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깨달음 - 도한호(1939~)
아침 명상 중에 만물을 사랑해야 한다는
구체적 깨달음이 왔다.
밖을 내다보니 아름답지 않은 것 없고
세상이 다르게 보였다.
차가 이유 없이 네거리에 서 버릴 때도
내가 오히려 미안해 했고
쓰레기를 버릴 때도 그 동안의 협조를
고마워 했다.
아파트의 말썽꾸러기 아이들도
귀엽게 보이고
제임스가 빼앵빼앵 코 푸는 소리도
괜찮게 들렸으며
숟가락마다 옮겨 앉는 파리 한 마리도
그리 밉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아침 냉장고 문을 열 때
앞서 들어간 녀석이
닫을 때까지 미처 나오지 못했다.
나는 이번에는 실아 있는 파리보다
죽은 파리를 사랑하기로 결심했다.
<‘좋은 시절’ 중에서, 문학아카데미 시선 93, 1997>
지금은 대전의 어느 대학 총장이신 교수님의 시집이다. 이 시집 속의 많은 시들은 당시에 외국에 가 있을 때 썼다고 한다. 시들을 보면 시인이 미국의 어느 도시에 유학하던 때 쓴 것으로 보인다. 이 시 속의 제임스나 아파트의 말썽꾸러기 아이들도 그 때 미국에서 한 아파트에 살던 아이들일 것이다. 이 시를 읽으며, 때때로 내가 “*국 놈들” 하고 속으로 중얼거리기도 하는 그 나라 못된 어른들도 한때는 다 이런 아이들이었을 것을 생각하니, 싸잡아서 미워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래 전에 출간된 시집 속에서, 쓴 지 오래 되었을 시를 다시 한 번 꺼내서 읽으니, 감회가 새롭다. 특히 오늘 아침에는 이 시 속에서 “아침 명상 중에 만물을 사랑해야 한다는 구체적 깨달음이 왔다.”는 구절 때문에 오래 이 시 앞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아침 명상”을 하는 시인, 그래, 우리들이 아침에 잠시 명상을 하는 시간을 따로 가져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아침 명상”을 하는 사장님, “아침 명상”을 하는 김 대리, “아침 명상”을 하는 국회의원, “아침 명상”을 하는 아줌마, “아침 명상”을 하는 아저씨, “아침 명상”을 하는 대학생, “아침 명상”을 하는 대통령, 사람들이 이렇게 잠시 아침 명상을 하는 시간을 가진다면, 세상이 어떻게 될까? 이런 시간을 가진다면, 오늘은 어떤 일이 이익이 될까 하는 것을 먼저 생각하게 될까?
시인은 아침 명상 속에서 “만물을 사랑해야 한다”는 구체적 깨달음을 얻는다. 그리고 한껏 넉넉해지고 너그러워지고 여유로워진다. 시내버스가 정류장에 와서 서면 막 달려가서 타야 하는 것이 삶의 현실이라 하더라도, 잠시 이렇게 명상을 하면서 삶의 여유를 얻을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이 좀 더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시 마지막 부분에서 파리 한 마리와의 갈등이 재미있다. 귀찮은 파리가 냉장고 속으로 들어갔으니, 얼마나 잘 되었는가? 죽은 파리를 사랑하기로 했다는 시인이 참 일상적이고 평범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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