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회사정리 거자필반] 남들 다 무기계약직 전환, 노조원만 예외?

합리적 이유 없이 불이익 처분으로 '정당한 기대권' 침해 인정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6.10.05 10:45:55

[프라임경제] 사람은 모이면 언제고 헤어지게 마련이고(會者定離) 헤어진 사람은 또다시 만나게 마련입니다(去者必反). 하지만 반갑게 만나서 헤어지지 못하는 관계도 있습니다. 바로 근로고용관계인데요. 회사가 정리(會社整理)해고를 잘못한 경우 노동자가 꿋꿋하게 돌아온 거자필반 사례를 모았습니다. 날이 갈수록 교묘해지는 징계나 부당노동행위를 극복한 사례도 함께 다룹니다. 관련 문제의 본질적 해결은 무엇인지도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사용자 주장: 안녕하세요? ◯◯마트입니다. 외국계 기업으로 한국에 진출, 현지 법률을 준수하면서 경영을 해왔다고 자부합니다.

저희는 최근까지 비정규직 직원들을 거의 대부분 예외 없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왔습니다. 6개월 단위로 갱신계약을 체결하다가 만 15개월이 경과하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호칭은 '사원'으로 함)로 변경합니다.

이처럼 고용창출에 적극적인 것은 한국에서 올린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적극적인 방침이기 때문이지, 경제 여건이 좋아서는 아닙니다. 실제로 모든 직원을 100%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이번에 전환이 안 된 비정규직 직원들의 경우에도 저희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전환 불가 통보 40여일 전에 지역본부장이 지점장들을 불러 '영업을 독려하라. 이렇게 실적이 나오면 목표에 미달하게 된다. 그러면 계약 상황을 이대로 안고 갈 수 없다'는 취지로 회의를 한 기록도 있습니다.

물론 그들이 근무평정이 아주 나빴던 건 아닙니다. 청색, 녹색, 황색, 적색 등급 중에 하나는 녹색, 또 다른 한 직원은 황색이었으니까요. 근무 평정이 나빠서 무기계약직 전환이나 계속 고용을 제외하는 것으로 내부규정에 정해진 적색 등급이 문제의 지점에 하나도 없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평정이 최하위 등급인 사람이 하나도 없다면, 그런 경우 누구를 비정규직으로 고용하고 누구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주고, 또 누구를 내보낼지는 전적으로 회사 재량이 아닐까요? 근로계약서상으로도 "재계약은 근무 성적, 회사의 인력 수급 사정 등을 고려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재계약할 수 있다"고만 정하고 있습니다.

무기계약직 전환을 안 해준 이유로 노조활동을 해서 그렇다고 주장하는 모양인데, 이 사람들은 노조 소속으로 회비를 월급에서 자동으로 떼는 명단에도 없었기 때문에, 저희가 노조원인지 어떤지 알 수도 없었다고요. 그러니 그들의 주장은 억지에 불과합니다.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을 못 해준 것도 미안하고, 더 나아가 아예 해고 대상으로 지목한 점도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사람을 줄이기로 한 건 부득이한 경영 사정이니, 고심 끝에 내린 저희 결정을 진정성을 믿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근로자 주장: 저희들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지 못한 배경이 노조 활동을 못마땅하게 여긴 회사 측의 횡포라고 의심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우리 회사 노조에서 지난 번 임금교섭이 결렬되자 잠시 쟁의행위에 돌입한 적이 있습니다. 이때 지점장의 지시로 파트장들이 피켓을 들고 매장 내부를 도는 노조원들의 뒤를 따라다니고, 채증 동영상을 찍는 등 압박을 한 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이번에 무기계약직 전환에서 배제된 직원들이 노조원이었는지를 회사 측에서 정확히 알았는지를 입증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해당 근로자들이 노조원이었다는 점은 공식적인 노조 조직표에만 없었다 뿐이지 이미 회사 측에 유출돼 알려졌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비정규직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 거절된 4명이 파트를 불문하고 '콕 집어' 모두 노조원이었거든요.

행여나 노조원인 것을 공공연히 드러낼 경우 무기계약직 전환에 불이익이 있을까 싶어서 감췄던 건데, 아무래도 명단이 새나간 것 같습니다. 어쨌든, 별도 노조 계좌에 CMS 계좌이체 방식으로 노조비를 보낸 기록이 있으므로, 노조 활동을 한 것은 확실합니다. 따라서 불이익 조치는 노조 탄압 의도가 있다고 보는 게 가능하다고 봅니다. '합리적인 의심'이라는 거죠. 따라서 근로기준법 제81조상 노조 관련 불이익의 전형적인 예로, 부당노동행위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또 무기계약직 전환이 재량이다 어떻다 회사 측에서는 이야기하는데, 전에는 근무 평정이 최하 등급인 경우가 아니고서는 사람을 내보낸 전례가 없습니다. 딱 하나 나간 적이 있는데, 그건 우리와 같은 파트타이머이긴 해도, 계산원·판매원 부문이 아니라 보안직원이었다고요.

그리고 근로계약서 이야기를 저쪽에서 하니 말이지만, 단체협약에는 "회사는 입사한지 16개월이 경과한 계약직 직원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 것으로 간주하고 호칭은 사원으로 한다"고 했습니다. 이것에 따르면 당연히 전환을 해 줘야 한다고 볼 수 있는 게 아닐까요? 이런 상황에서 아예 해고라니요, 말도 안 됩니다.

중앙2016부해266 사례를 참조해 변형·재구성한 사례

근로계약과 단체협약에 근로계약 갱신 또는 무기계약직 전환에 대한 근거 규정을 두고 있는 사례로, 다만 그 해석을 두고 다툼이 생긴 경우입니다.

사용자가 근무의 내용을 평가해 등급을 매기고, 면담 등을 통해 계약직 직원들을 근로계약 갱신 또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시켜왔는데 왜 유독 노조원들만 골라내서 여기서 배제했는가, 이것이 노조 탄압이고 특정인에 대한 부당한 인사 조치가 아니냐는 게 핵심 쟁점입니다.

여기서 근로계약서의 내용만으로 볼 때는 전환을 반드시 시켜줄 의무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단체협약에서 '전환한 것으로 간주'라는 표현이 상당히 강한 효과를 발휘한다는 점이 부당한 불이익이라 주장하는 근로자들에겐 해결의 실마리가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5:5로 팽팽한 가운데 노조원들만 골라내서 불이익을 준 점, 평소 노조 활동에 회사가 우호적이지 않고 견제하는 태도를 보인 점도 양쪽 발언과 자료를 보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최하위 평정을 받은 이가 없는 상황에서 윗등급들까지 고려 범위에 넣겠다는 자체는 회사의 재량일 수 있지만 우연히 감축 대상을 선정하고 보니, 노조원만 골라낸 셈이 됐다는 식의 주장에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죠.

아울러 감축 대상에 노조원만 들어가 있다는 점도 논쟁거리지만, 이를 처음부터 달리 볼 수도 있습니다. 4명이 감축 대상으로 정해진 이유 자체가 합리적으로 설명이 안 된다는 데 있습니다.

어떻게 감축 범위를 정한 것인지에 대해 경영 사정이라고만 할 뿐, 합리적인 범위 결정 근거를 중앙노동위원회에 회사 측이 제시하지 못한 것이죠. 사람을 줄이는 김에 노조원들을 몰아넣은 게 아니고, 아예 노조원들을 내보내겠다는 취지로 해고를 결심한 게 아니냐고까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존에 근무 태도가 나쁘지 않았던 직원들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무기계약직 전환을 했던 관행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 이렇게 되면 누구든 상식적으로 "아, 나도 이대로만 하면 무기계약직이 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겠어요?

이를 '기대권'이라고 합니다. 판례 중에도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 등의 표현을 쓴 예(대법원 2011.7.28. 선고 2009두2665 판결)가 있습니다.

문제는 이번에는 회사 밖으로 내몰린 근로자들이 구제됐지만, 회사에서 재량을 확보하기 위해 종종 비정규직 중 일부를 일부러 감축하는 등 근거를 마련하는 쪽에 맞춰 한층 교묘하게 인사관리를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든다는 부분입니다.

이는 결국 경제 사정이 좋아지고 정규직 일자리 증대 같은 질 좋은 근로환경이 조성되는 것으로 풀 수밖에 없지 않나 싶습니다. 우리 모두의 과제인 셈입니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