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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글로벌파운드리 협력,TSMC 외에 인텔도 겨냥?

이해관계 맞아떨어진 상대와 협력 '절묘한 한 수' 풀이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4.04.23 16:39:19

[프라임경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눈길을 끌고 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5일 임직원들에게 보낸 경영현황 설명 메시지에서 반도체 시장 1위 도약을 위한 비메모리 사업 강화를 주문한 데 이어, 미국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글로벌파운드리와 손을 잡는 실제 행동이 발빠르게 전개됐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말부터 경기 화성과 미국 오스틴 공장에서 14나노 핀펫 공정을 적용해 반도체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번 협력으로 미국 뉴욕의 글로벌파운드리 공장도 같은 공정으로 생산이 가능해진다. 이렇게 되면 공장 없이 삼성전자 등에 반도체 생산을 의뢰하는 퀄컴, AMD 등 업체(팹리스업체)들은 같은 디자인으로 두 회사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원 디자인-멀티소싱' 체계가 구축되는 셈이나 아직 생산에 들어가지도 않은 첨단기술을 다른 업체와 공유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례적 협력' 평가 나오는 선택, 왜?

17일 발표된 이번 제휴 협력에 따라 삼성전자는 글로벌파운드리와 공동 생산을 통해 자체 파운드리 생산 능력보다 약 5배 많은 생산이 가능해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만큼 파운드리 부문 세계 1위 회사인 TSMC와 거래해온 고객을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의 이례적인 파운드리 관련 정책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삼성의 동탄-화성 반도체단지 전경(모형). = 임혜현 기자  
삼성전자의 이례적인 파운드리 관련 정책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삼성의 동탄-화성 반도체단지 전경(모형). = 임혜현 기자

삼성전자는 그간 첨단 공정과 막대한 자본투자를 앞세워 파운드리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고 평가돼 왔다. 파운드리 전문업체가 아닌 종합반도체회사로서 의미있는 위상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애플 아이폰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공급을 줄곧 하다가 최근 TSMC에 이를 빼앗긴 바 있다. 아이폰6의 A8은 전량 TSMC에서 납품한다. 이런 이유로 향후 A9 납품부터는 다시 발을 들여놓을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 상황이다.

20나노에 가볍게 점을 찍고 가면서 14나노로 곧장 전쟁의 중심축을 옮기고, 협력 강화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판단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시장 후발주자의 약점을 조기 극복하기 위해 그간 대형 고객사 확보와 최첨단 미세 공정 기술을 무기로 사업을 전개했고, 또 이런 전략이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

몇 개 제품에 집중하면 설계자산을 보유하는 데 유리하고 공정을 구축하기 용이하다. 삼성전자는 애플 칩을 생산하는 28·32나노 공정 비중이 높다는 평을 들어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특정 공정 비중이 높다는 건 고객사가 한정적이라는 사실을 시사하며, 삼성전자도 사업 다각화 필요성은 이미 느끼고 추진을 모색해 온 터다. 이번에 애플 AP를 둘러싼 재격돌을 준비하면서, 기술력을 앞세워 승부를 거는 미세 공정 다툼 하나만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더 이상 적절한 패턴이 아니라는 판단에 힘이 실린 것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또한 실적 부진과 시황 변화로 인해 전략을 전면 손질해야 할 필요성은 더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파운드리 사업 실적이 예상보다 지지부진했던 데다 올해도 대형 고객사를 새로 유치하기 쉽지 않다는 숙제가 바로 그것이다.

삼성과 글로벌파운드리, '인텔과의 경쟁' 공감대도?

이번에 손을 잡은 대상인 글로벌파운드리가 이미 2012년 가을부터 14나노 공정 제품 양산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한 업체라는 점도 관전 포인트다.

2014년 양산 선언을 한 글로벌파운드리사의 배경이 재미있다. 2012년 선언 당시에 이미 인텔은 2014년 14나노 공정 제품을 양산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글로벌파운드리는 고객이자 과거 한 지붕 아래 있었던 특별한 관계가 있는 AMD를 위해서라도 이 공정을 양산해 주는 지원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다는 것이다.

삼성으로서도 이번 협력을 통해 인텔의 승승장구에 브레이크를 걸 명분은 충분하다. 현재 애플에 A8을 공급하지 않지만 14나노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향후 A9을 공급하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그런데 인텔 역시 A9 공급선 후보로 일각에서 거론하고 있어, 글로벌파운드리와 삼성전자는 모두 '인텔 견제'라는 큰 그림에서도 손을 잡을 필요가 있는 해석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글로벌파운드리와의 협력망 강화 외에도 생산 다각화를 계속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TSMC가 AP 업체 외에 고주파(RF), 각종 센서로 제품을 다각화해 어느 각도에서 타격을 받아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점을 모델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하루 아침에 끝나지 않을 TSMC와의 경쟁에 돌입하면서도 혼자 힘으로 모든 걸 하기 보다는 협력자를 구하는 방법을 택한 것은 자연스럽다는 풀이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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