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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공산 택배시장, 먼저 선점하는 게 임자?”

반년 새 4곳 진출, 롯데 시장 진입설 ‘솔솔’

김훈기 기자 | bom@newsprime.co.kr | 2007.06.26 17:27:17
M&A 대어 ‘대한통운’ 인수전 연말경 본격화

[프라임경제]국내 택배시장이 4강 체제에서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물류업계 M&A(인수·합병) 대어인 대한통운 인수에 대주주인 STX팬오션과 금호산업이 출사표를 던졌고, 유통 빅3인 롯데쇼핑을 거느린 롯데그룹도 일본 쪽 컨설팅 회사를 통해 택배 진출을 타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SK는 대한통운 인수 의사를 부인했지만, 이미 5년 전부터 택배사업 진출을 준비해왔다고 한다.

지난해 말 신세계(쎄덱스택배)를 필두로, 반년 새 유진그룹(로젠택배), 동부(동부익스프레스 택배), 동원그룹(KT로지스택배) 등 4곳이 택배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대한통운 외에 기존 현대택배·한진택배·CJ GLS는 마음이 편치 못하다. 롯데의 진출도 물량 감소라는 측면에서 부담스럽다. 신흥 4강인 유진·동부·신세계·KGB에다 롯데와 SK가 진출하게 되면 1위 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해진다. 바닥 수준인 택배 단가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한통운을 흡수하는 기업은 업계 1위이자 기존 4강체 제에 그대로 편입된다. 모기업 물량까지 휩쓸게 되면 시장의 선두자리를 굳힐 수도 있다.

롯데의 자회사 설립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유통 빅3를 보유한 롯데의 막대한 물량이 시장에서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업계에서는 롯데쇼핑 물량만 해도 기존 4강 구도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한 택배회사 관계자는 “향후 택배시장은 대기업 각축장이 될 것이다. 가장 큰 빅뱅은 대한통운 M&A다. 시장 판도가 이번 M&A에 걸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롯데 진출역시 관심거리다. 외부 노출을 막기 위해 일본계 컨설팅업체에 의뢰해 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조만간 계획이 가시화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대기업들 왜 뛰어드나?

대기업이 택배업에 뛰어드는 가장 큰 이유는 매년 시장이 15~20%씩 성장하고 있음에도 절대강자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택배시장은 대한·현대·한진·CJ 4강 구도에 우체국이 뒤를 쫓는 구조다. 이들이 전체 택배물량의 60%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나머지는 지역 로컬업체와 중소업체가 차지하고 있다.

기업들이 물류산업에 관심이 높은 것도 이유다. 이미 택배사를 인수했거나 진출을 노리고 있는 곳은 대부분 유통이나 물류와 관련 업종을 보유했거나 경험이 있는 곳이다. 전국 네트워크가 필요한 기업들로서는 단시간에 전국망을 보유할 수 있기 때문에 택배사에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다.

◆악화일로에 놓인 시장 상황

현재 30%이상 시장을 점유한 곳이 없어 자본과 물량을 확보한 대기업들의 진입으로 지각변동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매년 15~20%씩 성장해 지난해에 전체 매출이 2조를 기록했지만 외부에서 보는 것과 달리 경쟁으로 단가 하락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국내 4대 택배회사들의 평균 단가는 2003년 3400원에서 2006년 2700원으로 하락했다. 올해 상반기는 이보다 낮은 2500원선이다. 채 4년이 못돼서 1000원 가까이 내려갔다. 반면 실제 거래에서는 2000원대라는 게 정설이다. 인터넷 오픈마켓을 중심으로 초소형 택배는 1400원대까지 내려갔다고 한다.

결국 배송수수료와 집하수수료, 간선운송비 등의 단가를 줄여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는 바로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한 택배회사 관계자는 “벤치마킹 대상이던 일본보다도 택배비가 낮다. 평균 단가가 2500원 미만인 곳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문제는 단가만으로 택배회사를 정하는 화주다. 회사는 갈수록 경영난을 겪고, 화주는 질 나쁜 서비스를 받게 되어 소비자로부터 외면 받게 된다. 공멸하자는 것밖에 안 된다”며 기형적인 시장 구조를 꼬집었다.

택배관련 법령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또, 2004년 화물연대 파업으로 정부가 올해 12월까지 증차를 중지한 것도 중소형 화물차에 한해 제제를 풀 필요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 배송기사 한 명이 100건을 처리했다면, 지금은 150~200건 정도를 처리한다. 명절 때는 새벽 2~3시까지 일한다. 그런데도 관련법 하나 없다. 증차만 허용해 도 서비스도 좋아지고, 일자리도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살생부’ 택배시장서 살길은?

중소업체들로서는 특별한 차별화 전략을 세우지 않는 이상 살아남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자본과 수익을 바탕으로 한 차별화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최소한의 투자는 피할 수 없다.

원가절감도 병행돼야 한다. 경쟁구도가 심화돼 있기 때문에 떨어질 대로 떨어진 단가는 오르기 쉽지 않다. 결국 처리 물량은 늘이고 운영원가는 줄여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

해외 진출도 필요하다. 2000년까지만 해도 국제 택배 4사가 국내의 해외택배를 90%이상 점유했다. 한진을 제외하고는 해외망 확보가 어려워 진출할 엄두를 못 냈다. 현재는 대형사를 중심으로 해외 택배를 준비하고 있거나 진출을 계획 중이다. 시장 확대라는 측면에서도 해외진출에 힘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3자물류 활성화도 중요하다. 택배사는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할 수 있고, 화주는 택배사의 수익성이 높아져 서비스가 개선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최근 들어 증가 추세라 하지만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3자물류를 이용하는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는 등 정부 지원도 필요하다.

◆전망 혹은 미래

국내 택배시장의 모태는 일본이다. 벤치마킹 대상이던 일본은 우리보다 약 15년가량 앞서 있다. 현재 일본의 시장 상황이 15년 후 우리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말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은 30여 곳이 군웅할거 하던 상황이었다. 지금은 야마토·사가와·일본통운이 전체 시장의 83%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도 같은 상황에 직면할 공산이 크다. 그 전조가 작년 말 대기업들의 택배사 설립으로 표면화됐다. 규모의 경쟁이 치열한 택배업계에서 자본과 유통망을 갖고 뛰어드는 대형 업체를 중소업체가 감당하기란 쉽지 않다.

‘제 살 깎아먹기’라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오고 있지만, 국내 택배시장이 대형사를 중심으로 재편되기 전까지는 단가 낮추기 경쟁이 더더욱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산통’이 그치면 일본과 같이 몇몇 대형사들이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들의 요구도 다양해져 지금과 다른 형태의 택배서비스가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조경철 로젠택배 대표는 ‘택배산업 시장전망’ 논고에서 “4~5년 후 택배시장은 웰빙을 추구하는 생활패턴으로 냉동·냉장택배와, 맞벌이·독신가구 증가로 휴일·야간택배 요구가 증가할 것이다. 2010년 이후 택배시장 포화에 대비해 취급하지 않았던 화물을 취급하려는 시도가 발생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일본의 경우처럼 정기간행물이나 DM·서류·신용카드 배송 물량이 늘어나고 결국은 우체국과의 경쟁구도가 형성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실제로 일본 야마토택배의 냉동·냉장화물 취급 비용은 지난 2월 기준으로 12%를 넘고 있다. 우편은 17억 통에 달한다. 사가와는 5억 통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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