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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대의 범죄자'로 전락한 삼성생명·교보생명 '보험왕'

보험유지 위해 고객에 금품제공, 고객돈 횡령혐의로 입건

이지숙 기자 | ljs@newsprime.co.kr | 2013.11.13 17:44:34

[프라임경제] 10년간 생명보험사에서 간판 설계사로 활동했던 보험왕이 거액의 불법자금 관리를 통해 실적을 올려왔던 사실이 밝혀졌다. 보험업계에 만연한 설계사들의 리베이트 관행과 보험료 돌려막기 등 고질적 악습이 여전히 근절되지 않은 것.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직원명의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37억원의 회사 돈을 개인용도로 사용한 혐의를 들어 인쇄업체 대표 L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3일 밝혔다. 경찰은 L씨가 불법자금 대부분을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의 600여개 비과세 보험상품에 가입해 분산, 은닉했다며 이를 관리한 삼성생명 보험설계사 Y씨에게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국내 최대 규모 보험사 '보험왕'이 불법자금 관리를 통해 실적과 명성을 쌓아 충격을 주고 있다. © 프라임경제 DB  
국내 최대 규모 보험사 '보험왕'이 불법자금 관리를 통해 실적과 명성을 쌓아 충격을 주고 있다. © 프라임경제 DB
이날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 L씨는 대구와 인천에서 인쇄업체를 운영하고 있으며 1992년부터 2008년까지 약 20여년간 무자료 거래를 통해 500억원의 불법 자금을 조성했다.

아울러 L씨의 보험계약을 담당하던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의 설계사는 고액 보험가입자인 L씨의 보험유지를 위한 대가로 현금 등을 제공했으며 일부 보험금을 개인 용도로 사용하는 등 위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적발됐다. 이들은 L씨의 보험을 독점적으로 관리하며 실적에서 우위를 차지해 '올해의 보험왕' 등의 타이틀을 달며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삼성생명 보험설계사 Y씨의 경우 현재 임원급인 명예본부장(전무급) 대우를 받으며 영업실적이 가장 좋은 설계사에게 주는 연도상을 10년 연속 수상했다. 올해에는 연도상 수상을 고사한 Y씨를 위해 삼성생명이 '전사 그랜드 챔피언'이라는 상을 마련해 시상하기도 했다. 또한 '보험왕' 타이틀로 강연뿐만 아니라 두 차례 책도 출판하며 자신의 영업마케팅 수단을 알리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생명 보험설계사 중 '간판스타'로 활약한 Y씨는 2001년경부터 L씨의 200억원 상당의 150여개 보험을 독점 관리하며 이를 유지하기 위해 피의자 L씨의 부인 M씨에게 보험가입 대가로 모두 6회에 걸쳐 3억5000만원을 제공한 정황이 파악됐다.

또한 Y씨는 L씨의 보험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해약보험금 중 60억원을 몰래 빼내어 부동산 구입, 투자신탁 투자 등 개인용도로 사용해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Y씨는 현재 범행을 부인하는 상태다.

Y씨는 "고객의 돈으로 부동산을 구입한 사실이 없고 보험가입의 대가로 M씨에게 금품을 제공한 사실 또한 없다"며 "경찰이 단정적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한 행위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 제소 등 법적대응을 통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1985년경부터 L씨의 200억원 상당의 150여개 보험을 독점 관리한 교보생명 보험설계사 G씨 역시 2005년경 L씨에게 보험가입 대가 명목 삼아 2억2000만원을 제공해 Y씨와 함께 보험업법 위반혐의로 입건됐다. G씨 또한 L씨의 보험을 독점관리하며 올해까지 7차례 보험왕 자리에 올랐다.

   범죄일람표 © 경찰청 특수수사과  
범죄일람표. © 경찰청 특수수사과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수사기관 등의 추적을 우려해 자신 명의로 계좌를 개설해 보험가입대가를 입금한 후 계좌와 도장, 비밀번호 등을 L씨에게 전달하는 등 치밀하게 금품을 제공했다.

한편, 보험업계를 대표하던 일부 설계사들이 불법 자금을 관리하다 경찰에 적발되자 금융감독원은 보험설계사들의 불법행태에 대해 긴급 점검하기로 결정했다.

1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모든 보험사들을 대상으로 설계사 업무 행태 점검을 실시할 방침이다. 특히 뛰어난 실적을 자랑하던 보험설계사들을 집중 조사해 높은 실적 이면에 불법 영업행위가 있었는지 들여다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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