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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보다 월등한 레이저장비로 '서바이벌스포츠' 새 지평

명중부위 파악 관리, 사물인터넷 기술 시스템 적용…미군 전투력 평가용 장비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6.05.26 16:55:46

[프라임경제] 언덕 너머 표적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자 그가 쓴 헬멧에서 '삐~' 하는 소음과 함께 빨간 불이 깜박이기 시작했다.

'멀가중 멀가중 멀중가중(표적의 거리에 따라 격발요령을 몸에 익히게끔 만든 훈련순서. 총알이 포물선 운동을 하기 때문에 거리에 따라 오차 범위를 잡기 위해 겨냥할 위치를 조금씩 조절해야함을 교육시키려는 것)'도 가물가물한 상황임을 감안하면 훌륭한 성과였다. 그렇다고 '삐꾸(잘 못 맞은 공을 말하는 야구계 은어)'로 맞은 것도 아니고 총이 몸에 붙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느새 처음 총을 받으면서 막상 필드에서 영점이 제대로 안 맞으면 어떡할까 했던 걱정은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게임에 참가한 기자들은 "페인트볼이나 BB탄 총기를 쏠 때처럼 보안경을 끼지 않아 불편함이 덜했다"고 평가했다. 경기 중 레이저를 맞으면 착용 조끼에서 큰 소리가 나거나 팔이나 다리에 착용한 밴드에서 전류가 발생해 '킬(kill)'을 알려준다. ⓒ 프라임경제

페인트볼이나 BB탄 총기를 쏠 때처럼 보안경을 끼지 않아 불편함이 덜했다. 철모를 쓰고 실총과 유사한 무게의 총만 들고 뛰는 사이 절로 군대 시절로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을 무렵, 배에 두른 통증반응장치에서 한의원 전침치료 같은 찌릿한 통증이 와 깜짝 놀라 몸이 움츠러들었다. '킬(kill)' 된 것이다.     

미군 훈련용 장비로 높은 신뢰도…세계 마니아들도 인정

총이란 너무 맞지 않아도 문제지만, 실수로 맞추는 것처럼 난감한 상황도 없다. 이번에 대한서바이벌스포츠협회(회장 김영현)에서 선보인 장비를 들고 실전에 참여해 본 기자들은 '영점 유지(여러 발 사격한 후에도 한 번 맞춰놓은 영점이 흐트러지지 않는 것)'는 잘 되는 것 같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대한서바이벌스포츠협회가 이번에 마련한 최신 장비는 현재 미군이 일반 훈련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장비로, 실제 총기와 무게나 질감이 같은 것부터 게임용, 어린이완구용 등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 프라임경제

이 장비는 미국에서 수입된 적외선 조준 모의총기로, 페인트볼이나 BB탄을 사용하는 것보다 명중 사실을 다른 사람도 쉽게 알 수 있게 해 종합 관리가 가능하다. 총알 날아오는 게 보인다고 할 정도인, 큰 페인트볼의 느린 탄속 때문에 리얼리티가 떨어지는 점도 피할 수 있다. 아울러 BB탄으로부터 눈을 지키기 위해 보안경 등을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뛰고 구르는 데에도 한층 유리하다는 게 장점이다.

"미군에서 훈련용으로 사용하는 장비를 그대로 써 보신 겁니다. 세계 각국에서 마니아들이 이 총을 사용해 게임을 합니다. 자료를 세계적으로도 모두 모아 집계가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지만 정확성 면에서 탁월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죠. 지금까지 누적된 세계 기록을 보면 6만8000킬(kill)을 기록한 사수가 있습니다. 그간 통계를 보면, 이 사람은 한번 방아쇠를 당기면 정확도가 80%는 되는 걸로 나옵니다."

한 학생이 완구용 장비를 착용하고 시연하고 있다. 장갑처럼 생긴 장비를 움켜쥐고 버턴을 누르면 레이저가 발사된다. 각종 기능은 총기류와 동일하다. ⓒ 프라임경제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다양하고 큰 데이터가 누적될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다는 점에서 믿음이 가지만, 명중률까지 나오는 것은 놀라웠다. 그 배경은 통제실에 들어오자 관리자가 보여준 노트북에 담겨 있었다.

본지 기자 6명이 실제로 이 장비를 체험하기 위해 태릉사격장에서 다양한 콘셉트로 교전을 벌였다. 게임 내내 맞수였던 본지 김병호 기자와 이윤형 기자 간의 1:1 대결에서 누가 서로 어디를 먼저 맞췄는지 대조가 가능했다. 맞고 맞힌 상황은 물론, 명중 부위를 바로 파악해 관리하는 것은 사물인터넷 기술이 시스템에 적용된 덕이다.

현역군인 시절 훈련용으로 레이저총 장비를 사용해봤다는 노병우 기자는 "군대에서 쓰던 장비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이번 장비의 성능은) 월등하다"며 "현역군인들뿐 아니라 예비군들도 이런 장비로 훈련을 하면 재미도 있고 훈련효과도 커질 것 같다"고 말했다.

페인트볼 서바이벌스포츠를 즐겨봤다는 임재덕 기자는 "사물인터넷 기술이 접목된 점 때문에 게임을 매우 다양하게 프로그래밍 할 수 있어 놀라웠다"며 "경기 성과를 다양하게 기록할 수 있는 점도 큰 장점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기자들이 펼친 교전의 실적들을 살펴보니, 가슴에 맞거나 팔에 맞은 것으로 표시되는 등 다양했다. 게임 규칙을 정하기에 따라서는 팔을 접거나 다리를 끌면서 돌아다니게 할 수도 있다는 설명 내용이 다시 떠올랐다. 

10발, 20발 하는 식으로 시간 내 사용 탄알 수를 제한하면, 이런 데이터가 고스란히 체크되기 때문에 그야말로 '원샷원킬(100% 가까운 명중률)' 사수인지 엄청나게 쏴야 한번 맞출 수 있는지도 특성 파악이 가능하다.

선수들의 게임 데이터를 체크해 각각의 기록을 항목별로 누적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평가를 도출해낼 수 있다. 사물인터넷 기술 등이 적용된 덕이다. 실제로 미군 전투력 능력 평가에 이용되는 장비이기 때문에 시스템의 완성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 프라임경제

미군에서 일반 훈련용으로는 물론, 좁은 공간에서 '원샷원킬'을 요하는 대테러훈련 시에도 이 장비를 사용하도록 한다는 설명이 빈말이 아닌 비결이다.   

작은 나무와 풀이 우거진 넓은 공간을 누빈 실적이 고스란히 나타나자 1인칭 슈팅게임(FPS)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편하게 즐길 수 있는 FPS와 실제로 뛰어다니며 아웃도어 스포츠가 결합하는 일이 가능할까.

협회 관계자는 "작은 통제장치 하나로 1.6km 거리 범위(직경)를 관리할 수 있다"면서 "만일 선수 간 1:1 교신에 문제가 생겨도(즉 서로 총을 쏘고 맞는 정보를 주고받는 데 문제가 생겨도), 진행범위 내에 광대역 매시망이 가동되는 셈이기 때문에 전혀 지장이 없다"고 설명한다.     

참고로 한강을 가로지르는 마포대교 길이가 1.39km. 여의도공원 길이가 약 2km라고 하니, 예를 들어 여의도공원을 무대로, 실감나면서도 전혀 위험하지 않은 서바이벌전을 즐기는 것도 가능하다.

이런 성능 자신감은 현재 우리 육군에서 사용하는 국산 교전훈련장비(마일즈)가 공포탄 감지율에서 기준에 15%가량 미달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더 두드러진다. 감사원이 근래 적발한 바에 따르면 공포탄 100발을 쐈을 때 허용 오차는 1발 이하 즉 100±1%여야 하지만 현재 납품비리 장비는 83.8∼92.8% 수준으로 성능 미달이었다.

아울러 이번에 협회에서 미국 장비를 사용하는 데 눈길을 돌린 데에는 국산 군납품의 경우 사격을 많이 해도 오발 가능성이 생기지 않도록 해 주는 영점 유지율에서 큰 문제가 발견됐기 때문이라는 한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방산비리 군용품보다 우수한 성능이 가족참여 물꼬 기대감
 
"실제로 페인트볼이나 BB탄을 쏘는 것처럼 위험하지 않기 때문에 보안경 같은 보호장비를 갖추지 않아도 되고요. 참여자가 아닌 일반 시민들도 많은 공간에서도 즉시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총 모양을 보고 놀라는 사람이 있다면, 우주전쟁 영화 같은 데서 나오는 레이저건을 손에 끼우고 할 수도 있지요."

협회가 이처럼 우수한 장비를 도입한 배경이 바로 이 가족용 장비로 충분히 설명된다. 기존에는 서바이벌게임, 혹은 서바이벌전이라고 해서 밀리터리 마니아들이 즐기는 것으로 한정돼 있었다. 호전적이고 전투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것이다.

더욱이 앞서 방산비리 같은 문제도 언급했지만 장비에 완벽을 기할 수 없었기 때문에 막상 먼 거리, 넓은 면적을 범위로 잡고 자연을 배경으로 즐긴다는 의미를 부여하는 데에도 제약이 뒤따랐다. 결국 그간에는 가까운 거리에서 숨고 쏘는 식으로 제한된 전쟁놀이 그것도 '실감난다'고 자부하기엔 한계가 불가피했다.

하지만 성능 면에서 이런 한계가 극복되고, 더욱이 총을 쥐어주는 대신 어린이들이 좋아할 법한 미래형 도구도 사용할 수 있게 됨으로써 그야말로 넓은 공간에서 아웃도어 스포츠로 즐기는 면이 앞으로 더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협회가 지난 연말 충남 공주시 등과 서바이벌 테마파크 추진 협약을 맺는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관심을 보이는 것도 장비 성능의 향상이 오히려 서바이벌게임을 평화롭고 가족적인 서바이벌스포츠로 변화시키는 '역설' 때문에 일어난 효과다.

캠핑 같은 아웃도어 아이템이 소수의 전유물에서 사람들에게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취미로 사랑받는 상황을 겹쳐 보면, 이 같은 작은 변화가 전혀 새로운 놀거리의 탄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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