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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토탈 전자상거래 '우회로 미리 뚫기' 정중동

협회 가입 보류에도 '사실상 제5정유사'포석…'치킨게임' 가능성도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4.04.24 15:42:02

[프라임경제] 삼성토탈이 정유사인가 아닌가의 논쟁은 더 이상 무의미한 것일까. 삼성토탈에 대한 정유협회 가입은 보류됐지만, 알뜰주유소 입찰 문제 등으로 삼성토탈은 계속 업계의 관심대상이다. 사실상 제5정유사로 자리를 순조롭게 잡을지 여부보다는 '시간표' 문제만 남은 게 아니냐는 풀이도 나온다. 이는 알뜰주유소 공급 문제에 있어 특히 경유와 휘발유를 분리해 입찰할 것이라는 설이 나오면서 더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삼성토탈은 현재 휘발유를 화학제품 정제과정에서 부산물로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올 하반기부터 충남 대산 제2BTX공장 완공에 따라 부산물로 연간 약 800만배럴의 경유도 생산하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여기에 사람들이 시선을 주고 있는 것이다.

알뜰주유소 공급권 입찰방식 아직 결정 못해  

정부는 이번에 계약을 종료하게 입찰을 할 수도 있고, 재계약을 할 수도 있는 기로에 서 있다. 알뜰주유소 공급 물량이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은 상황이어서 특혜 논란을 불러온 바 있는 현체제를 재계약 연장하는 것보다는 입찰로 가닥을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런데 계약 종료까지 불과 얼마 남지 않은 알뜰주유소 공급권 문제에 입찰 방식을 아직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알뜰주유소에 휘발유 공급사업자 문제로 삼성토탈이 다시금 시선을 모으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에 진행될 입찰에 삼성토탈에 대한 당국 배려가 있을지 여부에 의견이 분분하다. 사진은 특정 내용과 직접적 연관 없음. ⓒ 프라임경제  
알뜰주유소에 휘발유 공급사업자 문제로 삼성토탈이 다시금 시선을 모으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에 진행될 입찰에 삼성토탈에 대한 당국 배려가 있을지 여부에 의견이 분분하다. 사진은 특정 내용과 직접적 연관 없음. ⓒ 프라임경제
이런 상황에서 휘발유와 경유 입찰을 갈라 진행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삼성토탈을 다른 정유사와 동등하게 입찰에 참여시키면 입찰에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렇게 되면 정유4사의 과점 상황을 타파하겠다는 정부의 구상도 틀어지게 되고 그래서 경유와 휘발유를 분리해 처리한다는 점이 삼성토탈을 위한 묘수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삼성토탈에 수혜를 주기 위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당국이나 삼성토탈은 말을 아끼고 있다. 산업자원통상부 관계자는 공정한 입찰 추진 입장을 강조했다. 삼성토탈 측 역시 분리 입찰설과 연관짓는 시선을 의식한 듯 "경유가 실제로 생산될 시점이 6월이라고 단정해 말할 수 없다. 빠를 때 이야기고 더 늦춰질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시점 측면에서 분리 입찰설이 자사 물건을 위해 입찰 혜택을 주기 위한 조치라고 단정짓기 어렵지 않냐는 항변으로 읽을 수 있다.

전자상거래 참여, 알뜰주유소 이은 히든카드?

이런 와중에 삼성토탈이 최근 전자상거래에 참여한 점은 상대적으로 덜 조명되고 있으나 여러모로 들여다 볼 구석이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토탈은 석유전자상거래에 출하할 휘발유 완제품에 대한 준비를 완료하고 첫 주문을 기다리고 있다.

즉 삼성토탈은 현재 한국석유공사를 통해 알뜰주유소에 납품하고, 나머지는 전량 수출하고 있는 형식에서 이제 전자상거래에도 뛰어들게 된다.

전자상거래 내에서는 모든 주유소들에게 판매가 가능하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이를 활성화한다면, 현재 일부는 알뜰주유소용으로 공급하고 일정 물량을 수출하는 시스템에서 수출 물량 일부를 국내로 전환한다는 그림이 현실화된다.

일반적으로 많은 이들이 알뜰주유소와 전자상거래 문제를 하나의 묶음으로 생각하지만, 석유 관계자의 설명처럼 양자는 연관은 돼 있으나 실상은 다른 무대라는 것을 기본 전제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기존 정유사들이 알뜰주유소 확대와 전자상거래·석유혼합판매 등을 정부가 기름값 인하를 위해 추진하는 '석유시장 유통구조개선 3대 정책'으로 보는 것처럼 어느 정책이 어떤 정책의 일부분에 불과하다고 할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처럼 전자상거래를 정유4사에 대한 견제용으로 사용하려 했던 것은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2012년 10월 옛 지식경제부에서는 유가 안정을 위해 전자상거래를 통해 알뜰주유소에 휘발유를 대량 공급한다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석유제품시장 유통구조개선 및 경쟁촉진대책' 시행 6개월을 맞아 밝혔던 이 계획은 페트로차이나사로부터 직수입한 휘발유 10만배럴을 전자상거래에서 공급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으나(석유공사가 알뜰 주유소에 2∼3개월 공급할 수 있는 양이라 그 규모 자체로 관심 대상이 됨), 이때 전자상거래를 통한 삼성토탈 휘발유의 공급도 확대한다는 내용도 함께 담겨 있었다(결국 최종적으로 참여는 안 함).

문제는 전자상거래 내에서 모든 주유소에 판매가 가능하다는 장점을 살리는 게 현재로서는 큰 의미가 없다는 대목이다.

이른바 병행판매 즉 혼합판매 문제를 먼저 볼 필요가 있다. 한 폴을 세우고 한 정유사에서 기름을 공급받아 판매하는 형식에서 벗어나 복수의 정유사에서 기름을 받아 판매하는 혼합판매 주유소에 대해 당국은 일찍부터 주목해 왔고 또 전환을 적극적으로 독려해 왔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혼합판매 주유소로 전환한 케이스는 전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 정유업계는 주유소 입장에서 특정 정유사와의 거래를 통한 반사 이익이 혼합판매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상당하다는 판단을 내려 이에 동참하지 않는 것이라며 냉소적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꼭 정유업계와 주유소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돼 이 같은 업계 관행이 공고히 유지되고 있는지는 다소 의문이 있다.

거래 관계에 있는 각 주유소들마다 계약관계가 복잡 다양해 혼합판매 전환에 따른 기대효과를 일목요연하게 판단하기 어렵지만, 가장 중요한 전환 걸림돌은 정유사의 압박과 불이익을 의식한 데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사단법인 한국주유소협회가 이달 8일 공개한 '2013년 주유소 경영실태 보고서'에 따르면(전국 2704개 주유소 조사), 가족들까지 매달려 경영을 해도 주유소당 연간 영업이익 평균은 대기업 초봉에 비슷한 정도에 머물고 있다. 조사 결과 30%는 경영난 타개를 위해 "공급 업체인 정유업계에 대해 혼합판매를 허용하는 등 거래 조건을 개선해 달라"고 했고 또 20.7%는 "기름값의 절반을 차지하는 세금에 대한 카드 수수료까지 부담해야 하는 불합리한 가격 구조를 재검토해 달라"고 요청한 걸 보면 혼합판매의 사실상 걸림돌이 어디에 있는지 유추해 볼 수 있다.

결국 강고한 혼합판매의 현재 시스템에 균열이 올 것을 기다릴 수 있다면 즉 전환 부진 상태에서 일정한 물꼬가 터지는 정책적 변화를 기다릴 여력만 있다면 삼성토탈로서는 이쪽에 진출해 놓는 자체만으로도 정책 3종 세트의 고리를 잡고 있는 것이 된다.

삼성토탈은 "현재로서는 전자상거래에 참여한다고 해서 값을 크게 낮춘다든지 큰 물량을 공급한다든지 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안다"는 입장이나 향후 상황의 급변시 이쪽을 '퀀텀 점프(급격한 도약)'의 교두보로 사용할 가능성을 모두 부인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삼성토탈, 전자상거래 영역서 드라마틱한 가격인하 계획 아직 없다지만…

이런 상황이고 보니 알뜰주유소 입찰을 둘러싸고 삼성토탈에 대한 기존 정유4사의 관심이 당연히 클 수밖에 없다.

이번 입찰 문제가 중요하긴 하지만 삼성토탈의 치킨게임은 이미 시작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미 업계에서는 각종 인프라 시설을 갖추지 않아도 되는 삼성토탈이 보다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봐 왔다.

사실 삼성토탈은 알뜰주유소 공급 이전에도 해외로 기름을 수출해 온 특수한 입장에 있다. 그래서 입찰에 탈락하는 일이 발생하더라도 문제없다는 평이 뒤따른다. 더욱이 이번에 정유4사가 입찰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기도 한계가 있다. 직영점과 알뜰주유소에 가격의 편차를 심하게 둬서 제품을 납품하게 될 경우 직영주유소들의 거센 항의에 직면할 우려가 있다. 그래서 삼성토탈이 이번 입찰에서 마냥 불리하지 않다는 전망을 할 수 있다.

삼성토탈 직접 내수판매 해석 행보

이런 상황에서 치킨게임 평가를 덧붙이는 시선은 이렇다. 그간 석유공사에 반제품 형식으로 휘발유를 제공해온 삼성토탈이 완제품 형태로 공급한 것, 반제품을 완제품으로 만드는 과정의 블렌딩 비용은 삼성토탈 측이 물면서 가격면에서의 수혜 논란 소지를 미연에 방지한 것의 이유가 어디 있겠느냐는 문제다.

삼성토탈이 휘발유와 경유 등 판매를 위한 인프라를 확보한 점, 즉 송유관 1104㎞의 지분 2.26%를 매입한 것도 유의미해 보인다. 즉 본격적인 전쟁을 위해, 그간 나왔던 평 즉 인프라를 갖추지 않아서 가격 경쟁력이 있다는 해석론을 불식시키기 위한 게 아닌지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그동안 유조선으로 휘발유를 석유공사에 납품해 온 삼성토탈이 작은 이익을 접고, '앞으로 육로 송유관을 통해 직접 내수쪽에 판매한다'는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다.

"독자적으로 주유소 사업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는 삼성토탈 측 입장에도 여전히 여러 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이런 포석들이 여럿 깔리고 있는 데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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