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김석 삼성증권 사장의 두 번째 승부수가 결국 '희망퇴직'이라는 결말로 드러났다. 지난해 6월 170여명의 직원을 전자, 카드 등 다른 계열사로 전환 배치하는 '무감원 구조개편'으로 분위기 쇄신을 꽤했으나 불과 10개월여 만에 다시 살을 도려내야 할 상황이다.
삼성증권은 지난 11일 희망퇴직과 비용절감을 포함한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투자업계에는 이번 결정이 업계 전반으로 번질 것이라는 전망이 줄을 이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려는 현실이 됐다. '1등의 결정'이 업계 전반에 마치 '나비효과'처럼 번지고 있다.
◆"1등이 하는데 우리도" 대형사 연쇄 삭풍
우리투자증권은 NH금융지주와의 합병을 계기 삼아 500~1000여명을 감원할 계획으로 알려지면서 노조와 마찰을 빚고 있다. 하나대투증권은 이달 24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로 했으며 대신증권도 창립 이래 처음으로 올해 상반기 중 명예퇴직 절차를 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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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기준 등록된 61개 증권사 중 11곳이 자본잠식 상태다. 일각에서는 올해 많으면 10여개의 회사가 간판을 내릴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업계 선두주자인 삼성증권도 경영 악화를 피하지 못했다. 작년 12월말 기준 당기순이익(지배주주지분 기준)은 110억원에 그쳐 전년대비 89.3% 급감했다. 특히 지난해 3분기에는 93억원의 적자를 내며 이른바 '어닝쇼크'를 겪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증권의 위기는 이미 2012년 삼성그룹 내부에서 한 차례 공론화된 바 있다. 재계의 말을 빌리면 그해 삼성그룹은 외부 컨설팅업체를 통해 금융계열사를 대상으로 경영진단을 실시했다.
진단 결과 삼성증권의 경우 인력감축을 비롯해 조직 구조조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그중에서도 전임 박준현 사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홍콩법인의 실패가 두드러졌다. 2009년 1억달러 규모의 증자를 통해 화려하게 문을 연 홍콩법인은 3년 연속 대규모 적자에 시달렸다.
◆작년 삼성생명 돌연 인사 데자뷰?
금감원 자료를 보면 삼성증권 홍콩법인은 2010년 440억원의 적자를 냈고 이듬해에는 적자폭이 620억원대로 급증했다. 특히 2009~2012년까지 3년 동안 전체 증권사 해외투자분 손실액을 집계한 결과 삼성증권은 전체 손실액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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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석 삼성증권 사장. ⓒ 삼성증권 | ||
업계에는 그룹의 경영진단에서 수익성을 위해 500명 이상, 최대 1000명을 감원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설이 떠돌기도 했다. 당시 삼성증권 직원 규모는 2012년 3월 기준 3249명이었고 지난해 12월에는 2736명으로 500명가량 감소했다. 경영진단 결과대로라면 앞으로 최대 500여명이 회사를 떠나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해 직원 전환배치와 지점 15개 축소를 단행했던 김 사장은 작년 말 "더 이상의 구조조정은 없다"고 선을 그었었다. 그러나 반년도 채 지나지 않아 추가 감원이 현실화한 것은 김 사장에게도 상당한 압박이 작용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와 같은 전례는 지난해 말 삼성생명에서 엿볼 수 있다. 당시 재계에서는 박근희 부회장이 돌연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고 김창수 삼성화재 사장이 신규 선임된 배경에 그룹 구조조정 요구에 불복한 괘씸죄가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최근 차영수, 안종업 부사장이 물러난 것도 김석 사장에게는 남다른 의미일 수 있다. 차 부사장은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삼성생명 자산운용본부장을 거친 부사장으로 영전한 사내 실세였다. 안 부사장 역시 삼성생명을 시작으로 22년 간 금융계열사 현장을 두루 돌아온 터줏대감이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구조조정 발표와 함께 이른바 '명예직'으로 자리를 옮겨 사실상 좌천됐다. 작년 말 삼성증권이 기존 4명이었던 부사장을 2명으로 감축한 상황에서도 두 사람은 자리를 지켰기에 이번 인사는 김 사장의 향후 입지에도 일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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