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물(정수기) 사업 도와주려다 코피 터질라?' 현대홈쇼핑이 계열사인 현대렌탈케어에 자금을 쏟아부으면서 향후 진행 성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대홈쇼핑(057050)은 최근 1주당 액면가 5000원인 현대렌탈케어에 주당 5만원씩 80만주의 총 400억원의 유상증자에 참여한다고 공시했다.
현대렌탈케어는 2015년 4월 설립돼 그해 6월부터 정수기 부문을 중심으로 사업을 개시한 바 있다. 그러나 2015년, 2016년 내리 대규모 적자(지난해의 경우 당기순이익 -212억원) 기록하면서, 애물단지가 된 상황이다. 하지만 사업을 접거나 문제 영역을 줄어내는 등 개편을 하는 대신 오히려 직접 몸통을 키우는 방식을 택했다.
렌탈 총판을 맡았던 현대렌탈서비스와의 계약이 종료되면서 현대백화점그룹은 이 회사와의 위탁 계약을 연장하는 대신 계열사 현대렌탈케어를 통해 직접 판매와 서비스, 제품 개발에 나서기로 결심했다. 따라서 유상증자 등 '영양식'을 공급할 필요가 생긴 것. 현대렌탈케어는 조직 강화 등이 실제로 단행됐고 2016년 100억원대이던 매출을 2018년 500억원까지 늘린다는 구상도 세운 상태다.
이 회사의 지분 100%를 갖고 있는 현대홈쇼핑이 돈줄을 맡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문제는 현대홈쇼핑이 과연 이런 지출을 감내할 체력이 되냐는 부분이다.
렌탈업 특성상 초기 자금이 많이 들어간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과감한 투자는 불가피할 수 있다. 또 렌탈에서 '잭팟'이 터질 경우 수입이 현대홈쇼핑 수익구조 개선에 도움을 주는, 현대렌탈케어의 효자 종목 변신을 기대해 볼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렌탈 부문의 전례를 참조해 보면, 이 같은 수익은 4~5년 이후에나 가능해 보인다.
현대홈쇼핑은 매출액은 계속 성장하는데 당기순이익은 줄어드는 추세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매출은 2013년 7998억원, 2014년 8678억원, 2015년 8960억원, 지난해 9694억원 등이었다. 한편 당기순이익은 2000억원선에 바짝 도달했었으나(2013년), 그 이후 꺾어져 1500억원대 당기순이익에 머물렀고, 급기야 지난해에는 1295억원선을 기록했다.
남성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31일 현대홈쇼핑 관련 보고서에서 "(동종 업계 대비) 차별화된 취급고(판매액) 증가에도 불구하고 비용 증가 등으로 이익 개선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취급고 성장은 당분간 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남 연구원은 "지난해 추가적으로 확보한 S급(KT) 채널의 효과가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보이고, S급 채널 보유에 따라 경쟁사보다 재핑효과(인기 채널들 사이에 끼인 채널의 시청률이 높아지는 효과)를 더 많이 누리게 됐다"고도 말했다. 결국 취급고는 더 늘기는 하겠지만, 이것이 이익 개선 효과로 이어질지가 미지수인 셈이다.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의 분석에 따르면 이 같은 이익 관련 상황은 실제로 주주들에게 해가 된다.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은 "2010~2016년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의 적금액을 합친 주주환원 금액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것을 주주환원율이라고 했을 때, 현대홈쇼핑의 누적 주주환원율은 미국 홈쇼핑업체 HSN의 1/10, GS홈쇼핑(028150)의 1/3 수준"이라고 말하고 "순현금은 자본의 65% 수준으로 비합리적으로 과다하게 쌓여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돈은 그룹 차원의 거국적 판단을 뒷받침하는 데 주로 사용된다는 평가다. 렌탈 부문에 대한 '통큰 지출'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다.
또 현대홈쇼핑은 패션명가 한섬과도 연관이 있다. 한섬은 2012년 현대백화점이 인수했는데,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패션 부문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2016년 6월에 한섬의 최대주주는 지분 34.64%(853만2763주)을 보유한 현대홈쇼핑이었다. 이후 현대백화점그룹은 SK네트웍스의 패션부문도 인수했는데 현대홈쇼핑의 현금성 자산을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2016년 8월 벌어진 동양매직 인수전에서 정교선 부회장(그는 현대홈쇼핑 지분을 9.51% 갖고 있다. 그래서 홈쇼핑과 급식 등 일명 비유통쪽은 교선, 유통업은 지선 식으로 '계열분리'가 언젠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이 강한 의지를 보였던 것도 함께 생각해 볼 만하다. 오너 일가가 현대홈쇼핑을 '실탄 공급책' '황금알을 낳는 거위' 쯤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돈을 쌓아두고 다른 데 쏟아붓고, 이제 그 이익 추세 자체가 변하면서 고전할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셈이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4일 "실적 개선은 하반기부터 가능할 것"으로 봤다. 올해 수익성 강화를 위해 패션잡화 부문 직매입을 추진하는 것도 새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연구원은 "직매입 시 재고 증가에 따른 비용 이슈가 있을 것"이라면서 "(다만) 계열사인 현대아울렛 등을 통해 이를 해결할 것"으로 분석했다.
결국 현대백화점그룹 전반의 미래성장 동력(차세대 먹거리) 개발을 위해 고혈을 짜던 현대홈쇼핑은 이제는 다른 계열사의 도움을 얻어 수익 개선을 꾀해야 하는 상황까지 온 것이다. 때문에 '감기'로 금세 회복가능할지, 혹은 근원적인 펀더멘탈 약화를 반영한 '몸살'이어서 장기적인 병치레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후자라면 현대백화점그룹으로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스스로 잡은 셈이 된다.
여타 홈쇼핑 회사들에 비해 현대홈쇼핑 주가가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다는 지적도 있으나, 이런 점을 감안하면 주가 흐름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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