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올 한해 의약계는 일반약 슈퍼판매, 일괄 약가인하 등 정부의 정책 속에 고된 한 해를 보냈다. 여기에 전방위적 리베이트 조사와 한∙미 FTA 악재는 의약계의 숨통을 더욱 조였다. 흉흉한 분위기 속에 시장이 위축되면서 최초 연매출 1조 달성 제약사 탄생은 내년을 기약하게 됐다. 연초 유력시됐던 ‘연매출 1조원 시대’마저 늦춰버린 2011 의약계 10대 이슈를 짚어봤다.
몇 년간 논란이 돼 온 가정상비약 슈퍼판매가 올 한해 본격 진통 끝에 급물살을 타고 있고 박카스 등 일반의약품은 의약외품으로 전환, 슈퍼에서 판매되며 의약품 유통에 변화가 일었다.
또, 국산 신약 3개와 천연물신약 3개가 올해 허가∙발매되며 국내 제약사들의 위상을 높이기도 했다. 반면 물밑에서 이뤄지는 리베이트가 속속 드러나고 정부 정책에 반대해 국내 제약역사 최초 궐기대회가 열리는 등 반복하고 싶지 않은 일들도 유달리 많은 한 해였다.
[1] 일반의약품 약국외 판매 논란
지난해 12월 이명박 대통령이 ‘왜 우리나라에서는 슈퍼에서 감기약을 팔지 않느냐’는 한마디에 일반의약품(가정상비약, 이하 일반약)의 슈퍼판매가 본격 추진되기 시작했다. 심야시간대 및 공휴일 의약품 구입 불편 해소를 위한 것이었으나 6만 약사들의 반대에 부딪쳐 수차례 무산되기도 했다.
정부가 감기약 등 상비약을 약국 외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약사법 개정안을 강행하면서 개정안은 지난 9월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그럼에도 불구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으면서 사실상 국회처리가 무산된 바 있다. 그러나 12월23일, 일반약 슈퍼판매를 반대해오던 약사회가 입장을 선회하고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와 협의에 나서면서 국회 계류 중인 약사법 개정안의 국회 본 회의 통과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2] 리베이트 ‘여전’
지난해 11월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자와 받는 자를 모두 처벌하는 쌍벌제 시행에도 불구 제약업계 리베이트 관행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약품 관련 리베이트는 처방금액의 20%로 연간 2조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정부는 올 4월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의약품 분야 전문 검사와 특수부 출신 검사, 검·경찰 수사관, 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건강보험공단 직원 등으로 구성된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이하 전담수사반)’을 설치·가동하고 있다.
전담수사반은 출범 이후 의약품 리베이트 전방위 수사에 돌입했다. 그 결과 6월에는 쌍벌제 시행 이후 억대 현금을 수수한 의사가 처음으로 구속 기소됐으며 10월에는 의사 850여명에게 13억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사 임원이 구속, 12월에는 쌍벌제 시행을 전후해 리베이트를 수수한 의∙약사 2000여명이 적발됐다.
한편, 전방위적 리베이트 수사가 이뤄짐에 따라 리베이트 수법도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다. 이전에는 회식비 지원, 골프 접대 등에서 설문지 조사 명목으로 리베이트 지급, 개업자금 지원, 면세점 선물구입비 지원, 카페트 구매, 강연비 명목으로 지급하는 등 신종수법이 등장하고 있다.
[3] 박카스 등 의약외품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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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카스 등 48개 품목이 의약외품으로 전환돼 약국 외 소매점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 ||
그러나 이들 의약외품이 슈퍼 판매되기까지 순탄치만은 않았다. 보건복지부가 48개 품목을 의약외품으로 지정할 당시 과반수가 2009년 이후 생산 중단된 품목으로 품목 수를 부풀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약사들의 반발도 거셌다. 약사들이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요지로 밥그릇 사수에 나섰기 때문. 이에 제약사들은 기존 거래처인 약사(약국)의 눈치를 보며 선뜻 슈퍼판매에 나설 수 없었다.
유통업체가 의약외품 슈퍼판매를 환영하며 제약사들에 요청을 하기 시작했고 이후 협의를 진행, 제약사들은 슈퍼판매에 동참해나갔다. 특히 동아제약은 기존 약국에 유통되던 박카스D 대신 일반 소매점 유통을 위해 박카스F 생산을 재개해 유통 이원화로 약사들과의 마찰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펼쳐 의약외품 전환 48개 품목 중 최대 수혜주에 올랐다.
[4] 8.12 약가인하
8.12 약가인하는 2011 제약업계 최대 이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8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약가제도 개편 및 제약산업 선진화’ 방안을 보고했다. 새 약가제도는 기존 ‘계단식 약가제’를 폐지하는 대신 동일한 성분의 의약품에 같은 보험 상한가를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즉, 제네릭이 받을 수 있는 최고가격을 현행 오리지널약 대비 68%에서 53.55%로 낮추고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약 가격도 80%에서 53.55%로 낮춘다는 것으로, ‘8.12 일괄 약가인하 조치’로 불린다.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재정 절감 등을 위해 내년 4월 ‘일괄 약가인하’ 시행을 앞두고 있으나 제약사들은 사상 최대 인하율로 매출 감소를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제약협회(이하 제약협회)는 약가 일괄인하가 시행되는 내년 상위 10대 제약사 예상 손실액이 1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제약업계는 막대한 매출 감소를 가져올 약가 일괄인하가 시행되면 제약산업 자체가 몰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5] ‘제약 궐기대회’…110년 제약역사상 초유
올해는 제약역사상 초유의 제약 궐기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제약협회 회원사들은 정부의 ‘8.12 약가인하 조치’에 반발, 제약주권 사수를 위해 11월18일 ‘전국 제약인 생존투쟁 총 궐기대회(이하 제약인 궐기대회)’를 열었다. 당초 제약인 궐기대회에는 8만 제약인이 참여할 계획이었으나 장소문제 등을 이유로 약 1만명이 참가하는데 그쳤다. 제약사들은 일괄 약가인하에 반대하며 수용 가능할 정도로 단계적인 약가인하를 시행해야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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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약사들은 8.12 약가인하 조치에 반발해 ‘전국 제약인 생존투쟁 총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일괄 약가인하 조치로 제약산업이 고사할 위기에 처했다며 단계적인 약가인하를 요구했다. | ||
[6] 제약사, 일괄 약가인하 소송
제약사들은 정부의 일괄 약가인하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할 전망이다. 그 동안 제약인 궐기대회, 서명운동을 전개하는 방식에서 더 나아가 적극 투쟁을 선포한 것이다. 제약협회는 당초 정부의 일괄 약가인하에 반발해 제약사들이 집단을 이뤄 단일 소송을 제기할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제약사마다 상황에 차이가 있는 만큼 개별 소송을 진행하는 것으로 기존 방침을 바꿨다.
11월 제약협회 이사장단이 선정한 4개 로펌(김앤장∙세종∙율촌∙태평양)은 12월21일 제약사들을 대상으로 ‘약가 일괄인하 법률대응 설명회’를 개최하면서 제약사들의 소송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제약사들과 로펌은 약가가 인하되지 않고 유지되면서 약가인하 대응 준비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우선 집행정지에 사활을 걸 방침이다. 소송 시기는 내년 3월로 예상되는 ‘개별 의약품에 대한 일괄 약가인하 공고’ 직후가 될 전망이다.
[7] 한∙미 FTA 비준통과…허가·특허 연계제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11월 국회를 통과하면서 제약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에 매출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한∙미 FTA에서 제약업계가 가장 우려하고 있는 부분은 ‘허가∙특허 연계제도’다.
이 제도는 오리지널약의 특허권 존속 기간 내 국내 제약사가 제네릭 제조∙시판 허가를 신청하는 경우 정부가 이 사실을 특허권자에 통지하는 절차다. 특허권자가 이에 소송을 제기할 경우 제네릭의 허가 절차와 생산이 전면 중단된다. 즉, 특허권자를 보호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국내 제약사들은 그동안 오리지널약의 특허만료기간에 맞춰 사전에 제네릭 개발을 완료한 후 특허만료 시점에 맞춰 제네릭을 출시해왔기 때문에 제도가 시행되면 제네릭 개발과 시장 진입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제네릭 생산이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제도가 시행되면 매출 감소 등 영향이 불가피하다.
[8] 의약품 재분류 착수
식약청은 올해 전체 의약품 3만9000여품목에 대해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으로 나누는 재분류를 실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식약청은 이후 의∙약사 단체가 제안한 품목을 고려해 6879개 품목을 대상으로 재분류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의약품 분류체계는 2000년 의약분업 시 마련된 것으로 올해 의약품 재분류는 의약분업 이후 11년만에 처음 시행된 것이다. 의약품 재분류는 제로베이스에서 모든 의약품을 일반의약품이나 전문의약품으로 전면 재분류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일부는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간 전환도 이뤄졌다. 재분류 과정에서 여러 논란이 있었던 만큼 내년 1~2월경 발표될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9] 저가구매인센티브 부작용
올해는 정부가 지난해 10월 도입한 저가구매인센티브 제도(시장형 실거래가제도)의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했다. 저가구매인센티브 제도는 병원 등 의료기관이 정부가 정한 상한가 이하로 의약품을 구입하면 그 차액의 70%를 지급받는 제도다. 이 제도는 기존 제도 하에서는 병원이 의약품을 싸게 구입할 이유가 없어 비싸게 구입하고, 또 제약회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받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약가 인하를 유도하고 리베이트를 근절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당초 취지와 달리 오히려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몇 만원대 의약품이 1원에 낙찰되는 경우가 생기고 혜택을 보는 경우도 종합병원이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신종 리베이트 수법으로 둔갑한다는 우려까지 제기됐다. 복지부는 이 같은 부작용이 발생한 저가구매인센티브 제도가 내년 시행될 일괄 약가인하 효과와 상쇄될 것으로 보고 내년 한해 동안 해당 제도 적용을 중단키로 했다.
[10] 신약 및 천연물신약 허가∙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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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는 국산 신약 3개와 천연물신약 3개가 허가·발매됐다. 국산 15호 신약 ‘카나브정’(좌)과 천연물신약 ‘모티리톤정’. | ||
국산 15호 신약인 보령제약 ‘카나브정’이 지난해 허가받은데 이어 올초 발매됐고 8월에는 국산 신약 16호와 17호인 신풍제약 ‘피라맥스정’과 JW중외제약 ‘제피드정’이 각각 허가를 받았다. 이로써 국내 제약업계는 1999년 국산 신약1호 ‘선플라주’ 최초 허가 이후 12년만에 총 17개 국산 신약을 보유하게 됐다.
천연물신약 허가도 2005년 이후 6년만에 3개나 이뤄졌다. 녹십자 ‘신바로캡슐’과 안국약품 ‘시네츄라시럽’, 동아제약 ‘모티리톤정’이 각각 올해 허가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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