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1989년 체인화 편의점 1호점이 탄생한 이래 급속한 성장세를 타며 2007년 1만 점을 넘어섰다. 전국 1만개의 편의점을 찾는 고객 수는 510 여만명, 국민10명 중 한명은 하루 한번 이상 편의점을 찾을 정도로 편의점은 우리 사회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 점주들의 한숨과 고통이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프라임경제>는 본사와의 갈등에서 약자가 될 수밖에 없는 편의점 점주들의 한숨과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집중 취재했다.
장사 안되면 8000만원 물고 나가!
편의점 업계 점주들이 무너지고 있다. 편의점 업계의 병폐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지만 업계 특성상 점주들 간에 한 목소리를 기대하기 어렵고, 이로 인해 편의점 업계 내부는 곪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계약서에 서명하는 순간 노예가 되겠다고 서약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게 M편의점을 2년 간 운영한 지승현(가명)씨의 한탄이다.
지씨는 지난 2005년 전 재산 1억원을 털어 편의점을 창업했다. 당시 본사 직원은 일 매출 150만원, 로열티를 제하고 월 500만원을 가져갈 수 있다고 약속했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순수익 500만원이라고는 하지만 매 번 장사가 그렇게 되는 것도 아니었고 실제로 500만원을 받는다 해도 전기세, 수돗세 등 공공요금 뿐 아니라 아르바이트 비를 제외하고 나면 내 손에 들어오는 금액은 100만원도 되지 않을 때가 많았다”고 지씨는 말한다.
| 편의점 창업 결심에 큰 영향을 미치는 상권조사. 하지만 경실련이 조사한 결과, 본사가 제시한 일평균 매출액과 실제 매출액에는 큰 차이를 보였다. | ||
이어 그는 “창업 당시 본사가 약속한 일 매출을 달성해 본 적도 없고, ‘사장님’ 소리 들으면서 겉으로는 깔끔해 보이지만 혼자서 17시간 일해 본 적도 있다”고 토로한다.
이는 편의점 점주가 좀 더 나은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일 매출을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출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아르바이트 비를 줄여야 하기 때문인데, 이로 인해 많은 점주들이 건강을 잃는다고 한다.
결국 과도한 근무로 건강 악화와 지지부진한 일매출에 지씨는 폐점을 요구했지만 본사 측은 위약금 6000만원을 내세우며 지씨를 압박했다.
이에 지씨는 “점포에서 장사가 되지 않으면 본사의 손해도 당연 할 텐데 본사는 위약금을 물라고만 했다”며 “투자금 날린 것도 모자라, 위약금까지 물고 나면 우리 가족들은 길거리로 나 앉으라는 거냐”며 하소연 했다.
업체, 가맹형태, 운영기간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본사가 제시하는 위약금은 과도하다는 게 점주들의 불만이다.
지씨처럼 본사가 점포를 임대해준 순수 가맹점의 경우 계약기간을 만료하지 않은 채 해지를 요구하면 계약기간 동안의 임대료, 창업 당시 인테리어 비, 동산 계약금 등이 포함되면 위약금은 터무니없이 높아진다.
실제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이 지난 2005년 편의점의 현황과 실태 파악을 위해 가맹점주 258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편의점 계약해지 시 본사가 요구하는 위약금이 5000만원에서 7000만원 사이(82명, 31.9%)가 가장 많았다. 또, 1000만원에서 3000만원 사이가 그 뒤를 이었고, 1억원 이상을 요구하는 경우도 6.6%를 차지했으나 위약금이 없다고 대답한 사례는 5.4%(14건)에 불과했다.
| 경실련이 2005년 편의점 점주 258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점주 60% 이상이 월 150만원 이하를 벌어가는 것으로 밝혀졌다. | ||
과도한 위약금을 물지 못한 지씨는 결국 아르바이트생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15시간 이상을 근무했지만 알바 비, 로스금액. 폐기금액 등을 제하고 나면 손해를 보는 장사를 시작하게 됐다.
지씨는 “15시간 씩 아르바이트 하면 200만원은 넘게 벌 수 있는 세상인데, 내 돈 1억 투자해서 내 15시간 씩 일을 해도 70만원, 80만원 벌어가는 게 고작이었다”고 한탄했다.
이 같은 현상은 편의점 마다 다소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대부분의 체인점화 된 편의점의 경우 1000만원의 매출이익이 발생할 경우 본사 로얄티로 350~400만원 가량 제하고 점주에게 650~600만원을 지급한다. 여기서 점주는 기본적으로 로열티와 임대료, 공공요금, 알바 비, 로스금액(분실에 따른 손해액), 폐기금 등을 부담하면 실제 소득은 150만원도 안되는 곳이 많다.
지씨는 마지막으로 “적은 비용으로 창업할 수 있어 현혹되기 싶지만 계약서에 서명하는 순간 본사의 노예가 되는 것”이라며 “장사가 되지 않는데 아무런 대책 마련 없이 위약금만 물리려는 행태가 하루 빨리 개선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명절이 두려운 '점주들'
편의점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해 10년 째 편의점 일을 하고 있는 김지섭씨(가명). 김씨는 화이트데이나 추석 등 명절과 행사 때가 되면 죽을 맛이라고 한탄한다.
김씨는 “어느 누가 편의점에서 40만원이 넘는 소고기 선물 세트와 10만원이 넘는 영양제 선물세트를 사겠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5월 8일 어버이날에 들어 온 영양제 13세트 때문이다.
김씨가 더욱 억울해 하는 것은 행사 때 들어오는 제품은 대부분 반품이 되지 않아 팔지 못했을 경우 점주가 손해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업계 측은 행사 때 들어가는 제품은 반품이 되지 않는 대신 마진율이 높다고 설명 하지만 판매 자체가 많지 않다는 데서 불만의 목소리는 더욱 커진다.
실제로 이번 어버이날에 들어온 영양제 세트는 점주의 지인들이 도와준다며 7개 정도 판매 됐으나 나머지는 집안 구석에 고스란히 놓여 김씨의 애를 태우고 있다.
행사제품에 대해 본사 측은 점주와 에세이 간의 친밀감을 강조하며 1시간 이상씩 상의한 후에 결정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김씨는 그게 어떻게 상의냐며 반박한다. 만약 거절하면 자신의 점포에 돌아오는 불이익이 두려워 어쩔 수 없이 감수한다는 것이다.
“에세이들이 점포 찾아와서 꼬투리 잡으려면 유리창 얼룩, 캡 미착용 등 수 십 가지도 잡을 수 있다. 그런 식으로 밑 보이면 지원금 차단은 시간문제이고 심각할 경우에는 계약 위반으로 해지 될 수도 있는 상황인데 어떻게 거절하겠느냐”는 게 김씨의 반문이다.
또, 본사가 할당량까지 내려가면서 행사제품을 내놓는 이유는 해당업체에서 지급하는 장려금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 편의점 관계자는 “매 달 장려금 명목으로 본사 측에 100억 원 가량이 장려금 이익이 발생하지만 점포에서 판매되는 물품의 매출 원가를 낮춰주는 등으로 쓰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안티편의점 운영자 김복순씨는 “점포로 들어오는 담배장려금까지 본사와 6:4로 나눠서 지급받고 있는 데 왜 본사는 이 같은 사실에 대해 정보공개는커녕 로열티를 지불하며 점포를 운영하는 점주들에게 아무런 혜택이 돌아오지 않느냐”며 “본사가 도매업이라면 수익배분이 이뤄지지 않아도 되지만 우리는 가맹점인데도 불구하고 어떠한 혜택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편의점 협회 측은 강매사실에 대해 “절대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일축하며 “몇 몇 점포에서 이뤄질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편의점에서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경실련이 2005년 당시 설문조사한 결과 258명의 점주 중 236(91.5%)이 특정 상품의 발주 강요나 일방적으로 상품이 발주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현재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명시된 가격의 구속, 거래 상대방의 구속, 구입의 강제 등을 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으로 분류하고 금지하고 있다.
이 같은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는 불공정 거래에 대해 경실련 윤철한 부장은 “그동안 편의점 업계 뿐 아니라 프랜차이즈 업계 전반적으로 질적성장보다 양적성장에만 치우쳐 왔다”며 “불공정 거래를 법적으로 차단하는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작년 공정위에 의해 입법 발의됐는데, 하루 빨리 국회를 통과해 더 이상 피해를 보는 사람이 없게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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