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인사이드컷] '흐르는 상권' 극복한 야시장, '나만의 아이템'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6.03.14 15:45:09

[프라임경제] 늦은 시간대, 음식이나 이색적인 소품들을 살 수 있는 야시장이 재래시장 상권 부활의 키워드로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행정자치부의 야시장 공모사업 등 노력이 빚어낸 결과인데요, '야시장 1호'라는 타이틀을 자랑스럽게 내걸고 사람들을 모으고 있는 '부산 부평 깡통 야시장'을 위시해, 2호 '전북 전주 남부시장 야시장' 등이 등장했지요. '전남 목포 자유시장 내 남진 야시장'은 유명 가수의 이름을 사용해 지역 출신 인사에 대한 애정을 엿보게 합니다. 금년 초가을이면 울산에서도 야시장을 볼 수 있을 전망입니다.

부산 깡통시장의 경우 그렇잖아도 좁은 시장길에 작은 손수레가 일렬로 늘어선 형식으로 야시장을 운영 중입니다. 이 와중에 '우측 통행'이라는 주의 사항을 수레마다 붙이고 사람들의 질서있는 흐름을 유도하고 있어 시선이 가는데요. 길 양쪽으로 가게들이 입점해 있고, 손수레가 가운데 있다면 좁은 틈의 길이 두개 줄 생기는 것이죠. 그 중에 자신이 봤을 때 우측길로 가도록 약속하자는 것입니다.

손수레들이 늘어선 부산 깡통시장의 야시장 풍경. 우측 통행을 유도하는 알림말이 손수레마다 붙어 있다. = 임혜현 기자

깡통시장 야시장을 처음 찾은 제 생각에는 이렇게 사람이 계속 이동하도록 방향을 유도하는 게 자칫 '흐르는 상권'이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흐르는 상권이란 부동산 입지를 분석할 때 사용하는 관용어구인데요. 얼핏 사람은 많아 보이는데, 장사가 잘 안 되는 곳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어느 상가 앞에 버스 정류장이 있다면 사람이 꽤 많아 보이겠지만, 이렇다고 해서 가게들이 다 번창하는 것은 아닙니다. 유동인구가 제법 많은 것이 좋은 조건으로 기능하려면, 이 인구가 일정 수준 고여 있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런데 자칫 버스 정류장이 출퇴근을 위한 기능만 부각된 채 주민들의 삶의 공간이 아니라 그저 잠깐 서 있다 가는 곳으로만 사용되는 경우도 있겠죠. 이런 경우가 흐르는 상권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사람이 많아 보인다는 정도로 만족할 게 아니라 시간을 좀 들여서 사람들의 동선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지켜봐야 실속없이 흐르는 상권인지 가려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야시장에 들어서서 처음 인파 흐름에 동참하면, 우측 통행 방침으로 뒤에서 계속 사람들이 밀려오는 것을 꽤 의식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즉 처음 눈에 들어온 아이템을 덥썩 택해 멈춰서거나 손수레 옆에 붙어서서 쇼핑하긴 어려운 가운데 흘러가는 셈입니다.

그러므로, 일단 '맛뵈기'로 보면서 한번 지나쳐 버린 사람들이 일단 교차지점에서 다시 한바퀴 둘러보고 나서 다시 그 골목길의 또다른 우측 통행길로 돌아오겠는가가 관건이지요.

하지만 이처럼 우측 통행을 택했던 것은 고육지책이 아니라, 이런 이유로 신의 한수로 재평가받게 됩니다.
사실 우측 통행이란 원칙을 세우기 전엔 주말마다 혼잡이 극심했고, 인파에 밀려 손님들이 구경을 제대로 못하거나 특정 매대에 손님이 몰리면 인근 점포에 입주한 상인들과 갈등도 없을 수 없었습니다. 실제로 입점 상인과 야시장 상인간에 서로간의 입장차로 진통이 크다는 점에 관해 지역 매체에서 우려의 보도를 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깡통시장에 등장한 야시장은 기존에 여기 터를 잡고 있던 점포에 없는 새 메뉴들을 집중 개발하는 전략이 주효해, 이 같은 우측 통행을 택하면서도 사람이 그대로 흘러가 버리는 대신 한바퀴 돌아 다시 오는 효과를 거두게 되었습니다.

어묵이나 분식 등 기존 상권을 침해하지 않는 이국적인 아이템이나 독특한 퓨전 요리 등 여기 아니면 만나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주는 손수레가 열을 지어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한 것이죠. 앞에 재미있는 아이템이 또 뭐 없을까 기대를 하게 되므로, 바쁘고 뒤에서 밀치니 무조건 우측 통행으로 흘러가고 끝이 아니라 적당한 반환점에서 다시 또다른 우측 통행 방향을 받아 그 거리로 거슬러 올라오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사람이 많다고 능사가 아니고, 킬러 아이템이 있는지 다른 가게들과 얼마나 차별화되는지에 따라 흐르는 상권이 자칫 될 게 심하게 우려되는 조건도 독특한 관광 아이템으로 만회하는 케이스라는 점에서 시사점이 적지 않다고 하겠습니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