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정규직이라고요? 속은 텅 빈 강정,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죠. 모든 피해는 근로자에게 넘어오는데 정부는 일자리 창출,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을 지원한다고 주장하더군요. 하지만 현실은 퇴사와 이직을 준비하는 사람들만 늘고 있죠. 정부의 취지와는 다르게 실업자만 더 양성하는 셈입니다."
김지우(40세·가명)씨는 이마트로부터 협력업체 소속으로 근무하다 지난해 정규직 전환을 거부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10년 동안 협력업체 소속으로 이마트에 들어와 일하기 시작한 후 세전금액 약 200만원을 받고 일했다.
매년은 아니지만 꾸준히 급여도 인상받았다. 그러나 정규직 전환 당시 이마트는 직접 고용을 해야 하니 신입사원으로 재입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럴 경우 급여는 신입사원 수준인 100만원 정도인데 여기서 4대보험까지 공제하면 90만원 남짓의 급여만 받을 뿐이었다.
김지우씨는 "경제력 없는 부모님도 모시고 살아야 하는 형편이라 그만 둘 수밖에 없었다"며 "당시 나 말고 15%정도는 계약을 포기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초반 이마트가 김지우씨에게 제안한 것은 두 가지였다. 김씨는 경력연수에 상관없이 이마트 정규직으로 입사할 것인지, 아니면 협력업체 소속으로 남아 계속 일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했던 것.
그러나 그의 입장에서 협력업체에 남아 있다 해도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다. 이마트가 협력업체 직원(마트내 고정사원)들의 근무일수를 줄이고 근무시간까지 단축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김지우씨는 "결국 두 가지 모두 수용할 수 없으면 그만두는 수밖에 없다. 말은 자발적 퇴사이지만 결과적으로 퇴사를 종용한 것 아니겠냐"면서 "이마트는 각종 명분을 끌여들여 지능화된 퇴사프로그램을 가동한 것과 다름없다"며 정규직 전환방식에 불만을 나타냈다.
◆"시간제 일자리요? 우리는 소모품 신세"
마트 측에서 제안한 시간제일자리를 수락하고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는 박경자(52세·가명)씨 오른팔에 파스를 붙이고 있었다. 나이도 있고 무거운 짐을 많이 옮기다 보니 근육통이 고질병처럼 생겼다. 마트에서 근무하는 이들이 대부분 파스를 종종 붙이는데 이마저도 미관상 좋지 않다는 이유로 일을 쉬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어 쉬쉬한다고 했다.
박씨는 "최근 신선코너 협력업체 직원이 냉동고가 떨어져 발목을 다쳤지만 일할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출근을 강요당해 다리에 깁스를 한 채 근무했다"며 "마트는 편의에 따라 사람을 소모품 취급하는 것 같다"고 읍소했다.
이어 "정규직이라면 산재보험에 가입돼 조치를 취해주지만 대부분 협력업체 소속 직원이니 협력업체 측에서 '알아서 하라'고 말할 뿐이고 일하는 작업장에서 열심히 근무를 하다 다쳐도 본인 부담으로 치료를 할 수 밖에 없다"며 "특히 냉동고 사고는 안전장치를 설치하지 않은 마트 측 잘못임에도 책임을 지려하지 않았는데 과장해서 말하면 나이가 있는 분들은 '벌어서 치료비에 다 들어간다'고 할 정도"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이보다도 더 걱정스러운 것은 줄어든 급여로 인한 생계 문제다.
박씨는 "정규직에 대한 근무시간과 일수를 줄일 수 없으니 시간제 일자리라는 방식으로 직원들의 근무시간과 근무일수를 줄여 인건비 부담을 해소하려는 것 같다"며 "결국 우리는 을의 입장이 이어진 셈"이라고 조심스레 말을 이어갔다.
이마트 정규직 전환이 1년 정도 경과한 시점에서 인사, 노무 정책에서 의외의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 이마트노동조합
◆"일은 늘고 사람은 줄었죠, 임금상승이요? 우린 몰라요"
캐셔를 담당하는 박씨는 정규직 전환 전 파견직으로 일했을 때만 해도 3교대로 파트타임 근무를 했다. 하지만 정규직으로 전환되면서 종일근무로 바뀌었다. 캐셔 한 명당 근무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3명이 하던 일을 2명이 할 수 하게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결국 나머지 1명은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거나, 정규직 전환 후에도 업무평가가 좋지 않다는 이유를 들며 자리를 불편하게 만들어 스스로 그만두게 만드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박경자씨는 "캐셔업무뿐 아니라 다른 업무에도 마찬가지"라며 "마트 내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자발적 퇴사 형태를 내세워 인력을 줄이는데 더 이상 인원 채용도 없다"고 짧게 말했다.
그러나 일은 많아진 데 반해 호봉·임금상승·승진 등은 어려웠다. 정규직이지만 다른 직군에 편제돼 일이 많아졌음에도 실질적인 보상이 크지 않았다.
박씨는 "초반 협력업체 횡포에 시달리던 근무자들은 정규직 전환에 긍정적이었으나 협력업체 소속 당시 해당업무 외에는 다른 일은 하지 않아도 됐지만 정규직 전환 후에는 모두 해야 했다"며 "업무지시가 시도 때도 없이 내려오기 때문인데 특히 이마트 PB상품의 진열, 포장은 이마트 정규직원이 아니면 누구도 하지 않는다"고 절절한 심경을 전했다.
이와 함께 "그래서 일하는 사람들끼리는 '마트가 PB상품 때문에 정규직 전환을 한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대형마트의 정규직 전환 시발은 직접적인 업무지시가 불법이라는 데서 출발했지만 이들에 대한 업무지시가 지속된다고도 지적했다.
박경자씨는 "얼마 전 협력업체 직원에게 이마트 상품을 진열하라고 지시했다가 해당 직원이 거부하자 다음 날 해고당했다"며 "정확히 말하면 협력업체에 연락해 '타 직원들과 불화를 일으키고 고객서비스가 엉망'이라는 이유를 들어 인원교체를 요구한 것"이라고 털어놨다.
박씨는 "이제 대부분 협렵업체 판매사원들은 마트 측 직원의 업무지시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다 보니 허위사실을 들어 인원교체를 요구하고 협력업체 역시 사실이 아님을 알면서도 갑사의 요구를 수용하고 있다"며 "해고당한 여직원은 예의바르고 친절해 근무자 사이에서도 좋게 평가받던 사람이었다"고 술회했다.
◆2년에 한 번씩 재계약…매번 반복되는 '신입 딱지'
박경자씨는 체감하는 정규직 전환 전과 후의 차이는 크지 않다. 이마트는 그에게 협력업체 소속일 때와 마찬가지로 2년에 한 번씩 재계약할 것을 요구했다. 달라진 것은 단지 그 대상이 협력업체에서 이마트로 바뀐 것이었다. 급여도 추석, 설 보너스(선물세트 정도) 정도만이 추가됐을 뿐이었다.
박씨는 "협력업체 소속 근무자들을 갑자기 협력업체 마음대로 해고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무엇보다 청소·경비 분야가 이런 비율이 높다"며 "한 번이라도 갑작스런 해고 경험이 있는 근무자는 고용안정이 유지되다보니 정규직 전환을 반겼다"고 말을 더했다.
협력업체들 역시 벌이가 줄어들자 급여를 삭감하는 방식으로 손실을 벌충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기존 일 8만원이던 급여를 7만원으로 동결됐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후 이마트와 똑같이 '동결된 급여로 일할 것인지' 혹은 '그만 둘 것인지'를 제안한 것이다.
박씨는 "협력업체에 맡기는 마트 내 행사가 기존 5일이상 꾸준히 진행했던데 반해 3~4일내로 줄어드니 근무자 급여를 삭감하더라"며 "사실 원청업체(이마트)에서 받아오는 인건비가 동일했음에도 근무자 채용일수가 줄자 협력업체는 그에 대한 손실을 막기 위해 근로자의 임금을 협의 없이 삭감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지우씨는 "홈플러스 역시 4월 중 전 협력업체 소속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들었는데 이마트와 똑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더라"며 "어딜가나 상황이 비슷하다보니 같은 업종으로 이직하지 않고 파출부, 식당, 심지어 하루 종일 전단지 배포를 하고 계신 분들도 있다"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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