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삼성그룹이 계열사 간 정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떼어내 붙이기' 형식으로 복잡한 순환고리 출자 상황을 단순화하는 것.
특히 삼성전기와 삼성정밀화학·삼성SDS·제일기획까지 4개 계열사가 보유하던 삼성생명 지분 1.63%를 장 개시 전 대량매매(블록세일) 방식으로 매각한 데 눈길이 쏠린다. 이번 지분 처분으로 '삼성생명→삼성전자→제조계열사→삼성생명'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가 끊어졌다. 이들 회사의 지분 처분에 따라 삼성그룹 내에서 삼성생명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는 삼성에버랜드(19.3%)만 남게 됐다.
이런 가운데 에버랜드가 향후 상당히 거대하면서도 정교한 작업이 될 지배구조 정리에서 차지할 위상에 눈길이 쏠린다.
◆소그룹 운영으로 시간 벌어 경영수업?
이번 삼성생명 지분 처리는 그간 비판 대상이던 금융·산업자본 혼합 문제에서 벗어나 제조 계열사들의 삼성생명 관련 순환출자를 해소했다는 의미가 있다.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보유를 제외하면 그룹 소유구조의 특징이 해소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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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버랜드를 통한 삼성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은 에버랜드 사파리 관람 현장. ⓒ 에버랜드 | ||
다만 보험법업 개정이 추진되고 있어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처리해야 할 가능성, 즉 취득가액이 아니라 평가가액 기준의 변경 가능성이 남은 점은 별개의 숙제다.
어쨌든 삼성그룹은 이미 이서현 사장의 승진 등으로 삼성의 지주사 격인 에버랜드의 위상에 큰 변화에 시동을 건 바 있다. 에버랜드는 제일모직의 패션사업을 넘겨받고 이 사장의 승진을 공식화했다.
에버랜드 경영전략담당을 겸하고 있던 이부진 사장과 함께 두 자매가 한 곳에 있게 됐으며, 아무런 직책도 갖고 있지 않은 이재용 부회장이 에버랜드 지분을 쥐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가 오너 3세가 모두 에버랜드에 대한 영향력을 나눠 갖게 돼 이를 무대 삼아 경영수업 무대를 통한 검증도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각자의 역할을 평가하는 것보다 협업 가능성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해 보인다.
◆'소그룹 형식 운영·세 자녀 몫 찾아주기' 만족시키는 키 포인트
삼성생명의 경우 이건희 회장이 최대주주지만, 자식들에게 이를 물려주면 2대 주주인 에버랜드가 최대주주로 되면서 금융지주회사가 된다. 그룹 정점에 있는 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가 되면, 금융지주회사의 비금융계열사 소유를 금지한 현행법에 따라 그룹구조재편의 필요성이 대두되게 된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는 당장 시도할 가능성이 적다.
삼성그룹은 근래 이맹희씨와의 분쟁을 겪는 과정에서도 에버랜드가 지주로 강제 전환되는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에버랜드 부채를 늘리는 식으로 자산을 증대시킨 바 있다. 공정거래법에서는 자산총액에서 자회사 지분가액 합계액(최대주주 경우)이 50%를 넘으면 지주회사로 강제 지정한다. 이렇게 되면 각종 지주회사 행위 의무를 부담해야 하는 등 달갑지 않은 문제가 생기므로 이 비율을 조정한 것이다.
이렇게 에버랜드를 당장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대신 지분 처리 선택의 폭을 넓게 맞추는 가운데 삼성의 순환출자 고리 끊기 비용의 가장 적합한 시기를 찾는 완충재로 사용하는 게 더 유익하다는 분석을 내린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일단은 전자와 물산·생명·에버랜드 등 주축 회사를 위시해 소그룹 형태로 운영하다 결국 지주회사 체제의 전환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를 인적분할해 각각의 지주회사를 만든 뒤 이를 합쳐 통합 지주회사를 설립한다는 시나리오다.
이럴 때 이 회장 일가가 삼성생명 주식을 통합 지주회사에 현물 출자한 다음 금융지주회사를 분할하는 등 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엔지니어링과 사업 부문 간 조정을 거친 삼성물산을 합병한 뒤 재분할 등의 방식으로 지분 정리가 이뤄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결국 어떤 형식으로든 에버랜드를 중간에 세우는 상황에서 모색이 이뤄질 전망이라 당장 에버랜드의 위상이 줄어들 가능성은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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