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거론한 근로자의 경영감시 법제화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김 대표는 최근 대우조선해양 노조와 만난 자리에서 일부 단서를 달기는 했으나 이런 밑그림에 대해 언급했다.
20대 총선에서 제1당 위치를 잡은 더불어민주당 주요인물이, 그것도 현행 헌법의 경제민주화 담론을 짠 것으로 회자되는 인물이 내놓은 발언인 만큼 립서비스 이상의 파괴력을 가져 상당한 마찰 원인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일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목전에 다가온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일명 원샷법) 발효, 그리고 이를 통한 해당 산업의 효율화 추진 전반에 제동을 거는 요소가 되는 것은 물론 경제 전반에 경색을 일으킬 가능성도 대두된다.
이번 제도는 독일의 근로자 경영참여제도를 사실상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나라에서는 근로자 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을 통해 30인 이상 사업장이면 노조 유무와 상관없이 의무적으로 노사 협의회를 두도록 한다. 사측과 근로자들이 이를 통해 경영 성과와 사업 계획 등을 공유한다. 노조 또는 근로자 대표가 직접적으로 경영에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은 인정하지 않는 제도다.
그럼에도 현재 일부 기업들은 사실상 변칙적인 경영참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와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 3월 727개 업체의 단체협상 내용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전근 등 배치 전환 시 노조 동의 절차를 거치게 하는 곳이 4.0%에 달했다.
경영상 이유에 의한 정리해고 시 회사의 분할·합병·양도·휴폐업 등 기업 변동 시 노조의 동의 또는 합의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사업장도 10% 이상이었다. 중요한 판단과 결정에 노조 역할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경영참여에 대한 공략은 계속되고 있다. 예를 들어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10여개 주요 계열사 노조는 국내 ·외 생산이나 투자 확대, 부품사 육성 등에서 노조가 참여하는 미래전략위원회를 그룹 차원에서 구성하자고 주장할 태세다.
바꿔 말하면, 현대차노조가 그간 금단의 영역으로 남겨뒀던 해외 생산량 간섭 카드를 다시 꺼내고, 그룹 전반의 미래전략에 계열사 노조들이 함께 참여하는 등 여러 퍼즐 조각을 맞춰보면 현대차그룹 전반의 경영권 행사에 상당한 제약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동안에도 독일처럼 제도가 명시적으로 마련된 근로자 경영참여의 나라 못지 않은 여러 변질 움직임이 있었는데, 아예 근로자의 경영감시 제도 마련 발언이 정치권에서 나오면서 그 속도가 가속화할 전망이다.
그러나 최준선 성균관대 교수(상법)가 한 행사에 참여한 자리에서 독일식 제도에 대한 회의적 견해를 내놓은 바 있다. 최 교수의 말을 빌리면 유럽 계량경제학의 연구결과가 독일식 제도에 따른 근로자이사참여제도의 효용성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1982년부터 2011년까지 발표된 28편의 실증연구논문 중에 '노동이사'의 임명으로 주가나 회사의 성장에 유의미한 결과로까지 이어졌다는 분석을 한 경우는 겨우 10편 정도였고, 11건에서는 어떠한 유의미한 효과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최 교수는 언급했다.
아울러 일부 부문에서는 긍정적(예컨대 평균임금)이나, 다른 면(시장가치)에서는 부정적이라는 분석도 나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근로자 경영참여의 존재와 기업 성과 사이에 명확한 효과가 존재하는지 의문이라는 것.
심지어 독일에서도 이에 대해 불만이 없지 않으며, 유럽연합(EU)에서도 이 독일식 제도의 역내 전파에 적극성을 띠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EU는 유럽직장협의회지침(1994년), 유럽법인에서의 근로자 참여에 관한 지침(2001년)과 국가 차원의 정보 제공 및 협의를 위한 최소규정에 관한 지침(2002년) 등을 제정했다. 다만 이는 노조가 경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구체적인 법적 도구'는 아니라는 평가다.
예를 들어 EU는 2002년 지침을 통해 근로자들이 회사의 정보를 제공받고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은 그렸으나, 결국은 각 회원국이 자국 상황에 맞게 적용할 것을 전제로 하는 지침 성격에 그쳤다는 것.
오히려 일부 독일 기업들이 EU 시스템을 활용해 유럽주식회사(Societas Europae, SE)로의 전환에 나서는 등 근로자 경영참여 등 불리한 족쇄를 깨고자 독일 시스템을 버리는 경향까지 나타난 바 있다.
사정이 이러니 독일에서도 논란이 있는 근로자 경영참여를 변질해 수입하는 것에서 아예 제도 공식화까지 논의되는 상황에 충분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독일은 기업의 90% 이상이 유한회사(주식회사는 1%에 불과) 형식이나 95% 이상의 기업이 주식회사의 틀을 택하는 한국은 이런 제도에 대한 반감이 경제적 악영향으로 미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해관계자에 의한 자본주의와 주주 자본주의 사이의 갈등 와중에 설익은 독일식 제도로의 질주가 자칫 자본 이탈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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