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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과잉의 시대, 일본은 3惡 어떻게 해결했나

한국 법규정 미비점, 일본식 민간역할 강화 타산지석 필요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3.01.14 12:59:40

[프라임경제] 지난해 당국이 펼친 '불법사금융과의 전쟁'을 겪으면서 일부 약탈적이고 악질적인 행위가 움츠러든 상황이다. 하지만 신년 들어 대부업이나 채권추심업계가 여러 제도적 격변기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채무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방향이 아니라 이들에게 새 시장이 열리는 데 제도 초점이 맞춰진다면 구태가 되살아날 여지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이 와중에 일본의 '고금리·과잉융자·가혹한 징수(3악) 척결 운동'의 교훈을 살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연말 치러진 대선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피에타 3법(이자제한법·공정대출법·공정채권추심법) 관련 개혁을 통해 이자율 상한을 연 25%로 낮추고 과도한 채권추심을 제도적으로 막겠다는 공약을 내걸기도 했지만, 보수정권이 탄생한 상황에서도 '민생' 측면에서 이 영역에 대한 관심은 정파를 막론하고 안고 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하경제 양성화나 업계에 좋은 일만 시키는 제도를 만드는 대신, 일본처럼 채무자 보호 강화의 실효성을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본 80년대와 다르지 않은 총체적 난국, 韓 '불법사금융과의 전쟁' 시작

지난해 9월 인천에서 열린 한 모임에 참석차 방한했던 야마지 히데키 일본전국 크레디트·고리대금업자 피해자연락협의회 회장은 법조인과 소비자 단체 등이 힘을 합해 30년에 달하는 금리 낮추기 운동이 진행됐다고 소개했다. 그 결과 현재 금리는 연15%~20%로 낮춰졌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당시 일본은 쇼와 58년(1983년)을 전후로 극심한 신용대출 대란을 겪은 바 있다. 이때 과잉융자로 빚을 감당할 수 없게 돼 버린 채무자들은 이 빚이 채권양도(매매)로 점차 열악한 대부업체에 넘어가는 상황을 겪게 되고 고금리와 가혹한 징수에도 시달리게 된다(당시 사회문제를 다룬 '화차'가 1993년 발표돼 인기를 끌었고, 우리나라에서도 소설과 영화로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이를 해결하고자 범사회적으로 협력한 것이 3악 척결 운동이다.

우리의 근래까지의 상황은 1980년대 일본이 이미 겪은 대출 3악 상황과 비교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로 인해 지난해 4월부터 정부는 범부서간 협력을 통해 불법사금융 피해 구제를 시작했다.

지난해 12월7일까지 신고접수된 건만 봐도 1만5448건에 이른다. 불법사금융의 뿌리가 하루 아침에 완전히 척결될 수 있을지 우려가 제기되는 동시에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전쟁 수행 의지가 필요함을 확인하는 방증으로도 읽힌다. 일반주택을 사업장으로 쓸 수 없고, 최소 5000만원의 자기자본이 있어야 등록이 가능토록 하자는 방안이 일각에서 거론된 점도 이 같은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당장 논의가 시급한 대목은 △대부업법 등 관련 규정에서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문제다. △대부업에서 소형 업체 난립을 막고 중소 대부업체의 대형화를 유도할지 등은 이 전제 하에서 논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선 불법적인 추심 등 대부업 불법행위의 진앙지로 지목되는 중소형 대부업체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관리·감독 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대부업체 설립 요건과 무등록업체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지난 연말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등록 요건을 강화하고 등록업체에 대한 단속이나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심행위 관련 규정 시스템 배울 필요

일본은 1980년대의 3악 척결 운동의 정신을 살려 채권관리회수업에 관한 특별조치법과 대부업의 규제 등에 관한 법률 등에서 불법채권추심행위를 규제하고 있으므로 유사한 길을 뒤늦게 걷고 있는 우리로서는 이 같은 규정들의 장점만 취합할 필요가 제기된다.

대부업자의 불법적인 채권추심을 다루는 처벌 규정 등을 담은 대부업법은 1983년 등장해 이후 여러 번 개정을 거쳤다. 채권관리회수특조법은 1998년 마련됐는데, 이 법은 대상업체를 관리, 허가를 내주는 정부부처를 법무부로 해 놨다.

금융당국 외에도 법무-검찰은 물론 변호사협회 등 유관 민간기구들이 머리를 맞대지 않으면 신용대출 대란 와중에 탐욕스런 채무추심 상황에서 채무자를 보호할 수 없다는 역사적 교훈과 관련 운동에서 민간이 일정 부분 역할을 한 점을 살린 케이스다. 또 채권관리회수특조법은 폭력배 등에 업무를 위탁할 '우려'만 있는 회사에게도 허가를 내주지 않도록 하는 등 고심의 흔적이 많다.

우리나라 대한변호사협회도 2003년 여름 채권추심으로 인한 인권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채권추심업무에 관한 법률 마련을 입법청원하는 등 민간전문가들의 노력이 이미 존재했는데, 이런 논의가 더 활발히 이뤄지고 정치권이나 정부와 의견교환도 진행돼 현실성 있고 촘촘한 그물을 짜는 안을 마련하는 기반이 돼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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