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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찾기 패자부활전 vs 쪽지예산, 내년 나라살림은?

'최순실 예산 거르기' 전쟁에 '탄핵' 논의로 예산심의 중요성 밀려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6.12.01 16:01:16

[프라임경제] 그간 표류해온 예산안 처리 문제가 막판까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 등은 11월30일 회동을 통해 법정시한 내 처리를 다짐했다. 

하지만 격랑을 만난 정국은 예산 문제에 쏟아야 할 역량의 상당 부분을 잠식당할 것으로 보인다. 예산 심의와 결정은 국가 시스템 운영의 중차대한 기반이지만 최순실씨 국정 농단 의혹과 탄핵 추진 등으로 정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1일 박근혜 대통령이 빨리 퇴진할 경우 탄핵을 할 필요가 없다는 당론을 정했다. 이 경우 6월 조기 대선을 치르게 된다. 더욱이 민주당은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빨리 발의하고 이어 2일 중에 본회의 처리를 강행하자는 입장을 결정해 국민의당에 제안했으나 국민의당이 이를 거부했다.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의 이 같은 움직임으로 2일 중 탄핵 처리는 사실상 불발된 것으로 보인다. 탄핵안은 재적 과반(151명)이 안되면 발의 자체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꼬인 정국은 예산 심의와 결정 기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점쳐진다. 물론 이 같은 힘겨루기 상황이라도 예산안 통과는 이뤄질 수 있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르면 2일로 자동으로 부의, 예산안 처리가 논의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형식상 마감을 어떻게든 지킨다는 것 외에는 의미가 없어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예산안 심의 문제가 일찍부터 지장을 받아온 점을 감안하면 탄핵 이슈까지 더해져 정치인들의 관심이 다른 곳에 쏠리는 현 상황은 분명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국회의 전문성과 노력이 집중 발휘되지 않은 상태로 모든 공정이 마무리되는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순실 예산 필터링에 감액 심사 역량 낭비, 증액 심사도 '격랑' 만나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올해는 감액 과정에서 국회가 헌법이 보장한 국가 재정을 잘 통제해 권한을 행사, 줄일 곳은 줄이는 듯 보였다.

하지만 최씨와 그 주변 인사들의 전횡으로 예산이 배정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있는 부분을 추려내는 작업에 일부 정치인들이 지나치게 공을 들였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아울러 예산에서 빠질 수 없는 '지역구 예산 챙기기' 일명 '쪽지예산'이라는 구태도 재현됐다는 실망섞인 평가가 벌써부터 나온다. 일단 예산 증액 심사는 '효율성'을 이유로 공개에서 비공개로 전환, 진행됐다. 증액 심사에서 2017년 예산은 결국 40조원선이 증액된 것으로 알려졌다.

헌법 제57조는 '국회가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 항목의 금액을 늘리거나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법 제84조 제5항 역시 예산 증액 시 소관 상임위의 동의를 얻어야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리당략에 의해 선심성 예산을 더 얹어주는 이른바 쪽지예산을 금지하고 있는 규정들로 해석된다. 더욱이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방지법(일명 김영란법)이 시행에 돌입한 와중에 일찍이 10월 예산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가 쪽지예산은 '부정청탁'이라는 방침을 밝히고 나서 쪽지예산이 줄어들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예산 심사 기한도 촉박하게 다가왔을 뿐만 아니라 예산안에 대한 관심이 현저히 떨어진 상황을 맞았다. 여기에 누리과정 예산에서 정부가 양보하고, 야권은 법인세와 소득세율 인상안을 철회하는 빅딜 논의까지 불거지면서 그 집중도 저하는 정점을 찍었다.

때문에 증액 심사 단계에서 나눠먹기나 끼워넣기식의 졸속 진행이 이뤄지는 구태가 반복될 것이라는 지적도 일찍부터 제기됐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갈수록 쪽지예산 관행의 개선을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탄핵은 일시적 이벤트이지만 예산 구조의 잘못된 운영은 더 큰 부정적 영향을 국민에게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쪽지예산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일찍부터 제기돼왔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과거 쪽지예산 처리를 막기 위해 국회법 개정안을 냈던 것은 유명한 일화다.

모든 지역민원이 쪽지예산은 아니다…부산 내진 보강 사례 주목

물론 과거와 같은 극단적인 나눠먹기, 즉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무대로 여야 간 상임위원회의 증액 의견을 대부분 무시하고 감액 의견만 모은 뒤, 양당 지도부가 결정한 예산이나 일부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 같은 쪽지예산에 사용하는 총액 짜맞추기 방식은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절차의 투명성과 예산의 타당성, 공개적이고 체계적인 심의만 강조해서 쪽지예산 '죽이기'에 집중할 단계는 이미 넘어섰다는 평도 나온다. '교각살우'를 하기보다는 정당한 예산의 증액 심사가 쪽지예산으로 변질되는 것을 걸러내면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과거 예결위에서 활동했던 최재천 전 의원은 의정활동 당시 '여의도 일기'를 통해 "지역 SOC가 곧 쪽지라는 비판은 성립할 수 있나" "무작정 낙인을 찍을 게 아니라 객관적이고 냉정한 평가가 있기를 희망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부산광역시의 예산 신청액과 정부의 안건 처리 방침 간 시각 차를 보자. 해운대 해일위험지구 방재시설 설치나 공공시설물 내진 보강 안건은 각각 9억원, 175억원 배정을 지방자치단체에서 원했다. 하지만 정부안에서는 이것이 제외됐다.

해운대 건은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애초 방제시설을 만드는 구상을 아파트 값 영향 민원 등으로 배제됐다 뒤늦게 예산 편성 필요가 논의된 것이다. 따라서 부자 동네에서 새삼 잘못된 태도로 처리한 일을 바로잡는 데 드는 비용을 국민 혈세로 처리하는 게 맞냐는 지적이 따를 수 있다. 하지만 내진 비용 문제는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산은 일본과 가장 가깝고, 매립지 등 연약 지반 구역도 적지 않다. 따라서 시설물 보강이 필요한 상황이다.

바로 이런 점을 다시 검토하고, 정부안의 (잘못을 바로잡는다기보다는) 수정을 논의하는 자리가 증액 심사다. 실제로 전면 배제됐던 두 사안 모두 국회 증액 요구망에 걸려 기사회생을 할 기회를 부여받았다. 감액 심사보다 어찌 보면 더 어려운 과정이기도 하다.

결국 당리당략에 휘둘릴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고, 이번 상황처럼 각종 정치적 파장이 국회를 덮쳐 예산 관련 논의 엔진이 꺼지는 불상사가 드물게나마 일어날 수 있는 만큼, 방어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국회가 비공개 심의를 하든 어떻든 중간에 제대로 된 절충이 있었기 때문에 믿을 수 있다는 안도감을 국민에게 줘야 한다는 것. 심의와 조언을 할 수 있는 기구와 인력 마련을 탄핵 문제 마무리 이후에 모색해야 한다는 주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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