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요즘 현대카드를 바라보는 업계 시선이 예사롭지 않다. 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세운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구제안’을 마치 자신들 공(功)인냥 가로채는가 하면, 아무런 협의도 없이 ‘피해 40% 감면’을 발표하면서 ‘심리적 마지노선’까지 정해 놓은 까닭이다.
비판여론에도 불구하고 보이스피싱 피해를 ‘고객 탓’으로만 돌렸던 카드사가 한발 물러나 피해자 구제에 나서게 된 데는 ‘대통령의 힘’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지난해 12월15일 이명박 대통령은 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보이스피싱 피해를 금융회사가 책임지지 않고 피해자만 책임을 떠안는 구조는 문제”라며, 직접 김석동 금융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보이스피싱 대책을 마련토록 했다.
◆치고나간 현대…물 먹은 업계
가뜩이나 ‘저축은행 사태’로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마당에 김 위원장으로선 한시도 지체할 수 없었던 상황. 김 위원장은 곧바로 이두형 여신금융협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카드사들과 협력해 보이스피싱 피해자 구제에 나서도록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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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카드 본사 전경. | ||
그러던 지난달 26일 금융감독원이 예정에도 없던 ‘카드론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피해 관련 카드사 점검결과’라는 보도참고자료를 배포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금융감독원이 공개적으로 카드사들을 압박하고 나서자 현대카드가 먼저 치고 나간 것이다.
같은 날 현대카드는 “업계 최초로 2011년 1월부터 보이스피싱 사기피해를 입은 자사 카드회원을 대상으로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피해금액 원금의 40% 감면한다”고 밝혔다.
현대카드의 돌발행동은 곧바로 ‘높은 감면율 경쟁’을 불러왔다. 사흘 뒤, 하나SK카드는 ‘현대카드가 최초라면 우리는 업계 최고’라며 “피해원금의 최대 45%까지 감면해 주겠다”고 맞섰다.
이들의 ‘배신’에 업계는 당혹스러웠다. 말 그대로 ‘닭 쫓던 개’ 신세가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피해보상 방안을 협의할 때만 해도 ‘감면율 30%선’에 공감대가 형성됐던 것을 현대카드가 느닷없이 ‘10%’나 올린 것.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감면액 논의를 했을 때 일부는 20%로 하자고 하고, 또 일부는 30%를 하자고 해 의견대립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 30%선에서 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런데 현대와 하나가 이보다 높은 감면율을 제시하면서 그 선에 맞추지 않으면 아니한 만 못하게 됐다”고 귀띔했다.
◆“40% 받고 10% 얹어서 Go!”
이에 업계는 보란 듯이 ‘40% 가고 10% 더’를 외치며 응수에 나섰다. 지난 12일 신한‧KB국민‧삼성‧롯데카드와 외환은행은 여신협회를 통해 ‘피해원금의 최대 50%까지 감면’을 골자로 한 공동 보도자료를 내보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들 카드사는 보이스피싱 피해자를 대상으로 회원 과실정도에 따라 피해원금의 최대 40%까지 감면하며, 장애인 및 기초생활수급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는 최고 50% 우대 감면율을 적용키로 했다.
현대카드의 ‘배신’ 덕에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은 더 높은 감면을 받을 수 있게 됐지만, 애초 기획된 ‘피해자 구제’의 공공성은 뒷전으로 밀린 듯 해 뒷맛이 씁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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