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된 가운데 검찰의 최순실씨 국정 농단 사건 수사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검찰은 21일 박 전 대통령을 소환하면서 포토라인에 세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압수수색 등 불필요한 절차는 대부분 생략하기로 한 검찰이지만, 심리적 압박과 함께 엄정한 수사 의지를 피력하는 수단은 모두 동원할 태세다.
과거와 같이 포토라인 질서유지가 유명무실하던 때에는 소환되는 피의자가 기자들에게 밀리면서 소란 속에 청사에 들어서는 수모를 겪었다. 지금은 대개 그런 상황까지는 일어나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혼잡이 아니더라도, 많은 질문과 플래시 세례를 받는 일에 노출되는 상황은 대단한 심리적 압박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아울러 수사 전과정 녹화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직 대통령 예우 문제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역시 박 전 대통령을 압박하는 전술로 풀이된다. 박 전 대통령은 조리있게 생각을 정리하고 말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간에서는 최씨가 모든 것을 사실상 적어주고 지시한 것으로까지 본다.
검찰이 승기를 잡겠다는 의사를 굳이 숨기지 않고 있다는 소리가 그래서 나온다.
◆박 전 대통령 진영, 자체 방패 마땅찮아? 기업체 논리에 달려
검찰이 지금처럼 독이 오른 상황은 '검찰 개혁' 문제에 최씨 사건 그리고 박 전 대통령 문제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의 수사 조치에 협조적인 모습을 거의 보인 적이 없다. 심지어 특별검사팀이 나서기 전, 검찰 특별수사본부 1기와 척지는 악수를 뒀다. 특수본으로서는 어차피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고 특검에 일을 넘기는 상황이므로, 적당히 마무리하고 넘기려는 스탠스를 택한 것으로 해석됐었다. 그런 상황에 검찰 수사가 모두 엉터리라는 식으로 강한 불만 반응을 내보이면서 검찰 측의 태도가 변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 후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오면서 지지자들과 만나고 있다. ⓒ 뉴스1
"증거가 차고도 넘친다"는 격앙된 반응으로 자존심 싸움으로까지 번진 것. 이후 특수본 2기가 특검으로부터 공을 다시 넘겨받게 되면서, 수사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이 예고돼왔다.
박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검찰은 '살아있는 권력'을 건드리는 문제에 대단히 조심스럽지만, '죽은 권력'을 조사하는 일에는 자비가 없는 행동 패턴을 보여왔다.
김수남 검찰총장이 중립 수사 내지 신중론, 경우에 따라서는 소극적 수사를 주문해도 권력지향적인 검찰 성격상, 적잖은 내부 인사들이 공세적 태도로 박 전 대통령-최씨 사건을 다루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싱가포르식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경찰 수사권 독립 등을 다양한 대선 주자들이 언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등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자유한국당 잠룡이 집권에 성공할 가능성보다 상당히 높게 점쳐지고 있어 검찰이 개혁 대상으로 지목돼 수술대에 오를 가능성이 더 커지고 있다.
검찰로서는 이런 비우호적인 기류를 희석시키기 위해서라도 항시적으로 비리 엄단의 정책적 기능을 맡을 능력이 있는 수사의 최고 주재자는 역시 검찰밖에 없다는 점을 확실히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
그 능력 과시를 위해 검찰은 대기업 수사를 다양하게 진행해 겹으로 그물을 치고 있다.
◆기업체들 방어 치열할 듯…5월9일이 수사 한계점?
특검이 삼성그룹을 난타해 놓은 상황에서 검찰 역시 비슷한 궤적을 밟고 있다. 다만 전방위로 압박을 하는 점이 특검과는 다르다. 검찰은 SK그룹과 롯데그룹, CJ그룹 등을 주요 타격 대상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CJ는 당시 옥에 갇혀있던 이재현 회장 사면 문제로 K컬처밸리 지원을 한 것으로, SK그룹의 경우 최태원 회장 특별사면을 위해 K스포츠재단 출연을 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롯데는 면세점 사업자 재선정 문제로 자금을 내놓는 등 줄을 댔다는 의혹을 사는 중이다.
일명 피해자로서 간접적으로 대가성 혜택을 본 것인지, 적극적 거래로 공범이 된 것인지 논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거래의 적극성, 주도적 조작 가능성을 판가름할 때 각 기업이 처한 일명 '궁박한(곤란한) 사정'의 정도가 모두 다르고 대가성 문제의 결도 조금씩 다르다.
이런 상황에 검찰은 기업들의 치열한 방어변론 전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박 전 대통령 진영에서 전개할 카드나 증거, 정황 등은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씨 전횡이 있었고 그 와중에 재산상 이익을 챙긴 바 있는 것 같으나 나는 몰랐다'는 게 전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가장 강력한 방어벽이기도 하다.
정치적으로는 또 헌법적 의미로는 대통령직 파면 사유(헌정질서 수호 포기)일지는 몰라도, 형사법상 논리로는 보강 필요성이 대단히 많기 때문이다. 검찰이 대기업집단들을 대거 건드리는 상황도 사실 이 때문이다. 삼성부터 롯데, SK, CJ 순으로 최씨 일당과의 관계에서 협상 능력과 주도적으로 거래에 참여했다는 점이 점차 약해지고 강요와 상황에 의해 마지못해 나선 면의 농도가 강해진다.
검찰로서는 특검이 그룹 승계 마무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딜을 했다는 논리로 삼성을 잡았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다른 기업들을 모두 도마에 올리는 것이다.
검찰이 이 같은 순위에서 뒤쪽 그룹군까지 모두 망라해 처벌을 꾀하면, 그룹들은 각자 대가성 측면에서 뇌물죄 공범이 아니라 강요죄 피해자라는 점을 입증하려고 발버둥을 치게 된다. 그 와중에 검찰이 원하는 답이 나올 여지가 생긴다.
최씨를 간접적으로 중간에 끼워넣지 않고 박 전 대통령이 직접 모종의 역할을 했다는 직접적 진술 혹은 정황에 대한 기업들의 항변을 심문조서에 남기고 공판정에서 다시 이를 발언, 재판부에 확인시키는 수순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독이 오른 특수본 2기가 이런 중복된 그물망 완성을 위해 초고속 수사를 전개하려고 서두른다는 풀이도 뒤따른다.
여기까지 놓고 보면, 검찰이 우위에 서는 것으로 보이지만, 박 전 대통령 측도 마냥 속수무책으로 당할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가 된다. 박 전 대통령 측은 빈틈을 찾으면서 대기업 관련 공방전의 어부지리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기서 검찰이 스스로 실책을 할 여지가 없지 않다.
검찰은 앞서 말했듯 죽은 권력 앞에 강한 모습을 보여왔지만 바로 이 요소가 스스로의 발목을 잡을 수가 있는 것. 일명 '장미 대선'으로 집권할 새 정부는 박 전 대통령 단죄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갖고 있겠지만, 그래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늘어지는 것에는 부담을 가질 수 있다.
이번 임시 대선 기간 내내 검찰이 전직 대통령 측에 칼을 휘두르는 게 불가피한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든 검찰권에 의해 선거에 영향을 받았다는 '불편한 인식'을 새 정부는 가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검찰이 이 정도에 그치지 않고 새 대통령 당선 이후까지 수사를 길게 끄는 것은, 새 정부가 전 정권을 괴롭히는 모양새까지 연출하는 게 돼 껄끄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
그렇다면 검찰은 5월9일 전에 수사를 마무리해야 한다. 문제는 남은 한 달간 스스로 사용할 그물을 모두 완성할 수 있느냐다. 검찰이 이번에 안고 있는 이 문제는 오랜 시간 '억약부강'하다는 이미지를 만들어온 데 따른 원죄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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