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국전력 부지가 새 주인을 찾았다. 감정가만 3조3000억원대에 달했던 이번 부지는 서울 강남의 마지막 노른자위 땅으로 관심을 모았다. 더욱이 현대차그룹과 삼성그룹이 격돌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산의 관심이 더 집중됐다.
18일 오전 현대차 컨소시엄이 낙찰자로 발표된 가운데 이번 과정에서 염원하던 땅을 차지한 현대차그룹 측과 다소 소극적이지만 레이스를 펼쳤던 삼성이 얻은 바도 시선을 끈다.
이번 입찰에 현대차 측이 더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이곳을 낙찰받는 경우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GBC)'를 건설하는 동시에 그룹의 통합사옥을 지어 자동차 테마파크 및 컨벤션센터 등을 결집하겠다는 구상을 일찍부터 굳힌 것으로 회자됐다. 통합사옥을 세워 흩어진 현대차그룹 계열사를 모아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는 구상이다.
현대차의 적극적인 태도와 달리 삼성의 경우 소극적으로 임했던 것이 사실이다.
◆삼성, 예상 개발이익 상회하는 액수 써내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낙찰가는 10조5500억원가량으로 전해진다. 감정가를 훌쩍 넘는 액수로, 이는 어중간하게 개발을 해서는 이익을 얻기 어려운 이른바 '승자의 저주'가 우려되는 선까지 가격 경쟁선이 치솟았다는 뜻으로도 풀이 가능하다.
삼성전자가 단독 입찰하면서 삼성은 과연 이 땅의 활용을 어떻게 할 것인지도 화제가 됐었다. 일각에서는 이미 2009년 삼성물산이 포스코와 함께 한전부지 일대를 114층 초고층 복합 상업시설로 개발한 뒤 삼성타운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세운 적이 있는 만큼 이런 계획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다만 이후 소극적으로 입장이 변화한 셈이다.
삼성의 경우는 콘트롤타워식으로 밀집할 부지를 얻는 데 있어 현대차측만큼 절박한 상황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이번 입찰에서 밀리기는 했지만, 최근의 수익성 하락에도 2분기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이 본사 기준 30조원대, 연결기준 60조원에 달해 한전부지 건 같은 큰 사업을 추진할 여력은 충분한 상태다.
또 이번에 굳이 단독으로 입찰하는 형식을 택함으로써 그룹 전반의 주력사업체인 삼성전자의 능력을 한껏 과시하는 효과도 누렸다고 할 수 있다.
◆이재용시대 개막 앞두고 추진력 과시 효과도…
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건강 문제로 자리를 비우고 있지만 삼성전자, 더 나아가 그룹 전반이 문제없이 돌아가고 있음을 보이는 계기로도 한전부지에 도전한 것이 의미있는 시험무대였다는 해석도 있다.
삼성은 과거 위기를 맞을 때마다 오히려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혁신과 신사업 발굴에 집중하는 태도를 보이며 일명 역발상 전략을 구사했다. 성장동력을 찾아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는 절호의 기회로 이번 이슈를 활용한 것이라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이는 이재용 부회장을 중심으로 삼성이 수세적 현상유지뿐만 아니라 미래를 내다보는 전략면에서도 날을 갈고 있다는 점을 투자자들에게 알렸다는 점에서 이번 문제를 볼 수 있다는 뜻이다. 한전부지 투자 같은 큰 문제를 다루는 게 큰 경험자산이 될 수 있다.
다만, 단지 이 회장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라는 오해를 살 정도로 너무 무리한 투자를 하는 것은 역효과를 불러올 여지가 없지 않다.
이번에 현대차 컨소시엄이 10조원 이상을 써낸 것은 물론 나름대로 한전부지의 '미래가치'를 내다본 냉철한 판단 결과로 도출된 값이겠지만, 두 기업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미래가치는 반드시 동일할 수는 없다.
삼성으로서는 나름의 가장 적절한 선을 정해두고 그 안에서 이번 결전에 임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쉽기는 하지만 뼈아픈 손실도 없었던 이번 무대의 경험을 다른 경영 이슈에서 어떻게 녹여낼지가 관건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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