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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탐방] 새벽밥 짓는 전농초, 몰입학습법 '눈길'

'40분 아침운동' 하루일과 시작…'최고 교육여건' 교장·학부모·학생 '삼위일체'

박지영 기자 | pjy@newsprime.co.kr | 2014.07.08 10:31:02

[프라임경제] 초등학교 '부실급식' 문제, 비단 어제오늘 일만은 아니다. 잔반을 모아 만든 '꿀꿀이 죽', 고기 없이 쌈장과 상추 몇 장만 주고 '쌈밥'이라고 우기는 사례를 매스컴을 통해 들을 때마다 가슴 한 구석이 먹먹해진다. 물론 그렇지 않은 학교도 얼마든지 있다. 서울 전농초등학교는 기존의 급식 패러다임을 바꾸면서 아이들을 위해 어른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는 지 늘 고민한다. 가정형편상 아침식사를 거르는 학생들을 위해 새벽부터 밥을 짓는 학교, 전농초등학교를 직접 다녀왔다.

전농초등학교(교장 유선주·이하 전농초)의 하루는 '아침운동'으로 시작된다. 오전 8시부터 40분간 교장과 함께 운동장을 돌며 활기찬 하루를 시작한다. 운동을 하게 된 계기는 '몰입학습'을 위해서다. 2011년 도입된 이 학습법은 당시 새로 부임한 유선주 교장에 의해 비롯됐다.

"지인의 소개로 황농문 서울대 공과대학 교수가 쓴 '몰입(1~2권)'이라는 책을 읽게 됐습니다. 그 두 권의 책을 다 읽기도 전에 이것이야 말로 학생들 창의성을 키워주는 데 적합한 학습법이라는 확신이 들었죠."

유 교장은 한 치 망설임 없이 황 교수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돌아온 답변은 '오케이, 적용해봅시다'였다.

몰입을 기초로 한 학습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일단 두뇌 활성화를 위해 아이들에게 반드시 아침식사를 하도록 권장했다.

"두뇌에는 시냅스(신경계)라는 게 있어요. 시냅스는 뉴런(신경세포체)과 뉴런을 뿌리털처럼 연결하는 부분을 말하는데요. 시냅스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포도당이 필요합니다. 포도당은 밥 속에 있는 탄수화물에서 나오거든요. 그래서 아침밥을 꼭 먹도록 하고 있어요."

◆6시간 불려 꼬박꼬박 현미밥 제공 
 
이른 새벽부터 전농초가 밥을 짓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형편상 아침식사를 거르는 아이들을 위해 오전 7시부터 '돌봄교실'을 운영, 무료로 아침밥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식단이 허술한 것도 아니다. 아이들 건강을 위해 현미밥은 필수다.

아이들에게 아침식사를 제공할 수 있었던 데는 무엇보다 지역사회 도움이 컸다. 전농동 일대 교회연합회에서 십시일반 돈을 걷어 전농초에 전달해주고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돌봄교실이 늘었다. 기존 한 반에서 두 반을 늘려 현재는 세 반을 운영 중이다. 전농초생뿐 아니라 그의 어린동생들까지 수용하기 위해서다. 

   유선주 전농초 교장이 학교 내 지혜의 샘 도서관에서 1학년 5반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다. = 김흥세 인턴기자  
유선주 전농초 교장이 학교 내 지혜의 샘 도서관에서 1학년 5반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다. = 김흥세 인턴기자
학부모를 위한 전농초의 배려는 이뿐만 아니다.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강연이 있을 때면 시청각실 뒤편에는 항상 매트와 아기들 장난감이 마련돼 있다. 강의를 듣고 싶어도 어린자녀 때문에 여건이 되지 않는 학부모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아침식사 후에는 오전 8시부터 40분간 운동장을 달린다.

"아침운동이 두뇌를 깨운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적당한 운동은 두뇌를 활성화시킵니다. 몰입을 위해서 이것들도 다 그 연장선상에서 이뤄지는 것이죠. 학생들과 같이 운동을 하는 이윤 제가 롤모델이 돼야 한다는 생각에서입니다. 또 그 시간을 통해 학생들과 스스럼없이 이야기도 나누죠."

◆전교생 갖고 있는 '몰입장·복습공책'

전농초는 또 영어와 수학보다 독서와 토론을 강조하고 있다. 학교운영비 중 상당부분을 책 구입에 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각 교실은 책을 빌려 읽고 토론하는 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토론을 하다보면 다른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 두뇌를 최대한 쓰게 되고, 창의성도 발달하게 된다는 것이 유 교장의 학습법이다.

그 다음 강조하는 게 바로 복습이다. 복습을 통해 그날 배운 것을 전부 되짚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유 교장은 전교생들에게 '몰입장'과 '복습공책'을 배부했다.

"몰입장은 자기가 해결해야하는 문제와 푸는 과정을 적는데 쓰고, 복습공책은 그날 배운 것을 자기 스스로 되짚어 보는 데 쓰입니다. 그날 배운 것을 그날 복습했을 때 머릿속에 50% 이상 남는다는 연구결과도 있죠."

   3학년 4반 학생들이 학교 내 텃밭에서 가지나무를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왼쪽). 1년 365일 문을 열어놓고 있는 교장실에는 학생들로부터 받은 손편지가 빼곡이 장식돼 있다. = 김흥세 인턴기자  
3학년 4반 학생들이 학교 내 텃밭에서 가지나무를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왼쪽). 1년 365일 문을 열어놓고 있는 교장실에는 학생들로부터 받은 손편지가 빼곡이 장식돼 있다. = 김흥세 인턴기자
점심시간에는 흰쌀에 현미를 섞어 제공하고 있다. 현미쌀눈에 있는 가바성분을 통해 아이들 집중력과 면역력을 키워주기 위해서다.

"요즘 학생들이 스마트폰과 게임에 많이 노출돼 심한 경우 중독이 될 수도 있는데요. 가바라는 물질은 그것을 억제해 줍니다. 또 한자리에서 차분에게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죠."
 
반면, 전농초 급식에서 볼 수 없는 것도 있다. '백색가루'와 '튀김류'다. 면류를 주더라도 밀가루 대신 쌀로 만든 쌀국수를, 튀기는 대신 오븐에 구운 훈제를 제공하고 있다.
 
◆"치맛바람·찬조금이 뭐예요?"

학부모들이 전농초 최고자랑으로 유 교장을 꼽는 것도 이러한 일련의 성과 때문이다.

"교장선생님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항상 교문 앞에서 아이들을 따뜻하게 맞이해 줍니다. 또 교장실도 늘 개방돼 있는데 어려워하지 말고 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든 들어와 이야기 하라는 뜻에서 항상 문을 열고 계시죠." - 고선희 녹색어머니회장

고 녹색어머니회장에 따르면 유 교장이 부임한 후 전농초에는 '찬조금'이 없어졌다.

"큰 아이가 중학교 2학년이라서 제가 이 학교에 7년째 다니고 있는데 사실 과거에는 치맛바람이 엄청났어요. 어떻게 보면 선생님들보다 학부모 입김이 쌔게 느껴졌죠. 그런 흐름을 교장선생님이 오시면서 딱 잘랐어요. 학교에 올 때는 항상 가볍게 몸만 오라는 게 교장님 생각이죠."

따라서 어린이 날이나 스승의 날이 되면 교정을 지키는 전농초 보안관(경비)은 그 어느 때보다 바쁘다.

   학부모들은 전농초 최고 자랑거리로 유선주 교장을 꼽았다. 사진은 조미행 학부모회장(왼쪽)과 고선희 녹색어머니회장(오른쪽). = 김흥세 인턴기자  
학부모들은 전농초 최고 자랑거리로 유선주 교장을 꼽았다. 사진은 조미행 학부모회장(왼쪽)과 고선희 녹색어머니회장. = 김흥세 인턴기자
그동안 관례처럼 내려왔던 학부모 회장의 교정미화 사례도 전농초에는 없다.

"친구들에게 학부모 회장이 됐다고 하니까 3월이 되면 각 반에 화분을 넣어야 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고 회장님께 여쭤보니 절대 그래선 안 된다는 거예요. 하물며 음료수 선물도 그대로 들고 나왔었죠." - 조미행 학부모 회장

그러나 유 교장의 생각은 달랐다. 학생과 학부모, 지역사회가 모여 지금의 전농초를 만들 수 있었다는 얘기다.

"누구 한사람에 의해서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인사성 바르고 순박한 학생들과 그 뒤에 계신 부모님, 또 학교 인근 공부방에서 우리학생들을 밤늦게까지 가르쳐 주고 있어요. 또 동대문청소년수련관과 마음건강센터, 보건소, 구청할 것 없이 이 주변에 있는 기관들 협조가 참 큽니다. 학교 교육활동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학생들이 바르게 클 수 있는 것도 다 그분들 덕분이죠."

진정한 스승의 참모습과 학부모의 올바른 판단이 찾기 힘든 요즘, 전농초는 '배움에 있어 사람은 누구나 평등하고 공정한 기회를 줘야한다'는 교육의 기본을 충실히 실천하고 있다.

전농초를 취재하면서 "내 아이도 저런 학교에 다닌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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