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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특유관계투자의 역설? 이통사 팬택 출자전환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4.06.17 08:21:01

[프라임경제] 휴대전화 단말기 제조업체 팬택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이 경영정상화를 위해 총 4800억원 규모의 재무구조 개선방안을 내놨습니다. 특히 이번 재무구조 개선방안에 이동통신 3사에 대한 1800억원 출자전환 요구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더 눈길을 끌었는데요.
 
팬택이 현재 겪는 유동성 위기에 단말기 판매장려금이 영향을 끼쳤다는 시각이 우세한 상황이라 이번에 이통사들을 압박하는 것이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더욱이 팬택이 파산할 경우 이통사들이 입을 손해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이 같은 출자전환 시나리오가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는 해석도 있죠. 매출채권(판매장려금 포함)과 사실상 판매가 어려워질 팬택 단말기 재고 물량 등 부담스러운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런 가운데 혹자는 삼성전자나 퀄컴이 팬택에 힘을 보탰던 전례에 따라 이통사들이 움직여줄 것으로도 보는 것 같습니다.

이통사 입장에서는 국내 휴대폰시장이 삼성전자-LG전자-팬택의 3자 경쟁 구도로 유지되는 것이 물론 좋습니다. 팬택이 사라지면 삼성전자의 독주 체제가 더욱 강해져 협상 테이블에서 이통사가 아닌 삼성 측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죠.

하지만 그럼에도 이통사들이 선뜻 채권단의 출자전환 요구에 나서기도 어렵다는 반대 의견도 나옵니다. 채권단이 향후 팬택의 매각을 추진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매각 시 감자를 거치면 원금 회수가 어렵기 때문이라는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퀄컴의 과거 결단은 연 5000억원이 넘는 매출처를 지키려 261억원을 수혈하는 '윈윈' 의미가 강했죠. 삼성전자 역시 팬택을 받쳐줌으로써 LG전자를 견제하는 효과를 기대했던 '해볼 만한 투자'였던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이통사가 처할 국면과는 좀 다른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팬택 상암동 사옥. ⓒ 프라임경제  
팬택 상암동 사옥. ⓒ 프라임경제
정확히 맞아떨어진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이통사들이 지금 출자전환을 강요받는 골치아픈 상황을 Relationship-Specific Invest(관계특유투자)라는 개념에 빗대어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흔히 특정 대기업의 안정된 하청 수요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된 중소기업이 전형적인 관계특유투자라고들 얘기합니다.

한쪽에서는 설비도 증설하고 많이 투자를 해 관계를 탄탄히 하려 노력하지만, 실상 한쪽의 외사랑일 뿐, 다른 한쪽 상대방에게는 언제 정리해도 크게 아쉬울 게 없는 관계가 되는 경우입니다.

지금 당장은 달디단 열매를 확보할 수 있지만 점진적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이 관계특유투자의 함정입니다. 이는 특정한 상대에게만 향해 특정된 투자이므로 쉽사리 빼버리기도 어렵습니다.

전형적인 관계특유투자는 아니지만, 이 길을 가도 문제 안 가도 고민이란 걸 이통사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이번 출자전환 저울질 국면에 팬택이 이통사들에게 고민을 안기는 상황이 되는 양상은 그래서 더 눈길을 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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