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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못된 소리' 하는 한국몬테소리 부설 어린이집? 막 내린 사기극

각종 비리 의혹…학부모 "배신감에 분통"

하영인 기자 | hyi@newsprime.co.kr | 2017.03.07 17:57:13

[프라임경제] 미취학 자녀를 둔 부모라면 '몬테소리' 교육법에 대해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텐데요. 지난 1975년 설립된 한국몬테소리(회장 김석규)는 유아교육 관련 대표적인 브랜드로 명성을 얻은 기업입니다.

때문에 유사제품이 넘쳐나 정품인지부터 꼼꼼하게 확인해야 할 만큼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데요. 

이번에는 한국몬테소리 이름을 내건 어린이집 두 곳이 학부모들의 원성을 사고 있습니다. 김석규 한국몬테소리 회장의 두 자녀가 각각 대표를 맡았던 곳이기도 하죠. 이들 어린이집은 폐원을 통보하는 과정에서 사실은 개인사업자였던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이 같은 진상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 계기도 꽤나 진상입니다. 해당 어린이집은 각각 1999년, 2003년 개원한 '신한국몬테소리 어린이집'과 '한국몬테소리 어린이집' 두 곳인데요. 부천시 원미구 한 빌딩 1·2층에서 운영돼 사실상 한 어린이집이나 마찬가지였던 곳입니다. 

두 어린이집은 한국몬테소리 교재와 시스템으로 운영됐고, 지역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자녀 입학을 위해 3~4년가량 대기는 기본일 만큼 어마어마한 인기를 자랑했는데요. 잘 나가던 어린이집의 추락은 한순간이었습니다.

◆썩은 사과와 곰팡이 수박, 싹 튼 감자가 웬 일

바로 불량 식재료를 사용한 것인데요. 지난해 3월 퇴사한 조리사가 학부모들에게 몇 장의 사진을 보냈는데, 이 사진에는 썩은 사과를 비롯해 곰팡이 핀 수박, 싹이 튼 퍼런 감자 등 차마 아이들에게 먹였다고는 상상하고 싶지 않은 몰골의 식재료들이 찍혀 있었습니다.

사태가 커지자 당시 원장은 지난해 6월 말 무렵 일선에서 물러서고 새로운 원장이 오면서 사태가 일단락되는 듯했죠. 학부모들은 자녀들에게 혹여나 피해가 갈세라 '쉬쉬'하는 분위기였다는데요. 약 넉 달 뒤 어린이집 측은 돌연 '어린이집 휴원'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대표이사장의 개인 사정, 원의 개보수와 교육적 환경구성 마련을 사유로 지난달 28일부터 1년간 문을 닫겠다는 내용의 안내문이었는데요. 실상은 폐원을 의미하는 것이었죠. 또 이는 재정난 때문이라는 얘기도 돌았습니다.

학부모들은 자녀의 교육이 걸린 사안이기에 이 같은 통보에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습니다. 한국몬테소리 본사와 시에 문의를 하고 어린이집 측에 항의하는 등 사력을 다했죠.

그제야 두 어린이집은 한국몬테소리와는 별개의 법인으로 개인사업자일 뿐임을 알렸습니다. 그렇지만 한국몬테소리 김석규 회장의 두 자녀가 해당 어린이집의 대표인 점, 버스에 '한국몬테소리 부설 어린이집'이라고 버젓이 명시한 점 등 앞뒤 안 맞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지금은 삭제했지만 한국몬테소리 홈페이지는 '한국몬테소리 어린이집은 주식회사 한국몬테소리 부천사옥에 개원했다. 본 어린이집 교사는 몬테소리 교사 자격증 소지자로 구성됐다' 등의 내용을 안내하고 있었습니다. 

법적으로는 빠져나갈 수 있을지 몰라도 원아를 모집할 때만 허위로 부설기관이라 홍보하고 문제가 생기자마자 비겁하게 발뺌하는 것은 지탄받아 마땅한 일입니다. 

◆김석규 회장 자녀 대표로 활동…본사 "관련 없다" 발뺌

한국몬테소리 측은 단지 교재, 시스템으로 교육하는 협력관계에 있을 뿐이라는 변명을 늘어놓고 있는데요. 

홈페이지에는 '해당 어린이집은 한국몬테소리와 관련 없이 독자적으로 운영되는 곳임에도 한국몬테소리의 부설 어린이집으로 잘못된 정보가 전달돼 혼란을 드렸다'는 내용의 사과문이 게재되기도 했습니다. 끝끝내 부인한 것이죠.

한편, 현행법상 원아가 단 한 명이라도 전원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어린이집은 폐원할 수 없습니다. 애초에 통보만으로는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는 것인데요. 

하지만 한국몬테소리의 진심 담긴 사과를 듣고자 불합리한 행태에 맞서던 학부모들은 결국 당장 자녀 교육을 위해서라도 긴 싸움의 끈을 풀어야 했습니다. 

7일 부천시 관계자로부터 "해당 어린이집들은 140여명에 달하는 원아들의 전원 조치가 다 이뤄져 2월28일부로 폐지됐다"며 "초반에는 학부모들의 항의가 거셌으나 3·4개월간 설득한 끝에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법에 저촉되는 사항은 없다"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는데요.

1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몬테소리 어린이집에 손주를 보냈다는 주정희씨(가명·57)는 "이 사단이 어린이집 식자재 비리를 덮으려 한 것 때문 아니냐. 지인을 통해 식자재를 들여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입을 열었습니다.

여기 더해 "다른 곳에서 또 개원하기 위해 부지를 알아본다는 얘기도 들린다. 다시는 우리 같은 피해자들이 나오질 않길 바란다"고 토로하네요.

그는 "끝내 한국몬테소리 측의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한 점이 가장 억울하다"며 "그렇지만 억지로 운영되는 원에서 아이가 더 이상 배울 수 있는 건 없다는 판단 아래 원을 옮겼다"고 말을 더합니다. 

학부모들은 단지 잘잘못을 인정하고 진심 어린 사과를 바랄 뿐이었지만, 한국몬테소리 측은 여전히 관련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하는 중입니다. 

한국몬테소리 관계자는 "우리는 부천에 어린이집을 운영한 적이 없기 때문에 아는 게 없고 답변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네요.

한국몬테소리는 100여년간 세계인의 끊임없는 사랑을 받아온 교육학자 마리아 몬테소리의 교육 프로그램을 우리나라에 처음 정착시켜 각 가정에 보급하는 데 힘쓴 교육전문기업입니다. 6년 연속 '대한민국 교육 브랜드 대상' 유아교육 부문 대상 브랜드에 선정된 바도 있고요. 

그러나 명성과는 달리 아이들에게 진정한 가르침을 하사하기에는 썩은 사과처럼 곯은 게 아닌지 씁쓸한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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