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10조5500억원의 '통 큰 베팅'을 한 현대차그룹이 주가 급락이라는 역풍에 시달리고 있다. 한전부지 낙찰이 확정된 1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시가총액 순위 2위인 현대차는 9.2% 폭락했고 기아차와 모비스도 각각 7.8%, 7.9%의 급락세를 보였다.
이날 주가 폭락으로 이른바 '자동차 3인방'의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8조4000억원이 증발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 같은 주가조정이 단기간에 그칠 것으로 보지만 부지매입 이슈는 향후 현대차그룹의 주주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낙찰가 10조원 어떻게 산정됐나
분명한 것은 현대차그룹의 현금집행 능력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점이다. 올해 2분기 말 기준 현대차의 순현금 규모는 17조5000억원, 기아차와 현대모비스도 각각 2조7000억원, 3조5000억원의 현금을 당장 동원할 수 있다.
다만 예상보다 입찰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게 문제다. 당초 감정가는 3조3300억원 수준이었고 입찰 경쟁자였던 삼성전자는 4조~5조원대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자본효율성이 악화됐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10조원대의 낙찰가가 어떻게 산정됐는지도 모른다.
이와 관련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부지매입과 향후 투자집행에 투입될 자금 규모가 재무적으로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예상을 넘어선 낙찰가액이 추가 리스크가 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강상민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도 "앞으로 투자적정성에 대한 평가가 계속 전개되면서 주가 변동성도 그만큼 커질 것"이라며 "지금은 낙찰가격만 나왔을 뿐 입찰가격 산정 배경인 투자계획과 기대효과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어 향후 배경과 전략이 구체적으로 제시되면 주가 방향성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이번 낙찰 소식이 '울고 싶은데 뺨 맞은 격'이라는 격한 반응도 있다.
김동하 교보증권 연구원은 "현금성 자산 이용에 대한 효율성 문제와 투자와 배당 등 당장 포기해야 하는 기회비용을 감안하면 시장의 우려는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홍진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원화강세와 통상임금 이슈, 낮은 신차효과 등으로 자동차업종 상황이 좋지 않은데 이번 부지매입 이슈는 대규모 투매로 이어졌다"면서도 "부지 인수로 주주환원 강화 가능성이 낮아졌고 성장 재원이 소진된 것은 사실이지만 직접적으로 그룹 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자동차 3인방'은 울어도 현대건설에는 호재
현대차그룹의 또 다른 주력 계열사인 현대건설로서는 이번 부지매입이 새로운 사업기회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현대차그룹이 이 부지에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건립하고 국제교류 복합지구로 개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시공권을 가져갈 것으로 기대되는 현대건설에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앞서 서울시는 코엑스~잠실운동장 일대 82만m²(약 24만8050평)를 국제업무, MICE 및 스포츠, 문화엔터테인먼트 중심의 복합지구로 개발하는 안을 추진 중이고 현대차그룹이 자동차 복합문화단지 조성을 통해 서울시 계획의 한 축을 담당할 공산이 높다.
이에 대해 허문욱 KB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전부지의 총 공사비가 3조원대로 추산되는데 아파트 신축 외에는 대형 프로젝트가 부족한 국내 건설시장에서 상당히 고무적인 기회"라고 짚었다.
아울러 "삼성그룹의 주력 계열사가 모인 서초 삼성타운은 삼성물산이 시공했고 롯데건설도 제2롯데월드 공사를 전담했던 모기업 공사는 건설 계열사가 담당하는 경우가 많아 현대건설도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며 "개발비 부담은 있지만 서울시가 용적률 추가 같은 추가 혜택을 제공할 수도 있어 긍정적 시공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현대차는 18일 자율공시를 통해 한국전력공사 종전부동산 매각 입찰 결과를 공시했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로 구성된 현대차 컨소시엄은 서울시 강남구 영동대로 512 토지 및 건물(7만9341m²·약 2만4000평)을 10조5500억원에 낙찰받았다고 밝혔다. 계약 체결은 낙찰일로부터 10일 이내에 이뤄질 예정이며 평당 인수 가격은 4억400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자금집행은 낙찰가액 및 기부체납에 대해 현대차와 기아차, 모비스가 각각 5대 2대 3으로 나눠 지급할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이후 개발 비용은 삼성동 부지에 입주할 나머지 30여개 계열사가 분할 지불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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