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내 주요 금융그룹, 특히 그룹 소속 은행들이 실물경제 침체 속에서 다각도로 경쟁에 나서고 있다. 특히 주요 인사들의 일부 발언은 “왜 하필 경제 여건도 안 좋은 지금?”이라는 의문을 갖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경영 행보는 하나의 주요 키워드로 바라보면 일목요연하게 꿰어질 수 있거나 일말의 방향 전개를 추측할 수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달 말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2분기 순이익은 반토막으로 표현할 만 하다. 금감원의 이 자료에서 보면, 2분기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이 2조2000억원(잠정)으로 전년 동기(5조5000억원) 대비 3조3000억원 감소했다. 특히, 이러한 순이익 급감의 배경으로 ‘비이자수익’ 문제가 거론되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물론 이런 비이자수익에 관련해서는 실상 큰 문제가 아니라는 풀이도 있다. ‘역기저효과’의 발생으로 비이자수익이 크게 문제가 있는 것으로 착시현상이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즉, 지난해 2분기에는 현대건설 주식 매각으로 3조2000억원 규모의 비이자수익이 발생했고, 올 1분기에는 하이닉스 주식 매각 이익(5000억원)이 은행권에 선물로 제공됐다. 이런 점을 빼고 계산하자는 해석이다.
하지만 은행 등 금융권에서는 정작 이런 풀이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비이자수익의 중요성은 이미 바젤III시대를 준비하면서 관심 대상으로 떠올랐다. 여기에 우리와 선진제국(특히 미국)의 수수료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오는 한계와 긴장감 역시 비이자수익 창출에 대한 갈망을 높이고 있다. 근래 금융지주와 은행 주변의 여러 움직임 역시 이런 시각에서 보면 이해가 쉽다는 지적이다.
◆ 은행, 방카슈랑스 호시절 끝? 앞으로 한 발 빼야 할 듯
우리나라의 이자이익 치중 현상은 이미 일찍부터 우려의 대상이 돼 왔다. 국내 은행 총이익 중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81.3%로 이자이익이 비이자이익(비이자수익)과 균점돼 있는 미국 대형은행들에 비하면 매우 심각하다는 연구도 있다(방인무, ‘새마을금고 비이자수익 확대방안에 대한 연구’, 인하대 석사논문, 2011년 1월).
특히 비이자수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수수료 수익에서는 미국은 계좌유지에 대한 수수료가 존재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는 근원적 차이가 있으며, 국내은행의 수수료 수익 현황 중에서 대리사무취급수수료가 전체의 37.9%를 차지하고 다시 방카슈랑스 수수료가 이 중에서도 상당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아울러 이는 미국의 보험판매 수수료(위의 연구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2.2%에 불과)에 비할 바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은행권의 고민은 없지 않다. 금감원이 은행별, 상품별 방카슈랑스 정밀 분석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이달 들어 알려졌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특히 은행을 포함한 방카슈랑스 취급 기관들에 수수료 및 보험료, 건수 등이 담긴 상품별 판매 실적을 요구했다는 것인데, 하반기 중 작업이 마무리되면 보험설계사, 대리점 등 다른 영업채널 보호를 위해 방카슈랑스 채널의 호시절은 끝나게 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은행의 방카슈랑스 수수료 규모는 7734억원으로, 전체의 94.8%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제 금감원이 상품별 내역을 챙기게 되면서 이런 은행 판매쪽을 중점적으로 관리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은행(은 물론 그 이면의 금융그룹)으로서는 비이자수익을 더 키워야 하는데 그 중 효자상품인 방카슈랑스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볼 수 있는 현재 사정이 달가울 리 없다. 방카슈랑스 외에 상당한 비이자수익 창출에 매진해야 한다는 긴장감이 왜 나오는지 일부나마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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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과 미국 은행간 비이자수익과 이자수익의 비율 비교표. 출처: 새마을금고 비이자수익 확대방안에 관한 연구(방인무, 2011). | ||
◆ 방카슈랑스 문제 아니어도 안정성 측면서 생보업 관심?
하지만 이런 방카슈랑스 관련 규제 강화 가능성 외에도 생명보험 등 보험사에 관련한 금융그룹들의 관심은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금융그룹이 보험사를 갖고 있다고 해서 해당 그룹 계열의 은행에서 관련된 상품을 무한정 방카슈랑스로 팔 수 있는 것은 아니다(몰아주기 제어 차원에서 비율 쿼터가 있음). 더욱이, 금융그룹이 거느린 현재 보험사들은 속칭 천덕꾸러기 신세를 못 면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당국이 지난달 발표한 '보험사별 불완전판매비율'에서 KB생명이 3.62%를 기록, 전체 생·손보업계중 최악 성적표를 받은 바 있다. 이어 우리아비바생명도 2.96%를 기록했으며, 신한생명도 2.32%로 부진했다.
아울러 우리아비바생명은 보험금 부지급률(과거 3년간 고객이 보험금을 청구한 건수 대비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비율)도 9.48%로 업계에서 가장 높았다.
하나HSBC생명은 비율로는 월등히 높았지만, 부지급건수가 100건 미만이어서 공시 순위에서는 제외돼 오십보 백보라는 평을 면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KB금융은 ING생명 매각 문제에서 공시를 내면서 관심을 표한 바 있고, 우리금융 이팔성 회장의 경우에는 우리아비바 관련 질문에 자회사 필요 가능성을 제기하는 등 ‘끝까지 끌어안고 갈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이런 문제는 은행과 보험업 특히 생명보험이 결합될 적에 특히나 안정도를 높이게 된다는 외국의 여러 연구 결과의 소개(예컨대, 김정규, ‘비이자수익이 국내 상업은행의 수익성과 안전성에 미치는 영향’, 고려대 석사 논문, 2007년 6월)를 볼 때 이미 국내 금융권의 수장들도 이런 문제에 상당히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포트폴리오 다각화(KB가 은행의 상당한 큰 비중으로 이 문제에 특히 골몰) 뿐만 아니라 안정성 문제에서도 이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증권사를 함께 가지면 수익성에는 큰 도움이 되나 안전성 측면에서는 마이너스라는 연구가 존재한다고 한다는 점과 비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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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그룹의 비이자수익 관련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실적과 관련, 역기저효과 논의와 실질적 성적표는 괜찮은 편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앞으로 갈 길이 멀기 때문에 여기 안주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흐르고 있는 것. 좌측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신한지주·우리금융·하나금융·KB금융 본사. | ||
◆ PB 강화와 부동산 주목 현상도 결국 비이자수익 키워드
또한 현재 PB 강화와 복합화, 각종 기능의 시너지 효과 창출 구조로의 이행 등을 특히 주목할 수 있는데, 이런 사정도 비이자수익 강화 필요성에서 해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경제의 사정이 전반적으로 침체될수록, PB고객을 상대로 특별한 투자처를 찾아주기 힘들다는 점은 이미 금융측 연구에서만이 아니라 부동산학의 여러 연구에서 지적되고 있다(이명주, ‘은행의 비이자수익 증대를 위한 프라이빗 뱅킹에서 부동산 부문 활용방안’, 2003년).
은행에서 직접 부동산 회사를 만들어 운영하면 효과적이겠지만 여기에는 한계가 많이 따르므로 부동산 펀드 조성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특히 현재의 우리나라 은행들은 이러한 연구의 패턴에 충실하게 따라가고 있는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KB금융과 국민은행은 부동산펀드와 리츠 등 관련 금융상품 출시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가의 부동산에 투자하기 위한 공동 투자자를 모집하거나, 투자 부동산을 부동산 투자회사(Reits·리츠) 등으로 증권화해 유통하는 방안이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부동산 공동투자서비스의 일환으로 KB금융이 사모펀드를 조성할 경우 시장의 파장도 관심 대상이다. 오피스텔,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하고 임대수익을 고객에게 돌려준다는 모델이 안착할지 주목된다. 신한금융그룹 산하 신한은행은 국내 유력 포털사이트인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손잡고 부동산 자산관리 시장 진출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역시 부동산 연구팀을 두고 관련 문제를 타진 중이며, 이 경우 PB사관학교로 알려진 우리은행의 조직망에서 이 정보를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PB의 부동산쪽 자산관리 문제와 방카슈랑스, 생보사 합병 및 강화에 대한 정중동 움직임 등 모든 문제점이 사실상 비이자수익의 강화 필요성이라는 점에서 논의가 어느 정도 가능하다는 점은 우리나라 금융의 현재가 이자수익에만 안주하기에는 이미 포화상태에 도달했다는 점을 시장 참여 주체들 스스로가 잘 인지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의 여파를 아직 모두 씻지 못하고 있는 금융 상황에서 순조로운 바젤III시대 맞이라는 과제가 가능할지 진행 경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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