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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눈 행장의 신년사…기관 징계를 바라보다

독자생존 등 미묘한 상황 속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 논란 피하자?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2.01.02 17:03:10

[프라임경제] 외환은행 래리 클레인 행장의 신년 발언이 눈길을 끌고 있다. 클레인 행장은 리차드 웨커 전 행장의 뒤를 이어 을지로에 행장으로 입성한 인물. 금융에서만 뼈가 굵은 인물은 아니지만, 전문경영인 출신으로 외환은행이 근래에 보인 우수한 경영 실적에 일조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클레인 행장의 신년사 발언은 언어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에게 정확하게 요점을 짚어주는 기능을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외환은행 래리 클레인 행장은 신년사를 통해 짧지만 정확한 문제 적시를 해 눈길을 끌고 있다.
외환은행 2010년 신년사(사내 동영상)의 경우 클레인 행장은 한복을 차려입어 직원들과의 일체감을 고양하는 한편, 직원들에게 흔들림 없이 은행 목표에 한 걸음씩 다가갈 수 있도록 온 힘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당시 같은 시기에 시중은행장들이 영업 대전을 염두에 두고 강한 표현들을 사용해 의욕을 북돋운 것을 생각하면 다소 차분했던 것으로, 지나친 경쟁 분위기를 조성해 대외적으로 견제를 불러일으키는 상황을 우려한 것으로도 풀이가 가능한 대목이다.

특히 이번 2012년 맞이 신년사에서는 “새롭게 밝은 해에는 은행과 직원 모두 그리고 소중한 고객을 위한 우리의 모든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길 기원한다”고 말하고 “모든 업무 수행 시 법규 준수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 달라”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매각 관련 상황 속 ‘정도경영’…“책잡히지 않는 게 최선” 배경

특히 이번 신년사에서는 법적 책임 외에도 “최고의 도덕성과 윤리 수준을 유지하여 KEB가 계속해서 강하고 건전한 은행이 될 수 있도록 하여 달라”고도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특히 현재 외환은행이 맞닥뜨리고 있는 상황을 겹쳐 볼 때 더욱 유용한 지침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재 외환은행은 대주주인 론스타와 하나금융간에 매각 계약이 체결된 가운데, 론스타의 산업자본 여부를 놓고 이 마지막 단계에서 문제가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일부 남아 있는 상태다. 물론 법적 안정성 등을 이유로 지나간 심사에 일부 문제가 있더라도 이를 문제시하여서는 안 된다는 논리도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즉 만에 하나, 외환은행이 순조롭게 듀얼 뱅크(하나금융 산하의)로 위치가 바뀌지 않는 경우, 외환은행이 당분간 세간의 시선을 집중해 받는 거북한 사정을 오래 유지할 수 있고 이런 상황에 문제가 돌출하게 되는 경우 문제가 될 부분이 4대 지주사 산하 은행들과는 달리 외환은행으로서는 위상에 더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외환은행으로서는 2010년 연말에 횡령 사고로 일부지점의 영업 전부 정지3개월 징계를 받은 바 있고, 그보다 아홉달 앞선 같은 해 3월에는 해외지점 관리 소홀 문제로 기관경고를 받기도 했다.

기관제재는 ‘인가취소-영업 전부정지-영업 일부정지-기관경고-기관주의’로 나뉜다. 문제는 누적된 징계는 보다 윗 단계의 징계를 불러올(가중) 수 있는데, 이 징계 수위 문제를 놓고 이현령 비현령 식 시비가 없지 않다는 것이다.

중징계 논란 전례 살펴보니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조흥은행 최동수 당시 행장에 금융 당국이 징계 누적을 이유로, 중징계를 한 적이 있다. 현직 은행장에 대한 문책경고는 2004년 9월 국민은행 김정태 당시 행장에 대해 내린 이후 사상 두 번째로 드문 케이스였던 데다, 당시 사고 액수가 다른 은행에 비해 적은 데 지나친 징계라는 지적이 일었다.

   
외환은행 본점 앞에서 개최된 봉사 활동에 참석 중 기념 촬영에 응한 래리 클레인 행장.
당시 금융감독위원회(금융위원회의 전신)은 최 전 행장의 경우 지난 4월 내부직원에 의한 400억원의 예치금 횡령사건으로 주의적 경고를 받은 상황에서 불과 3개월여 만에 다시 거액의 금융사건이 발생한 만큼, 내부통제체제 최고 책임자로서 엄중한 책임을 묻는다는 논리를 택했다. 하지만 당시 이 사고(850억원 CD 횡령 건)은 국민은행 직원 주도로 이뤄졌고, 횡령액도 국민은행이 650억원으로 훨씬 컸다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이 나오고 있다. 중징계 가능 재량을 남용했다는 논란인 셈이다.

그런가 하면, 우리은행의 경우 파생상품 투자 손실 문제(이른바 CDS 논란)에서 기관의 중징계가 점쳐졌지만, 당국의 배려로 이를 비껴가기도 했다.

2009년 10월23일 국정감사에서 오간 대화를 보면, 기관경고가 3회 누적된 우리은행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일부 영업정지 안건을 금융위원회에 상정했는데 왜 영업정지를 결정하지 않았느냐는 민주당 홍영표 의원의 질의에, ‘국내 은행의 대외신인도 하락을 우려해’ 파생상품 투자손실 사유로 우리은행에 일부 영업정지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는 당국자 답변이 제시된 바 있다.

결국 매각과 관련해 여러 모로 변수가 많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설명이 없이도, 직원들에게 현재 가장 적절한 처신은 당국과 논쟁을 빚을 문제를 피해가는 길임을 인지시키는 이번 신년사 발언은 병법가인 손자가 “싸워서 이기는 것은 하책이고,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은 상책”이라고 말한 바와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연말을 기준으로 외환은행이 독자생존을 하게 되는 경우, 국민주 참여 방식으로 이를 돕겠다는 서약 숫자가 주식 기준 1000만주를 훌쩍 넘기는 등 그 어느 때보다 여론이 우호적인 상황에서, 이러한 이미지를 관리,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준법과 도덕성 강화를 강조하는 점은 상당히 의미심장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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