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중국이 드디어 화장품업계의 금싸라기에서 대형 리스크로 바뀌고 있다. 지난 10월부터 중국 내 일반 화장품의 소비세가 폐지되고 고가 화장품의 세율은 30%에서 15%로 하향 조정되는 등 중국 특수가 기대되는 상황이지만, 업계에서는 오히려 대중국 수출 길이 막히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크다.
중국 정부가 올해 한국 식품과 화장품 등 소비재 규제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 한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문제에 대한 불쾌감 표시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2일 중국국가질검총국 등에 따르면 올들어 9월까지 한국산 식품과 화장품의 통관 거부는 148건이다. 지난해 전체 거부 건수인 130건을 이미 훌쩍 넘어섰다. 질검총국이 올해 1~9월 통관을 거부한 외국 식품과 화장품 사례가 2279건이라는 점을 감안해 봐도 문제다. 한국산 비중이 6.5%에 달한다는 이야기인데, 이는 지난해 전체 거부 건수 중 한국산 비중이 4.3%였던 것에 비해서도 급증한 것이다.
중국과의 교역 문호가 완전히 폐쇄되지는 않겠지만, 다른 방도를 찾아야 할 필요가 높아지고 있다. 다행히 이미 중국이 언제까지고 황금시장일 수는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다른 시장 진출을 타진하던 화장품 회사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화장품이 가장 많이 수출된 국가가 바로 중국이다. 2015년 기준 41.1% 비중을 차지한다. 전년(2014년) 29.6%보다 11.5%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이제 '적어도' 계란을 한 바구니에 몰아담는 상황만은 끝낼 때라는 확고한 위기의식이 업계를 다른 시장으로 뛰쳐나가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북미와 동남아 등 전방위 공략을 진행 중이다.
◆캐나다 진출, 이제 FTA 효과로 다시금 '퀀텀점프' 기대↑
이런 상황에서 우선 눈길을 끄는 시장이 캐나다다. 코트라 토론토무역관 자료에 따르면 국산 화장품의 캐나다 수출은 최근 4년간 6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작년 한 해 이미 우리 돈 301억원선의 수출 효과가 있었다는 것.
더 큰 성장이 기대되는 잠재력도 반가운 요소다. 지금까지 대캐나다 수출 주력군을 형성하고 있는 화장품 구성을 보면 로션과 보습크림, 마스크팩 등 스킨케어 제품이 92%로 대부분을 차지했다.아직 색조화장 등 다른 시장을 개척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인데, 특히 내년에 한·캐나다 자유무역협정(FTA) 3년 차를 맞아 화장품 관세가 전면 철폐되는 것이 새로운 도약 기회를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일본으로의 진출 노력도 결실을 거두고 있다. 특히 완제품 형태의 수출 노력도 볼 만하지만, 특히 연구·개발·생산(ODM) 형식으로 실리를 챙기는 중견기업의 약진도 눈길을 끈다. ODM 전문기업 코스맥스는 지난달 하순 일본 최대 화장품 기업인 시세이도그룹에 수출을 본격화하는 공급 계약 프로세스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코스맥스가 시세이도그룹에 주로 납품하는 것은 브랜드 '시세이도'와 '자'의 메이크업 제품. 특히 일본에서 선호도가 높은 안티에이징 제품과 CC크림, 유기농 화장품 등 다양한 신제품을 개발하게 돼 기술력 인정을 받았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국제적 화장품 메이커인 시세이도와 손을 잡게 되면서 우리 ODM 업체들이 원료 및 제형 등에서 아시아 뷰티 트렌드를 선도하게 되는 통로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베트남서 인기 높은 한국 화장품 '똗(tốt: 좋다)!'
한국무역협회는 5일부터 이틀간 코엑스에서 '제9회 해외마케팅종합대전'을 개최한다.
제53회 무역의 날을 기념해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대규모 판매망을 갖춘 유통 분야의 외국 바이어들이 대거 참가한다.

베트남 하노이에 진출한 스킨푸드와 더페이스샵 등 한국 중저가 브랜드 매장들. = 임혜현 기자
화장품 외에 다양한 아이템을 다루기는 하지만, 중국 외에도 인도, 인도네시아, 독립국가연합(CIS)의 유통업체도 여러 곳 참가한다는 점이 관심을 모은다. 우리나라 기업이 베트남에 설립한 이마트 베트남, 현대홈쇼핑 베트남 등도 현지에 판매할 제품을 찾기 위해 방한한다.
무역협회의 공식적 입장은 아니나, 일각에서는 중국과의 무역 문제가 사드 역풍을 맞고 있는 만큼 화장품 부문 등에 대한 배려가 여러모로 이뤄질 것으로 전하고 있다.
아울러 산업통상자원부와 코트라는 고급 화장품 등 프리미엄 소비재를 활용한 대베트남 수출 확대를 위해 지난달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2016 하노이 한국상품전'을 개최했다. 베트남 시장 개척을 희망하는 화장품, 생활용품 등 한국 중소기업 70개사가 참석해 베트남 바이어 300개사와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베트남 등 동남아에 우리가 눈길을 주기도 하지만 현지 바이어와 기업, 판매망 등도 우리에게 시선을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10월 베트남 호치민에 '이니스프리' 매장 1호점을 냈고, 말레이시아에도 1100억원을 법인을 설립, 교두보를 탄탄히 다졌다. 각종 중저가 브랜드, 즉 우리나라에서 '저렴이'라는 애칭으로 사랑받는 로드숍 중심 업체들도 베트남에 시범 진출, 사랑을 받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각개 전투도 눈길을 끈다. 충청남도 보령시는 11월에 베트남 천마니는 현지 화장품 관계 회사 담당자들을 초청, 머드팩 화장품의 우수성을 집중 홍보하는 자리를 가졌다.
베트남은 동남아 국가 중 인구나 경제 시장 크기, 정치적 안정 등에서 가장 우수한 수출 거점으로 꼽혀 이미 다른 영역들도 베트남을 기초 캠프로 확보하고 다른 동남아로 진출을 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 탄생 확정 직후 베트남 경제전문매체 VIR이 스스로 자국 경제 사정을 분석한 것에 따르더라도 "베트남의 거시 경제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안정적인 기반을 구축했고 정부의 안정적인 지원이 있다"는 것.
이렇게 FTA 등 주변 국가들과의 교류 방식 다변화와 현지 국가들의 경제적 사정을 십분 활용하려는 노력이 전개되고 있는 만큼 중국 리스크를 완전히 흡수하지는 못하더라도, 상당한 완충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예상도 나오고 있다.
과거 우리 무역업계가 대미 수출 의존도가 너무 높은 것을 바꾸고자 다양한 체질 개선 노력을 했던 점을 생각해 보면, 지금의 화장품 업계가 직면한 문제도 해결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기대다.
오히려 축적된 무역 노하우와 함께1980~90년대 당시보다 더 높아진 기술력, 제품 인지도와 한류 등 다양한 우군을 갖춘 화장품 부문의 돌파구 마련은 드라마틱한 성과를 빚을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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