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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테크윈-EBO 작별, 엠디에스에 필요한 건?

[삼성식 사업분리 후 생존] '차별성' 있어야 몸값 상승, 반짝인기는 부질없어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4.04.16 15:50:05

[프라임경제] 바야흐로 합종연횡의 시대다. 근래 삼성그룹이 여러 차례의 더하고 빼기를 통해 계열사 체제를 정비하면서, 사업의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 변화무쌍함에 일각에서는 후계구도를 염두에 둔 큰 그림 그리기가 아니냐는 추가 풀이마저 얹고 있다. 주요 계열사들이 본격적인 체제 정비를 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너무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언젠가는 정리해야 한다는 필요와도 맞닿는다.

그러나 이런 가운데서도 삼성 스타일을 잘 파악할 소소한 관전 키워드가 별도로 있고, 이를 지켜볼 필요도 있다는 논의까지 나온다. 바로 일부 삼성 계열사들의 사업부문 조정, 즉 합작사 매각이나 일부 사업부의 분리와 종업원인수제 사용 등 다채로운 이슈들이 신년 이후 봄이 본격화될 때까지 여러 건 눈에 띄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는 크기가 작은 문제지만 삼성이 느끼는 절박감의 크기를 잘 반영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인 데다, 향후 삼성이 바라는 신수종 추진에 대한 열의 방향까지 내다 볼 수 있는 소재로도 보인다.

힘 합쳐 종업원회사인수제로 홀로서면 성공?…삼성테크윈- 엠디에스에 눈길

최근 30일 양도 예정으로 삼성테크윈이 반도체부품 사업부를 분사시킬 계획이 알려진 가운데 분리 방식에 눈길이 쏠린다. 삼성테크윈의 소속 부문을 떼어내 중소기업에 매각하는 경우인 데다,종업원회사인수제(EBO, Employee Buy-Out: 종업원들이 돈을 모아 회사를 사는 것. 종업원기업인수라고도 함) 케이스로 언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사안은 삼성전기와 중첩되는 면이 있다는 평이 나오는 등 삼성 내부에서 분리와 이동을 통해 정리하기에는 경쟁력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결국 EBO와 유사한 틀을 갖추게 된 것으로 보인다. 자금 차입 등 완전히 사원들이 주도하는 방식의 미국식 EBO로 보기에는 다소 어려운 점이 있다는 평도 나온다.

해성산업 등 대주주가 지분 60%를 출자하고 나머지 지분은 반도체 사업부 임직원이 출자하는 종업원지주회사 형태이기 때문에 고용불안 등에 대비, 목소리를 내기 위해 지분을 투자하는 절충안이라는 풀이가 나오는 것이다.

어쨌든 이번 사안에서 '삼성이라는 이름표'를 뗀다는 점에서 △삼성코닝정밀소재(미국회사인 코닝에 삼성측 지분이 넘어간 경우)이나 △TSST(삼성전자와 도시바의 합작사였으나, 삼성 지분이 중소기업으로 넘어가 구성원 반발을 불러온 경우)의 케이스를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미 먼저 사업부 분리와 EBO 시도를 했던 △에스에프에이의 나름대로 성공적인 위상이제 탄생하게 될 엠디에스에게도 가능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하는 경우도 있다.

◆"가혹하다" 초기 대주주 백그라운드 있던 에스에프에이와 차이

에스에프에이는 삼성테크윈이 사무자동화 사업부를 떼어낸 경우다. 종업원들이 EBO를 택해 결국 삼성 이름표 없이 별도의 회사로 설립돼 상장에도 성공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지만, 작금의 반도체부품 사업부를 시집보내는 경우와는 다소 다른 점이 눈에 띈다.

에스에프에이의 경우 삼성테크윈이 대주주로 초기 참여를 했지만, 현재까지 얘기가 나오는 바로는 삼성테크윈에서 갈라져 나갈 엠디에스의 경우에는 반도체부품 사업부 사람들이 주머니를 털어 지분 출자를 해야 할 상황이고, 삼성이 이 지분에 대해 자금을 지원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언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삼성코닝의 경우보다 위로금 등을 더 받는다 해도 소속이 바뀔 직원들의 경우에는 위로금 등에 추가 지출을 하면서 새 직장을 세우는 상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신증권 등에서는 삼성테크윈이 이번 분할로 약 500명선의 위로금 및 퇴직금의 일회성 비용 지출을 할 것으로 본다.

이 정도 인원에 40% 지분의 구입이라면 약 1억원(평균)에 가까운 분담을 해야 하므로, 위로금을 모두 털어넣어도 2000~3000만원가량 부담을 더 질 여지가 있다. 결국 과거 이뤄진 EBO 사례인 에스에프에이(사무자동화 사업부의 분리)의 경우보다 이번 반도체부품 사업부 도려내기가 더 조건이 여러모로 안 좋다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나에 매달리거나, 삼성만 보는 건 금물

이제 엠디에스가 어떤 길을 가야 할지는 비단 에스에프에이를 따라 성공가도가 펼쳐진다고 단순화해 언급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 상황에서는 EBO의 선도 케이스였던 에스에프에이와 일본기업과 합작사 형식으로 운영됐지만 지분을 별도의 '중소기업'에 넘기기로 한 점에서 일부 닮은꼴인 TSST 케이스, 아울러 지분 매각 등에서 상당히 후한 조건으로 진행된 것으로 평가돼 매번 회자되는 삼성코닝 등을 모두 살필 필요성이 제기된다. 또 삼성테크윈의 분할 회사가 다시 삼성전자로 합쳐진 디지털이미징의 경우도 있다.

결론적으로 EBO를 해서 저력이 발휘됐다고만 에스에프에이의 경우를 진단하기는 어렵다. 에스에프에이는 상술한 바와 같이, 한때 삼성테크윈이 최대주주였고 삼성디스플레이와도 밀접한 연관을 가졌다.

   근래 삼성이 성에 안 차는 사업부나 계열사를 정리하는 방식이 과거보다 더 날카로워지고 있다는 평이 일각에서 나온다. 하지만 EBO 방식 등에 의한 정리 등은 과거에도 사례를 찾아볼 수 있고 오히려 경쟁력을 요구한다는 대전제에는 변함이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 프라임경제  
근래 삼성이 성에 안 차는 사업부나 계열사를 정리하는 방식이 과거보다 더 날카로워지고 있다는 평이 일각에서 나온다. 하지만 EBO 방식 등에 의한 정리 등은 과거에도 사례를 찾아볼 수 있고 오히려 경쟁력을 요구한다는 대전제에는 변함이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 프라임경제
그래서 2010년 이후에는 디스플레이장비 쪽에 회사의 역량을 실어 온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삼성의 LCD 투자는 줄어들고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꼽혀 왔던 OLED 투자도 기대만큼은 안 된 상황에 큰 영향을 타게 됐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삼성과의 유대를 강조, 기회를 타더라도 본업이라 할 수 있는 문제, 즉 해외 각국의 기업과 사무자동화 부문 경쟁을 펼치는 노력을 함께 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안타까움을 낳는다.

이는 TSST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도시바와 손잡고 만든 이 회사가 찬밥 신세가 된 것은 저장매체의 발전으로 인한 국면 변화 때문이다.

내부적으로는 합작사를 세워 떨어져 나온 이후 삼성전자가 돈 되는 다른 사업에 눈길을 두루 돌리는 것에 탐탁찮아 하고 이에 순응했던 점에 대한 후회 목소리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삼성에서 떨어져 나온 이후 일정한 자체 경쟁력 확보 필요가 있고 하나에 매달리거나 하는 건 위험하다는 것이다.

◆신수종에 승풍파랑하는 것도 생존전략이긴 한데

물론 예외도 없지 않다. 삼성테크윈에서 분리됐다 다시 삼성전자로 합쳐진 디지털이미징의 경우나 코닝과의 관계 정리가 그렇다.

다만, 삼성이 신수종 사업으로 삼는 의료 등 여러 문제에서 카메라를 빼고 가기 어렵기 때문에 디지털이미징은 카메라사업의 여러 난제, 미러리스 시장에서의 경쟁력 문제나 디지털시장의 성장 한계 등 영업권이 0원으로 평가되는 등 변수에도 불구, 일단 합쳐진 삼성전자의 품에 그대로 남아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이와 함께 삼성 이름표를 떼게 된 코닝의 경우도 자체적 실적은 앞으로 줄겠지만 코닝과의 지속적 협력에서 소재 부문 발전 필요성과 이를 도와줄 파트너십을 얻는다는 문제를 안고 있는 삼성 전체에서 살필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결국 근래 여러 사업정리와 쪼개고 합치기는 계열사나 사업부 입장에서 마냥 두려워할 것만은 아닐지 모른다. 삼성그룹이라는 전체적 틀에서 미래전략을 어떻게 할 것인지 통찰력에서 대응하면 이 부문이 어느 도마에 올라도 살아 남을지, 혹은 공중분해 대상이 될지를 희미하게는 가늠해 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삼성테크윈의 반도체부품 사업부가 엠디에스라는 이름으로 향후 EBO 형식의 독립 이후 자기 본래 역량을 강화하는 것 외에도 차세대 먹거리를 찾는 일에 확장적 사고를 가져야 할 필요를 의미한다.

새로 식구가 될 기업에는 종이와 모터 등 사업 영역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 이름표를 뗀 데서 오는 상실감을 가리기 위해서라기 보다, 무쏘의 뿔처럼 혼자 가기 위해서 바야흐로 고민할 문제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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