻게 인식하는지 모르겠지만, (주요) 언론3사가 야당에게 호의적이지 않다. 언론 환경은 기울여져 있다. 그런 제도권에서 기울여진 운동장 속에서 우리가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인터넷 매체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제도권 언론의 불공정함 속에서 도와준 언론의 공정성을 회복해준 인터넷 신문 업체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을 맺었다.
문 후보는 닮고 싶은 지도자상으로 '세종대왕'을 꼽으면서 "(조세 개혁을 위해) 5개월 동안 17만명의 국민들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했다"고 그 이유를 들었다. 한글 창제 등 업적 중심이 아닌, '소통'을 이유로 든 것.
그는 "이것이 우리 역사상 최초의 여론조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국민들과 소통하고 눈을 맞추고 그 속에서 국민들의 아픔을 알고 눈물을 닦아주는 그런 정치를 꼭 하고 싶다는 뜻"이라고 각오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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