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10여년간 인재파견, 시설관리용역, 시설경비, 인재컨설팅 등의 사업을 꾸려오던 A사는 올해 초 폐업을 결정했다.
설립 당시부터 대형마트에 판매·판촉, 경비, 청소 등 200여명의 인력을 파견했지만 아웃소싱업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운영인력이 줄었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12년 지도점검을 나왔을 때만 해도 합법이던 인력정책이 지난 해 갑자기 법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으면서 매출 대부분을 이뤘던 대형마트 인력이 일시에 빠져 경영위기를 맞았다.
폐업한 A사 B임원은 "고용률 70% 달성과 비정규직 철폐라는 무리한 정부정책으로 돌연 불법파견업체라는 시선을 받는 등 파견·도급업계는 혼란스럽다"며 "정규직을 없앤다는 명분에 따라 '무조건 밀어 넣고 보자'는 방향으로 흘러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 파견법, 너무 유연해서 문제
이 같은 문제는 초기 파견법이 정확한 원칙 없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제정된 게 원인이라는 목소리가 강하다.
실제 파견법은 지난 1998년 IMF 직후에 만들어졌다. 1997년 말 외환위기가 일자 'IMF 자금지원 합의내용'에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조치가 포함됐다. 이에 따라 부랴부랴 신설된 노사정위원회는 노동계에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제반조치를 약속하는 대신 정리해고제 입법화와 근로자파견제를 노동시장 유연화 조치로 법제화했다.
이와 관련 파견업체들은 고용유연성이 약하다는 지적을 피하는 동시에 지원자금을 받기 위해 파견법을 무조건 적용했다. 그러나 파견 자체가 아닌 파견근로자 보호 성격이 강한 법이라는 점이 걸림돌로 돌아왔다.
B임원은 "이 당시 파견법을 만든 사람들은 운동권 출신, 노동조합 사람들로 파견업무 효율성보다는 기본적으로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에 근거해 법이 만들어졌다"며 "그러다보니 파견업체들이 불이익을 받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3월, 국회의원회관 신관 제1세미나실에서 40여명의 각계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대규모 정규직 전환에 따른 산업계 영향과 과제'를 주제로 긴급현안 간담회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은 이미 예견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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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해 3월 국회의원회관 신관 제1세미나실에서 40여명의 각계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대규모 정규직 전환에 따른 산업계 영향과 과제'를 주제로 긴급현안 간담회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내다 볼 수 있었다. © 프라임경제DB | ||
또 다른 참가자인 음장복 변호사는 "이번 이마트를 비롯한 일부 기업들의 소위 정규직 전환은 박근혜 새정부 출범과 발 맞춰 경제민주화라는 프레임과 현재 상당수 재벌 총수들이 법의 심판을 받고 있다는 상황과 맞물려 있어 일종의 감형 내지 면죄부를 위한 방패막이라는 주장이 왜 나오는 지 곰곰히 생각해봐야 한다"고 의견을 보탰다.
결국 노동시장의 긍정적 발전을 위한 선순환 과정이 아니라 ‘특수 목적’이 이번 정규직 전환의 핵심인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유통이나 제조업은 구조적으로 파견과 도급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생산량과 판매매출에 따라 고용시장 변동이 상시 발생해 매출이 떨어지면 정규직도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분위기인 만큼 유통업계는 정규직 비율을 최소화하고 아웃소싱 형태로 운영하게 됐다. 이에 맞서 최근 파견을 지양하는 분위기와 정책에 부응해 대안으로 떠오른 게 도급이었다.
B임원은 "이마트의 경우 운영진이 모두 정규직인데 이들의 수가 많지 않아 직접 임금·업무지시·관리감독이 불가능하다. 가능하다고 해도 시간·비용 등 경영효율성이 좋아질리 없다"며 "지금 불법파견으로 문제가 되는 인원들은 업무 특성상 이직이 잦은데 그때마다 부족한 인원을 채용해 직접 관리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마트가 정규직보다는 파견·도급으로 인력을 운영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 외에도 기업은 임금총량이 정해져있다. 임금총량이 정해져있는데 무조건 정규직 전환정책은 기본적인 기업운영 원칙을 무시한 처사"라며 "기업이 운영하려면 매출에 따른 고용유연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더 이상 나빠질 것도 없는 상황"
그렇다면 이들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후 근로자들의 처우는 개선됐을까? B임원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구조적으로 판촉이나 진열사원들에게 전문적 지식이 필요한 업무를 줄 수 없다. 판촉만 하던 사람이 연차가 높아진다고 해서 바이어가 하는 일을 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그러나 아웃소싱 소속일 경우 이마트 정규직 승진만큼은 아니지만 자체 내 승진이 이뤄졌다"고 부연했다.
이와 함께 "이마트 정규직 전환은 무기계약도 아닌 유기계약"이라며 "대형마트 무기계약은 2년에 한 번 재계약을 통해 고용을 유지한다는 것인데 이는 단지 아웃소싱업체를 거치지 않고 직접 고용한다는 것 외에 달라진 점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B임원은 또 "2년에 한 번 재계약을 함으로써 이들은 2년마다 신입사원이 된다. 2년간 무리 없이 일을 했다면 약간의 급여상승은 있을 수 있지만 그 기준이 일반 정규직과는 다르니 호봉, 임금상승, 승진이 어렵다"며 "같은 정규직이라고 해놓고 차별적으로 대우한다면, 괴리감만 커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도급이란 인사·경영상 독립성을 말하는데 대부분 관리자들이 원청사 정규직인 만큼 결국 관리자 업무지시를 받는다"며 "이러한 부분을 인정하지 않고 무조건 불법으로 치부하면 더 이상 파견·도급은 자리를 잡을 수 없다. 유연한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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