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보험정보 일원화를 두고 당국과 보험업계가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다. 하지만 그 실질적인 효과가 가입자(보험소비자)들에게 돌아갈지 미지수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재 생명·손해보험협회가 집적하고 있는 보험정보를 보험개발원쪽으로 이관, 일원화하자는 당국 움직임이 있어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 이 같은 일원화 논의에서 가장 큰 장점으로는 일단 보험범죄에 대한 정보의 관리 사각지대 감소가 있다. 즉 범죄 필터링 효과의 강화를 기대하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이 같은 정보 일원화만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다는 해석 또한 유력하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 보험범죄, 잡아내도 솜방망이 처벌? '입법 논의 필요'
24일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보험범죄 형사판례집'에 따르면 보험범죄를 막상 밝혀내 형사재판에 회부돼도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를 받는 등 처벌이 미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판례집은 2010년 1월부터 2011년 12월까지의 보험사기 혐의를 조사해 적발한 사건 중, 형사재판이 완료된 211건의 재판결과를 분석한 것인데 여기에 따르면 보험범죄자 796명 중에 벌금형이 574명(72.1%)으로 가장 많고 집행유예 138명(17.3%), 징역형 84명(10.6%) 등의 처벌 비율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는 여럿이 공모를 하는 경우 1인당 범죄액이 경미한 등으로 온정적 처벌 경향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앞으로 법원 내부에서 양형 문제의 논의를 통해 재판부 재량을 줄이고 강한 처벌쪽으로 조절할 문제지만, 일단 그 전에 관련 법률을 정비해 보험범죄로 인한 피해가 선량한 가입자들에게 전가돼 보험제도 자체가 흔들리는 것을 막는 방안도 있다.
독일이 보험사기죄를 신설, 적용 범위를 넓게 잡은 게 1998년이고, 가까운 일본은 범죄단체 등이 개입하는 보험범죄를 강하게 의율하기 위해 '폭력단원에 의한 부당행위 방지 등에 관한 법률'에 이들에 의한 보험사기 부분을 삽입한 바 있다(1991년).
◆ 범죄 필터링 편의보다 정보보호가 우선 공감대 형성이 먼저?
한편 보험범죄 가능성이 있는 사례들을 매칭해서 필터링하는 문제도 현재처럼 '그러기 위해서는 손해보험과 생명보험을 가리지 않고 한 곳으로 일원화·집중화'라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발상 전환이 요청되고 있다. 이렇게 단순하게 문제를 봐서는 오히려 부작용만 키우고 범죄 적발 효과는 크게 신장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독일은 보험범죄가 의심되는 일을 반복적으로 저지르는 경우를 적발해 내는 데 있어서도 개인정보 보호를 우선적으로 관철, 그 원칙 하에 운영하고 있다. 기존에 A 보험사에 의해 보험범죄 의심 사례로 인지된 경우가 있고, 이번에 다시 B 보험사에 의해 유사한 패턴의 의심 케이스가 있다고 하자.
독일의 데이터평가시스템에 따르면 이는 필터링돼 의심 사례로 부각되지만 A 사와 B 사간에 곧바로 문제 사례의 인물과 사건의 구체적 내용을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단 데이터평가시스템에 입력되기 이전에 철저히 암호화(코드화)돼 있기 때문에, 의심되는 사례들로 언급이 되면 A 사와 B 사가 서로 연락해 각자가 보유한 정보를 교류해야 한다. 그러므로 다른 회사가 내용을 알 수는 없다.
이는 이해당사자인 보험업계에 의해 정보가 관리돼도 문제가 없다는 방증이기도 하지만, 보험사들에 의해 불필요한 개인 정보 열람이 시도되거나 이것이 드러나 물의를 빚는다는 뉴스가 종종 나오는 우리나라의 풍토를 생각하면 바로 "협회에 모든 걸 맡겨도 된다. 외국도 그렇게 한다"는 주장 자료로 쓰일 것은 아니다.
조금 다른 주제지만, 영국 정보감독위원회가 지난해 12월28일 개인정보의 보호를 위한 '데이터보호약관(Code of Practice for Data Protection)'을 발의한 것을 보면, 제도는 그 사회의 전체적인 분위기에서 벗어나 존재하거나 성공하기 어렵다. 데이터 익명화는 인터넷 상에서 돌아다니는 개인정보를 포함한 각종 검색가능한 정보를 쉽게 식별할 수 없게끔 특정 형태로 변환하는 것이다. 즉 정보의 강력한 보호라는 전반적 사회의 이해와 토대가 갖춰져 있지 않으면 비효율과 실패 부담이 큰 제도(일종의 암호화 장치를 씌움에 있어 비용지출이 많고 기술적으로 구현이 까다롭다고 알려짐)인데도 도입이 채택된 것이다.
결국 지금 보험범죄에 대한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되고 그 해법에 대한 논의도 여러 각도에서 언급되고 있지만, 저금리시대 도래로 인한 보험사들의 실적 악화를 메울 방안을 찾자는 점에서 단편적으로 또 파편적으로 접근이 이뤄지는 게 아닌지 주의를 기울일 대목이다. 전반적인 관련 제도를 모두 검토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당국이 객관적으로 다뤄야 할 필요도 높다. 그런 점에서 현재 일부 정보 집중화 추진 논의가 국회 무시 논란 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점은 극히 지양할 태도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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