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법원이 22일 새벽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 검토 끝에 영장발부를 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우 전 수석은 최순실씨 국정농단 의혹에 연루된 인물 중 구속을 피한 드문 케이스로 기록되게 됐다.
이화여대 교수 등 관계자들은 물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이르기까지 대거 구속된 상황에서, 그의 영장기각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등을 적용한 특검팀 구속영장 청구에 특수통 검사 출신인 우 전 수석이 일단 탄탄한 방어막을 형성했다는 '한판승' 풀이가 나온다.
특검팀이 그의 전횡 논란에 대한 법리적 검토 끝에 영장을 청구하기는 했으나 문제는 청와대 민정수석의 지나치게 넓은 업무범위가 걸림돌로 작용했다. '국민여론 및 민심동향 파악''공직·사회기강 관련업무 보좌' 등이 모두 민정수석의 광범위한 업무 영역에 들어간다는 방어 논리를 뚫지 못한 것.
우 전 수석이 최씨 국정 농단을 막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형사처벌이 필요한 범죄 행위로까지 볼 수 있느냐는 문제를 두고 입증에 실패한 것이다. 직무유기는 사회적 비난 여론이 강한 사건에 본보기식 처벌로 적용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 1980년대 범죄자 이송 도중 대규모 탈주 사건이 일어나자 부주의한 감시로 문제의 원인을 제공한 공무원들에게 이 혐의가 적용된 바가 있지만 무죄 판결이 나온 게 대표적 사례다.
단순히 불법행위를 방조한 게 아니라 적극적인 묵인행위가 있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 빈 틈을 우 전 수석이 잘 파고들어 결국 그물 전체를 찢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감찰 등의 방법으로 청와대 지시에 협조하지 않았던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 등을 찍어냈다는 의혹 역시 확고한 범죄 구성에는 실패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번 공방전으로 특검이 얻은 성과가 없지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우 전 수석이 막강한 힘을 과시하고 박근혜 정부의 각종 이상한 정치적 행보에 지원을 했다는 정황은 그려내는 데 성공했으므로, 이는 특검팀 수사에서 최종 겨냥 대상인 '박근혜+최순실 경제공동체' 공략에 밑재료로 쓰일 수 있다.
업무의 영역이 광범위한 우 전 수석조차도 최씨 농단을 모르거나 방조할 정도로 최씨의 힘이 대단하고 또 그 작업이 은밀하게 이뤄졌다는 문제의식을 법조 전반에 불러일으키는 효과도 있다.
가장 나중에 풀 과제지만, 청와대 민정수석이 검찰을 통제하고 박근혜 정부의 이번 전횡처럼 비상식적인 행동에 전위대 역할을 할 수 있는 '지나치게 센 칼' 그러면서도 '통제가 불가능한 칼'이라는 점이 드러난 것에 어떤 식으로든 대대적인 수술을 할 필요도 남겼다. 우 전 수석은 구속 대상이 아니더라도, 청와대 조직 개혁 논의의 실증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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