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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신사업, 몇달 묵혀 '페이스오프' 이유는?

관련업계 협업, 국내시장 상황 반영…새 수익원 소화불량 방지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3.01.16 16:47:52

[프라임경제] 은행권은 혹독한 저금리·저성장 시대로 내몰리고 있다. 경제 불황과 바젤III 시대 준비 등으로 이 같은 환경 변화 가능성을 예상해 온 은행들은 이미 새로운 수익원 찾기에 나서고 있다. 새로운 사업모델로 눈길을 돌리면서, 은행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부문은 물론 전혀 다른 사업 영역에서도 아이템을 찾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도 대상이다.

다만 여기에는 전제 조건이 있다. 은행업의 특성을 살려 다양한 접점을 찾고 이를 '어필'하되, 위험성을 안고 무리하게 뛰어들지는 않는다는 것. 또 새 캐시카우(수익창출원)를 찾더라도 자신보다 더 나은 카우보이가 있다면 결합과 의뢰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일각이 여삼추처럼 기민하게 머리를 굴리면서도 그런 한편 몇 달 정도의 시간을 추가로 들이는 정도는 아깝지 않게 쓰는 과정을 밟기도 한다. 유명한 수필 '방망이 깎던 노인'에서처럼, 깎다 깎다 이리저리 돌려보다 하는 '시간낭비' 과정을 거쳐야 손에 꼭 맞는 새 방망이가 나온다는 것이다.

타금융영역보다 넓은 발 강조: 다양성과 선택의 폭으로 승부

하나은행이 최근 은퇴자와 은퇴준비자를 대상으로 아름다운 은퇴설계를 위한 '행복디자인 브리즈'를 실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연말까지 총 40회에 걸쳐 진행하는 큰 규모다. 안정적인 은퇴설계와 노후를 준비하도록 지원하기 위해 금융컨설팅도 하지만 건강과 문화 특강 등 '기타 분야'의 전문가 초빙까지 총망라된 정보를 제공한다는 복안이다.

기존에 일명 실버뱅킹은 고령화 사회 도래로 새 먹거리로 관심을 모으기는 했지만 전문성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은 영역으로도 꼽혀 왔다.

하나은행은 PB(프라이빗 뱅킹)영업에 강점을 가지고 있어, 이 영역에서도 연계가 유리할 것으로 분석돼 왔다. 하지만 KB국민은행 등이 실버 시장에 대한 공략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어 이번 행복디자인 브리즈로 이 시장 개척에 박차를 다시 가하기 위한 포석을 깐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간 경쟁만이 문제가 아니다. 지금과 같은 저성장·저금리 상황에서는 노후 및 노후준비층 시장을 놓고 타금융영역과도 신경전을 벌이는 게 불가피하다. 장기상품 운용에 강점을 갖고 있고 생애주기에 따른 맞춤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는 생명보험업계와도 시장을 놓고 싸워야 한다.

다만 은행들은 보험과 주식뿐만 아니라 예적금 등 금융상품 운용을 통해 종합적인 은퇴설계가 가능하다는 '제너럴리스트로서의 장점'을 갖고 있다.

이 같은 특징을 부각시키면서 예치금이 많은 사람이나 상품간 시너지를 원하는 사람은 은행에서 은퇴설계를 받도록 하기 위해 고객과의 '안면 트기' 단계부터 다양한 아이템 구상, 제시 능력을 보이는 게 필요하다. 행복디자인 브리즈가 노후설계 전반에 걸친 정보 백화점 모양으로 다가서는 점은 우연이 아니다.

타산업 전문가에게 맡기고 집중으로 특성화 시장 개척

그렇다고 모든 영역에 무한정 발을 뻗어 역량을 낭비하는 것은 지양하고 있다. 관련 산업과 협업을 하거나 산업의 파이를 나누는 게 오히려 득이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의 KB부동산 기능이 그런 예다. 국민은행은 부동산토탈상담 KB부동산 R-easy 서비스를 공개했다.

   
국민은행의 부동산 서비스는 업계 영역을 침범할 수 있다는 오해를 피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케이스로 꼽힌다.
매입→개발→관리→처분으로 진행되는 부동산 라이프 사이클 전 단계에 걸친 자산관리 토털서비스를 제공하면 좋겠다는 시장 수요가 있어 왔는데, 국민은행이 구 주택은행 시절(현재는 국민+주택으로 합병)부터 오랫동안 축적해온 부동산 DB를 활용해 맞춤형 부동산 정보와 상담서비스를 제공하고 나선 것.

하지만 이는 10월 출범 전부터 뜨거운 감자가 됐다. 부동산 중개업과 종이 한 장 차이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이 같은 서비스 구상이 나온 연초부터 제기되고(중개업법과 은행법 저촉 논란), 이로 인해 관련업계가 술렁인 것.

이 와중에 국민은행은 논란을 키우는 대신, 고객의 자산포트폴리오 및 금융상담에 충실하고 부동산 상담 및 거래는 반드시 공인중개사를 거치게 한다는 쪽으로 이런 '기우'를 잠재우는 등 발빠르게 대응했다.

대신 모바일금융(스마트금융) 발전 추세에 능한 노하우를 결합하는 등 국민은행만이 할 수 있는 부동산의 모델을 개척하는 데 주력하면서 오히려 호사다마로 승화시켰다. 예를 들어 국민은행이 내놓은 KB부동산 앱은 임대수익형 부동산 정보가 강점이다. 부동산 전문가가 추천하는 오피스텔이나 빌딩매물 정보와 기대수익률이 나온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우리은행은 기업은행, 신한카드 등 선발주자들이 강세를 보이던 아파트 카드 시장에서 M/S를 키우기 위해 일명 '아파트몰'을 결합, 운영해 관심을 모았다. 전문업체와의 손잡기 모델을 통해 부담을 줄이면서도 신사업 개척을 꾀한 경우다.
우리은행이 내놓은 아파트 카드의 연계 기능인 아마트몰 역시 전문가와 조인트를 통해 불필요한 투자를 줄이면서 효과를 본 경우다. 우리은행은 내년 3월 카드사 분사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으나 아직 은행계 카드로 겸영 영업을 하고 있는 상황.

아파트 카드시장을 놓고 일명 전업계 카드 등과 경쟁하기 위한 특화 서비스가 필요했던 우리은행은 인터파크 계열사와 아파트몰을 개척했다. 각종 가사서비스업을 은행에서 직접 운영하지 않으면서도 해당 고객들에게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서비스를 판매할 수 있는 이익을 취하고 있다.

외환은행이 새로 선보인 글로벌종합금융케어 서비스도 세계 각국에 뻗어있는 금융망을 살려 각종 금융사유품 개설, 활용의 편의성을 극대화해 눈길을 끈다.

여기에 국제이삿짐 전문업의 손을 빌려 금융업 내외의 강점을 더했다. 해외 주재원 등에게 이삿짐 할인 등 혜택까지 공급하는 '결합형 서비스'인 것. 외환은행 해외지점 계좌에 대한 입금과 출금을 국내에서 할 수 있게 해 주는 서비스는 이미 2000년대부터 등장했는데, 이를 발전시켜 확대하고 각종 서비스를 더해 최종판 형식으로 만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시간 두고 다듬다 보면 다른 모델로 업그레이드 나오는 경우도

이렇게 신시장 개척과 문제점 제거라는 미션을 동시에 수행하다 보면, 당초 기획 구상이 알려진 이후 시간이 다소 걸린 뒤 상품이나 서비스가 나오기도 한다. 우리은행이 오는 봄 선보이게 될 웰니스 상품(의료관광)처럼 오랜 시간을 두고 뜸들이며 당초 알려진 바와 모양이 다소 달라지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청심국제병원이 의료관광과 관련해 웰니스 상품을 내놓을 것으로 지난 10월부터 관심을 모아왔다. 다만 이때에는 사전 상품구매 후 입금이 확인되면 포인트를 적립해 현금처럼 사용하는 일명 선구매 포인트적립 상품 시스템으로 개척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 많이 사랑받고 있는 선불카드 형식에 가깝지 않겠느냐는 해석이 나왔다. 선불카드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중심으로 시장이 구성된 탓에 크게 파이를 키우지 못했지만 중국에서는 오히려 애용되고 있다.

한국의 일반적 할인 문화와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중국의 대중화된 판매방식이라는 점에서, 어떻게 금융권에서 접목을 해 실제 상품이 나올지, 시간은 얼마나 소요될지 눈길을 끌었다. 우리은행에 따르면 이 상품은 오는 3월에 선을 보이며 정액권 형식으로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구입을 해서 사용하고 (은행에서는 추후) 사용자의 확인과 동의를 얻어 지불하는 형식이 될 것이라는 부연이다.

즉 선불카드의 시스템 모델을 근간으로 출발할 것으로 당초 초점이 맞춰졌지만 한국의 주요 은행이 지불 안정성을 보장하는 쪽으로 의료소비자와 병원 양쪽에 신뢰성을 보장하는 역할이 추가되면서 무게중심이 이동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른바 '에스크로'와도 유사한 모델이 결합된 셈이기 때문이다. 한편 우리은행은 이 상품의 제반 영역에 넓게 개입하지 않으며, 자금관리와 결제만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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