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백화점, 특히 오프라인 백화점의 독보적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규모 면에서 롯데와 신세계, 현대 등 이른바 빅3가 두드러진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대형마트부터 홈쇼핑, 인터넷 쇼핑몰 등 타 업태와의 경쟁이 치열해졌다. 이에 백화점 브랜드들은 명품브랜드 유치전이나 집약적인 콘텐츠 개발, 신사업 접목 등 다양한 생존 전략을 펼치고 있다.
백화점이 유독 돋보이던 시대는 끝났지만, 이같이 백화점과 타 영역의 접점과 역할 분담의 시대가 열리면서 백화점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는 '역설'이 일어난다. 여전히 전국 각지 시내 및 중심지에 우뚝 솟은 오프라인 백화점이 제 역할을 해야 다른 유통 영역의 힘이 제대로 가동된다는 것. 예를 들어 면세점의 발전을 위해서도 백화점 운영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상식은 그중 하나다.
단순히 유통업체 전체를 말하는(상장종목으로서의) 백화점(내지 유통)에서 좁은 의미의 백화점이 갖는 현재 실적과 상황 변화 전망에 많은 이들이 여전히 눈길을 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전국경제인연합회가 15일 연 '2017년 경제·산업 전망 세미나'에서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 원장은 소득 증가 부진, 가계부채 위험, 건설경기 둔화 등 내수 부진으로 3년 연속 저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수 추가 침체를 막기 위해 단기적인 경기 부양과 잠재성장률 제고, 경제 체질 강화를 병행할 필요까지 주문된 상황이다.
전형적인 내수 산업인 백화점에게는 달갑지 않는 환경이 될 전망이다. 수출입 비중이 낮고, 소득이나 금리(인플레이션 문제 포함), 성장률 등 경기 변수에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이기 때문이다.
백화점들은 그럼에도 실적 선방을 보이며, 내년 이후를 위해 구두끈을 고쳐 매고 있다. 증권가 등에서도 이번 3분기 실적에서 2강 1약 국면이 나타났으나, 백화점들이 지금보다 나은 미래를 맞이할 것으로 기대를 걸고 있다.
현재 나오는 평가들을 보면 우선 가장 중요한 배경은 일명 증축 효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이 신세계백화점 분석 보고서에서 "백화점 (부문은) 강남점 증축 후 수익성이 좋아 투자 효율이 만족스럽다"고 소개한 것이 대표적이다(그는 면세점 비용 일부 만회 가능성도 함께 논의했지만 여기서는 깊이 언급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뿐일까. 사실 매장을 무작정 늘려 제로섬게임 혹은 치킨게임을 펼치기에는 지금 백화점들이 직면한 내년도 경기 문제가 좋지 않다. 이런 와중에서 증축과 점포 증대 효과를 추구하는 이면의 계산법은 서로 다를 수밖에 없고 또 더욱 달라져야 한다. 아이디어 전략이 각양각색이라는 점에 더 눈길을 둘 필요가 제기되는 것이다.
◆신세계, 증축 효과 위에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새 방점 '콕'
우선 신세계의 경우, 특히 백화점 별도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42% 증가한 370억원으로 예상치(268억원)를 훌쩍 뛰어넘는 등 호조 상황이다(위의 9일자 대신증권 자료 등). 이를 이어가기 위한 고심 끝의 전략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고급화에 이어, 재미 즉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강화하는 움직임이다. 이런 점에서는 특히 신세계가 두드러진다.
신세계의 실적은 특히 올해 초 증축 오픈한 강남점 효과를 이번에 많이 봤다. 리뉴얼 이후 명품과 해외패션, 잡화 등의 매출이 급증해 전년 동기대비 25.8% 증가했다는 것.

신세계 대구점 아쿠아리움에 설치된 '360도 은어수조'. ⓒ 신세계백화점
롯데의 경우는 서울 최고의 백화점 지향 등을 통해 2017년 등 미래를 대비할 초석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신세계 강남점이 갖고 있는 서울 최대 간판을 롯데 본점을 증축함으로써 탈환한다는 것. 최근 서울시 중구청으로부터 증축 관련 심의를 통과했고, 이런 식으로 순조롭게 추가 절차를 진행하면 내년 상반기에 착공에 들어가, 2018년 하반기경 완공 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본다.
단순히 크기를 통해 이미지를 개선하겠다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는 대목이다. 다만, 그 효과를 추구하는 롯데의 속내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증축 완료 시 롯데 본점 영업면적은 현재 7만1000㎡에서 9만㎡로 넓어질 것으로 추측된다. 이와 함께 3분기 현재 롯데의 백화점 실적 상황이 다소 안 좋았던 이유를 겹쳐 보도록 하자.
7~8월 롯데백화점 부문의 기존점 성장률이 3%대로 회복되는 등 백화점 실적은 상대적으로 호조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3분기 매출액은 1조973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2.3% 늘었다. 반면 영업이익은 620억원으로 2.3% 줄었다.
식품이나 생활가전 등 마진이 낮은 상품군이 상대적으로 호조를 보이면서 수익성이 다소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풀이가 뒤따른다. 여기에 인건비 등 판매관리비가 증가해 영업이익이 줄었다는 해석도 붙는다.
문제는 롯데가 이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다. 위에서 잠시 언급한 경기 민감성 때문에 롯데뿐만 아니라 어느 백화점도 박리다매보다는 고급화를 지향하려 한다. 롯데는 더욱이 고급화 전략의 효시격이라는 평을 듣는다. 2005년 소공동의 본점 옆에 에비뉴엘을 열었다. 명품관을 별도 운영하기는 롯데가 최초다.
롯데로서도 지금 경제 사정에서 마진이 낮은 상품군이 상대적으로 호조를 띠는 것을 완전히 뒤집거나 이를 모두 버리는 모험을 할 수는 없다. 방법은 현재 안전판을 그대로 안고, 고급화 등 다른 전략을 구사할 방법을 모색하는 길을 찾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매장 확대는 오히려 다른 경쟁사업자들 대비 롯데에 더 절실하고 가장 유용할 수 있다.
◆롯데 '서울 최대 백화점' 깃발 탈환 모색, 현대는 내실
결국 본점에서 업계 최초 매출 2조원 돌파 뉴스를 만들며 승기를 잡는 것이 단순히 기선 제압 외에도 롯데에게는 큰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가장 적합한 구조와 상황을 잘 살리기 위한 선택이라는 뜻이다.

쇼핑의 중심 서울 명동에서 롯데가 벌써 크리스마스 장식을 시작했다. 성탄 장식 앞을 지나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 ⓒ 프라임경제
이미 롯데는 이를 감안, 대비해 점포 조직도 개편한 것으로 보인다. 잡화팀장·여성팀장 등 상품군에 따라 관리형으로 분류돼 있던 영업팀장을, 각 층을 담당하는 실무형 플로어장으로 전환했던 것.
관리조직을 슬림화한 대신 많게는 두 배가량의 인원을 현장으로 증원·배치한 효과를 끌어낸다는 것. 여기에 서울 한복판 본점의 증축 문제 등으로 넓어질 공간 배치를 통해 얻을 진열 개선 효과로 분위기 쇄신의 정점을 찍을지 주목된다.
그런가 하면 현대백화점의 경우는 이번 3분기 실적 호조를 이어나가되 한층 조심스러운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투자는 현대백화점의 하반기 매출액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4% 증가한 2조7930억원을 제시한 바 있다. 여영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백화점 업태의 구조적 위험을 상존하지만 현대백화점은 성장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익 개선도 현실화되고 있다"고 봤다.
현대백화점은 유통과 비유통(가구 등)의 투트랙으로 안정을 꾀해온 방식 기조를 일단은 갖고 가면서 유통의 꽃이자 그룹의 모태인 백화점을 가다듬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부지를 매입해 점포를 짓는 전통적 방식에서 벗어나 장기임차운영 전략을 구사해왔다. 최근 출점했거나 앞으로 출점할 예정인 점포 중 아울렛 4곳과 백화점 2곳이 이 같은 방식이다.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런 안정지향성과 효율성 극대화 노력이 바로 오늘날의 현대백화점 실적 호조를 가져온 요인인 점은 분명하다. 결국 현대백화점의 내실 경영은 불황기에 더욱 뚜렷한 성과를 가져올 금과 옥조로 당분간 애용될 것으로 보인다.
여의도 파크원 공간의 진출로 다소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기도 했지만, 더 이상의 무리수를 택하는 데 신중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롯데의 공간 강화와 현대의 그것이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렇게 다양한 수싸움이 치열하게 맞부딪히면서, 경제에 훈풍이 본격적으로 불 때까지 백화점들의 각축전은 계속될 전망이다. 소비자의 소비 관련 의식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만족시키기 위한 경쟁은 쉽지 않다.
자칫 불필요한 소모전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각자의 사정에 적합한 방식으로 외형 확대와 내실 경영,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노리는 아이디어 경쟁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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