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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백혈병문제 '반올림' 어깃장에 '부사장→전무' 대응 수위조절, 왜?

제3기구 문제 성명에 당혹감…'향후처리 악영향' 우려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4.04.16 11:15:15

[프라임경제] 백혈병 등 문제 해결이 다시 표류하나? 14일 나왔던 삼성전자의 문제 해결에 대한 '진지한 검토' 입장이 암초를 만났다.

삼성전자는 9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대한 화답 형식으로, 이날 김준식 부사장 명의로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빠른 시일 내 공식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이하 반올림)의 성명 때문에 혼란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반올림 측 성명 내용, 왜 파장 컸나?

반올림은 15일 성명을 통해 "삼성이 직접 반올림과의 성실한 교섭을 통해 보상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제3의 중재기구를 통한 논의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일견 삼성전자의 전향적 검토 제의를 반올림이 뿌리친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좀 더 복잡하다.

우섬 삼성전자의 14일 입장 표명은 9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대한 화답이었는데, 이 전제가 반올림측의 성명으로 기반부터 흔들리는 상황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즉, 9일 기자회견은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백혈병 등 산업재해 유가족, 반올림이 함께 진행한 형식이며 이 자리에서 △삼성의 공식적 사과 △공정하고 객관적인 제3의 중재기구 구성 및 이를 통한 보상 △재발방지 노력 등 요구조건이 제시됐다.

반올림이 15일 성명을 내면서 '상황의 수정'을 요구하게 된 셈인데, 결국 이는 지난 9일 국회 기자회견 당시 심 의원 등과 제대로 의견 조율을 하지 못한 여파로 보인다. 문제는 상황이 복잡하게 됐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로서는 이 같은 내용을 전달 받은 뒤 전향적으로 검토할 것을 약속했는데, 이런 내용을 내건 당사자 중 하나로 생각됐던 반올림이 돌연 입장을 바꾼 셈이다. 삼성으로서는 대화의 상대를 어느 쪽으로 해야 할 것인지(제3기구의 설립 여부)는 물론, 대화 상대방 중 일부의 진의에도 의구심을 가질 수 있는 대목이다.

삼성전자 "혼란스러워" 부사장급에서 전무급으로 '발언자도 격하투입'

삼성전자로서는 곤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6일 사장단 회의 이후 백수현 삼성전자 전무가 기자들을 만나 "혼란스럽다"고 말한 것이 단적인 예다.

삼성으로서는 중요한 사회현안을 처리하는 상황에서 대화 테이블에 누가 앉을지 또 어떤 대강의 틀로 문제 해법을 마련할지 등에 전혀 정보가 없는 상태로 대화 상대방 중 일부인 반올림에 휘둘리게 됐기 때문에, 일단 이를 관망하면서 문제 파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반올림이 백혈병 문제에 대해 주의를 환기시킨 공로가 크지만 협상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대표 적격성이 적기 때문에 역할을 줄여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일부 의견도 나오는 상황이라 이 같은 입장 혼선을 초래하고 있는 현상황은 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는 결국 오랜만에 찾아온 삼성 백혈병 문제를 해결할 기회가 다시금 속도를 잃는 상황으로 이어질 여지도 높아 보인다. 백 전무는 "제3기구에 대한 반올림 등의 입장 번복이 있지 않으면 대화 자체를 진행할 수 없다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만약을 생각하는 것은 불필요한 것 같다며 '원론적인 대화 의지를 재확인'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로서는 말을 바꾸는 상대방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여, 어느 정도 공회전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 번 14일 입장 전달에는 부사장급이 나섰으나 16일에는 전무급에서 나온 것도 '대응 수위를 하향 조정'하면서 반올림에 대해 불만을 간접 전달하려는 뜻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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