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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 일본 축제 분위기…문제는 '수출기반'

유가변동 숙제,기업인들 요청 못살리면 88엔시대 효과반감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3.01.07 12:34:29

[프라임경제] 일본과 경쟁해야 할 우리나라 수출기업의 타격 탓에 엔저로 인한 우려가 높다. 마켓워치가 2일(이하 모두 현지시간) 현대차에게 일본 정부의 엔저 정책이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판매 증가율이 10년 최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 등 국내외적으로 이 문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엔화 약세가 계속되면서 도쿄 외환시장에서 4일 엔·달러 환율이 2년5개월 만에 처음으로 88엔선을 돌파했다. 현재 일단 엔·달러 환율은 일본상공회의소가 지난 연말 내놓은 85~90엔의 적정선 의견 범위 내에 들어온 상황이다.

엔저, 얼마나 더… 투기수요 의견은 '일단 주춤'?

일본 엔화가 미국 달러화에 대해 약세를 더 나타낸다는데 베팅한 투자자들이 감소하고 있다. 구랍 3일 인터내셔널마켓(IMM)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11월 마지막 주 달러화에 대한 엔화의 비상업적(투기적) 순 숏포지션이 지난 5년래 최대 수준으로 늘어났다가 근래 다시 줄어든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7일 노무라증권은 엔화가 곧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방향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나오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 20년 만기 일본 국채가 매력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면서 일부 투자자들이 엔화 숏포지션에서 이익을 실현하는 것도 엔화 약세가 끝날 것이라는 신호라고 진단했다. 아베 신조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 재집권 후 실제로 엔화 숏포지션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7일 IMM 데이터 분석 결과를 보면 구랍 말일 기준 한 주간 미국 달러화에 대한 엔화의 비상업적(투기적) 순 숏포지션은 8만517계약까지 줄었다. 일본 주식을 피하고 엔화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도 투자하지 말라는 일부 전략가들의 조언이 실제 거래 흐름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투기 세력은 일단 엔저 상황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숨고르기 의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국제 유가 일단 작년 수준이라지만…글로벌 리더십 부재 우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단 전반적인 흐름은 일본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무조건 일본측의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지나친 엔화 약세는 에너지와 원자재 수입비중이 높은 일본기업에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는 역효과로 이어질 수 있어, 엔화 환율 동향 외에도 국제 유가 등도 함께 봐야 하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달 "현재 유가가 배럴당 90달러선에서 오르내리고 있는 만큼 90엔대 환율이 엔저의 한계"라고 진단했다. 이 신문은 신흥국 수요가 증가하고 유가가 오르면 적정 수준이 '1달러=90엔'보다 엔고 쪽으로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그럼 국제유가 전망은 어떨까. 6일 미국의 에너지 정보제공 사이트인 플래츠는 여러 석유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올해 미국의 석유개발 산업 전망을 발표했다. 플래츠는 올해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80~90달러대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여기에는 전쟁 등 돌발 변수 가능성이 빠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경제연구원이 6일 발표한 '2013년 10대 글로벌 트렌드' 보고서는 올해의 경우 그간 세계경제를 이끌어 온 미국의 영향력이 크게 약화돼 국제사회가 다원화되는 'G-Zero' 시대에 진입한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 시리아 사태, 이란 핵문제 등이 심화될 전망이고 이에 따라 이들 지역의 전쟁 위험이 높아질 경우 국제유가도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일본은 당분간 자국이 누릴 수 있는 가장 적정한 선의 엔저 상황과 유가 등 흐름을 만나겠지만, 이 흐름은 자국의 정책 의중에 따라 좌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특히 글로벌 리더십 실종 상황에 민감히 영향받을 언제 깨질지 모르는 불완전한 평화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엔저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수출기반 닦을 지 여부가 관건

이런 배경을 잘 알고 있어서일까? 일본 경제전문지 '닛케이비지니스'와의 최근 인터뷰에서 일본 경제계를 좌우하는 중요한 인물들은 '아베 정부가 엔저를 만들어 줘서 마냥 고맙다'는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카를로스 곤 닛산자동차 회장은 과감한 엔저가 없으면 일본 제조업계가 되살아나기 어렵다는 의견을 가진 인물이다. 그러나 곤 회장은 아베 정부가 엔화 약세 만능주의에서 벗어나 수출기업을 위한 안정적인 사업기반을 형성하는게 중요하다고 단언했다.

곤 회장은 "환율은 경제 성장을 위한 수단(lever)일뿐 목표가 아니다. 정부는 엔화를 달러화 대비 90엔대와 같은 목표보다 경제성장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라면서 "정부가 수출기업을 위한 안정적인 사업기반을 만들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 유통업계의 거물인 가와노 유키오 야오코사 회장도 올해 아베 정권에게 필요한 것으로 '정책공유'를 꼽았다. 엔저 이벤트 외에 아베 정부가 기반과 소통을 마련해 달라는 일본 재계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배경이다.

이는 바꿔 말하면 현재 우리나라 수출업체들을 괴롭히고 있는 엔저 상황보다는 일본이 엔저 이벤트를 모멘텀으로 삼아 제대로 수출기업을 위한 중장기적 기반 구성이라는 '백년대계를 위한 전진'에 성공할지에 더 관심을 가질 때라는 지적으로 해석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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