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롯데그룹이 조직개편을 통해 지휘라인을 대대적으로 정비했다. 부문(BU)장 등 그룹 고위층을 비롯, 주요 계열사 임원 인사를 21일 발표한 것.
이번 인사에 앞서 눈길을 모으는 하마평 중 하나는 바로 경영혁신실을 누가 맡느냐는 것이었다. 결국 예상대로 황각규 사장이 발탁되면서 '될 사람이 됐다'는 풀이가 나온다.
황 신임 실장은 롯데쇼핑 사장 겸 정책본부 운영실장을 소화해온 인물이다. 또 신동빈 롯데 회장을 오랫동안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온 최측근 인사다. 그는 이제 롯데그룹의 명실상부한 2인자가 됐다.

황각규 롯데그룹 신임 경영혁신본부장은 화학 부문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며 신동빈 회장의 측근으로 꼽힌다. ⓒ 뉴스1
실제 황 실장은 신 회장이 처음 한국에 들어와 호남석유화학에 관여할 때 당시 부장으로 인연을 맺었다. 이후 그는 그룹 기획조정실 산하 보직으로 신 회장을 따라간다. 2004년 정책본부 체제 마련과 그 다음까지 계속 신 회장의 주요 참모로 일했고, 그 와중에 롯데 정책본부를 겨냥한 검찰 수사 등까지 치러냈다.
롯데쇼핑 사장으로서의 역할론 못지않게 정책본부 운영실장이라는 보직이 그를 정의하고 설명하는 데 중요한 키워드로 활용될 수 있었던 셈이다. 정책본부가 피부처럼 황 실장을 덮어온 것이다.
◆신동빈 사람으로 초창기 정책본부에 들어간 드문 케이스
정책본부의 초창기 모습을 되살려 황 실장의 지나온 길과 겹쳐 보면 정책본부의 본격적 가동을 기점 삼아 롯데는 신동빈 체제에 맞춰 물갈이를 본격 추진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2002년경부터 원로 경영진들의 퇴진은 계속됐지만, 정책본부 출범 이후인 2004년 9월 일본 롯데 공채 1기인 임승남 전 롯데건설 사장이 일선에서 물러나는 상징적인 일이 일어났다.
나중에 역할과 비중이 바뀌지만, 고(故) 이인원 부회장이 애초 신격호 총괄회장쪽 사람으로서 신 회장을 견제하는 듯한 역할 모델을 갖고 있었다면, 황 실장은 애초에 신동빈 사람으로 정책본부에 영입된 젊은 피였던 셈이다.
황 실장은 2004년 롯데홈쇼핑, 2007년 롯데손해보험, 2008년 롯데정보통신 등 인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본부에서 신동빈 체제 구축의 친위조직 역할 못지않게 제국 확장의 측면에도 수완을 발휘했다는 얘기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황각규 실장(우측). ⓒ 뉴스1
때문에 황 실장의 역할, 더 나아가서는 황 실장의 경영혁신실이 어떤 역할과 성격을 갖게 될지 예측된다는 전언이 나온다.
정책본부가 과거 적폐의 상징이라는 오명을 모두 떠안고, 황 실장 지휘 아래 경영혁신실이 동주-동빈 형제 간 갈등, 그 이후 국면에서의 그룹 체제 구성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다시 말해 롯데그룹이 전근대적 경영시스템을 현대화하는 데 속도를 올리도록 콘트롤하는 역할을 황 실장과 경영혁신실이 맡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BU장 역할 조정 비롯, 부회장 못지않은 파워 발휘할 듯
부정적 평가를 받아온 형제 간 경영권 다툼 이후 신 회장이 공언했던 대로 호텔롯데 상장을 위한 본격적인 절차에 착수하는 등 변화를 위한 노력에 나선 점도 이 같은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호텔롯데의 상장 계획도 그의 오른팔로 통하는 황 실장이 지배구조 개선 특별팀에서 내놓은 방안이었을 것으로 재계에서는 보고 있다.
황 실장이 아니라면 향후 적어도 3~4년은 롯데를 괴롭힐 순환출자 해소, 지주회사체제 전환 등 이행을 제대로 진행할 수 없을 것이라는 평가가 있다. 이번 보직 발령 역시 이 같은 세평을 충실히 반영한 조치다.
이제 황 실장의 보좌를 통해 신동빈 체제는 성장을 위한 M&A 본격 추진을 다시 시작할 것으로 예견된다. M&A는 현재 롯데그룹을 재계 5위까지 올려놓은 주요 방법이자 황 실장의 특기 부문이다. M&A 문제와 함께 지분 문제, 그룹의 해외사업 진출도 다시 가동되는 등 그룹의 핵심 두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인사와 관련해 황 실장이 경영혁신실장을 맡으면서 부회장으로 승진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물론, 성사되지는 못했지만 롯데가 그에게 맡긴 위상만큼은 이인원 부회장의 그것에 버금갈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 인사로 그룹은 사업을 '유통·화학·식품·호텔' 4대 BU로 나뉘었다. 4대 BU장은 롯데 주력계열사 대표이사 사장들이 맡게 된다.
대등한 사장들을 아우르고 조정하는 역할을 하면서도 밀리지 않을 이력, 또 신 회장과의 거리가 가깝다는 문고리 권력이면 충분하다는 해석이 '부회장 승진은 아직 이르다'는 최종 결정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바로 이 요소, 즉 핵심 인사지만 측근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어떻게 차차 희석하느냐가 황 실장에게 주어진 과제다. 아울러 이는 그의 지휘로 움직일 경영혁신실이 정책본부와 어떤 다른 차별화 요소를 만들어 내는가를 결정짓는 열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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