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은행마다 저금리시대 살아남기를 신년사 화두로 내세우며 시작한 2013년. 은행과 거래하는 고객들은 금융 노마드 경향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특히 작은 돈을 잘 운영해 큰 이점을 얻자는 움직임도 높다. 하지만 막상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여전히 방치돼 있는 게 현실. 한국은행이 3일 내놓은 '2012년 상반기 은행수신 동향'에 따르면 은행수신 총 2억236만좌 중 평균잔액 1만원 이하 소액예금 계좌 수는 요구불예금과 저축예금 등 수시입출식예금을 중심으로 9698만7000개나 된다. 작심삼일이 되기 쉬운 연초, '잔돈 통장'과 관련된 자투리 상식을 살펴 봤다.
연 금리 X%, 이런 조건에 혹해 통장을 개설하기 쉽다. 하지만 이리저리 빼 쓰다 보면 결국 적은 잔액만 남기 십상. 더욱이 조금 있다 더 좋아 보이는 상품이 나오거나 다른 금융 트렌드가 일면 갈아타기로 소액 잔고만 내버려 두기 쉽다.
◆이자, 전 단위는 없고 소액계좌 무이자제도까지
금리가 얼핏 연 단위로 쓰면 겉으로는 높아 보인다고 해도, 잔고 자체가 적으면 비례해 이자가 적을 수밖에 없다. 또 원 단위 이하 소숫점 즉 전 단위는 이자 계산에서 쓰지 않는다는 것. 어중간한 평잔을 유지해서는 아무리 고금리 상품이나 특약 통장에 넣어 봐야 말짱 도루묵일 수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전 단위는 현재 쓰지 않고 원 단위까지만 지급한다. 원 단위도 은행 통장에 존재할 뿐 고객에게 내줄 때는 10원 단위로 절삭해 지급한다"고 설명한다.
또 소액계좌의 꿈을 뺏어가는 제도로는 소액계좌 무이자제도가 있다. 이자를 계산하는 기간에 평잔 50만원이 안 되는 경우에는 이자 자체를 주지 않는 제도다. 2000년대 초반 도입돼 현재 기업은행, 신한은행 등 유수 은행은 50만원선을 기준으로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금리 역발상 통장, 최대한 누리려면
위와 같은 불만을 해소하고 틈새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각 은행이 출시, 고객들을 유혹하는 상품이 이른바 '역발상 통장'이다. 평잔이 적은 경우 오히려 고금리를 줘 직장 초년생 등 젊은층에 어필하려는 것.
국민은행의 '스타트통장'은 평균잔액 100만원까지 연 4%의 이자를 월단위로 준다. SC은행의 경우도 역발상 제품을 내놔 점포수의 열세를 만회, 적극적으로 고객들에게 다가선 바 있다.
하지만 역발상 상품을 통해 고금리 혜택을 보려면 소비 패턴을 통장에 맞춰 최적화할 필요가 있다.
우선 국민은행의 스타트통장 같은 경우 필연적으로 '굴비 통장' 패턴을 연마할 것이 요청된다. 결산일 전월 말일 기준으로 평균잔액이 100만원 이하인 경우가 혜택 대상이기 때문에 큰 돈을 넣어두는 용도로 쓰기에는 부담이 있다. 또 매월말 기준으로 공과금 자동납부실적 또는 계좌간 자동이체실적 또는 KB카드 이용대금 결제실적이 있으면 수수료 혜택이 있으므로, 세뱃돈과 같은 소액을 넣어두기에 안성맞춤이다. 'KB카드 고객들이 굴비카드 여럿 만들어 혜택을 누리듯' 따로 국민은행 통장을 두고 가욋돈 용도의 제2통장으로 쓰면 좋다.
자주 입출금을 하는 경우에는 좋지 않은 상품도 있으니 소비자가 행동 패턴을 여기 맞춰야 하는 제품도 있다. SC은행의 두드림2U통장도 수시입출금식 중에 높은 금리를 준다고 널리 알려져 있지만 자금을 잠시 넣어두는 용도로 쓰기는 어렵다. 이른바 '선입선출법(먼저 입금된 돈을 먼저 출금토록 하는 방식)'을 적용하므로, 돈을 수시로 인출하면 이자를 계산할 때 불이익이 크다.
◆이자 받으면 소멸시효 연장? '이자 0원'은 논란 여지
소액계좌의 문제점은 관심 대상에서 벗어나 자칫 휴면계좌(일정기간 쓰지 않는 통장)가 되기 쉽다는 것.
최종거래일부터 5년이 지나면 원래 시효의 소멸로 은행 수입으로 볼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렇게 처리하지 않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시효가) 지났다고 해서 바로 잡수입으로 잡는 것은 아니다"라고 한다. 은행 것이 되는 게 아니라 계속 관리를 하며 고객이 요구하는 경우 돌려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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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 노마드 경향이 강해지고 각종 아이디어 상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지만, 통장을 잘못 활용하면 이자를 짭짤하게 얻기는 커녕 오히려 먼지 쓴 휴면예금이 되기 쉽다. | ||
더욱이 대법원에서 지난해 8월, 은행이 이자를 지급했다면 휴면계좌에 대한 '채무의 승인'이 된다고 한 바 있다. 다만 이자를 0원으로 한 경우에도 여기에 들어가는지는 논란이 있어 보인다. 정용 변호사(전북지방변호사회)는 "현실적으로 이자를 지급하지 않은 경우까지 같이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이 경우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법인세부과처분취소 사건).
◆5년 지난 휴면계좌 돌려주는 것은 '호의', '상관습법 확립'까지는?
휴면계좌로 편입된 경우도 조회를 통해(은행연합회 등 홈페이지) 돌려받을 수 있다. 휴면예금을 재원으로 하는 미소금융 출범 전에도 휴면예금 찾아주기를 통해 되돌려주는 게 상례였다.
소멸시효가 완성된 휴면예금의 경우도 요구가 있는 경우 은행에서 관행적으로 돌려주고 있다.
하지만 이런 관행이 법적 확신과 구속력이 있는 상관습법으로까지 굳어진 것으로 단언하기는 어렵다. 2011년 3월에 나온 판결(복리식정기부금 사건)에서 서울고등법원은 "(휴면예금관리재단법 시행 전 사건이기는 하지만) 금융기관이 예금의 채권 소멸시효를 주장하지 않고 예금을 지급하는 관행이 상관습법으로 확립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해 소멸시효 주장을 한 부분을 인정한 바 있다.
또 앞에서 소개된 대법원 판결은 이자가 계속 지급된 경우로 한정되므로, 이자 지급도 없이 순전히 휴면예금이 되고 또 소멸시효까지 완성된 경우라면 은행의 호의에 따라 돌려받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재테크 운운하며 개설했다가 어중간하게 '작심삼일'로 잔고는 초라하고 있는지 없는지조차 모르게 될 바에는 안 만드느니만 못한 상황이 될 수 있다. 다만 푼푼이 생기는 자잘한 수입을 꾸준히 모아놓는 용도로 예를 들어 세뱃돈 모으듯 명절마다 때때로 조금씩 넣어주는 정도로 계속 사용한다면 신년마다 묵은 먼지를 털어주는 정도의 관리만으로도 휴면계좌 아닌 금맥 역할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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