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세계 경제위기가 그대로 투영된 올해 조선·철강업계는 말 그대로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이러한 분위기는 앞으로 지속될 전망이다. 조선업계는 유로존이 장기화되며 수주취소나 인도 연기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철강업계도 공급과잉으로 바닥을 쳤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상황. 이렇다보니 관련 업체들은 경영계획 수정에 나서며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올 한해 조선·철강업계에 일어난 이슈를 되짚어봤다.
올해 조선업계는 ‘격변기’를 맞았다. 한진중공업 노사는 정리해고 문제를 두고 11개월이나 대립각을 세웠다. 정치권에서는 대우조선해양 매각방식을 두고 공방을 벌였으나, 결국 한국자산공사(이하 캠코)가 단독 매각에 나서기로 결론 내렸다. 이밖에 인수합병(M&A) 이슈와 민간 화력발전 진출 등의 새로운 먹거리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분주했다.
철강업계 화두는 단연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타계’ 소식. ‘제철보국’의 정신으로 기억되는 박 명예회장의 비보에 산업계 전반이 슬픔에 잠겼다. 한편, 철강시황 부진이 철강업체의 이익률감소로 이어진 가운데 전기료가 두 차례 인상되는 등 경영환경이 악화됐다.
[1] 한진중공업 사태 마무리
지난 11월10일 정리해고 문제를 둘러싸고 노사간 갈등을 빚어왔던 한진중공업 사태가 11개월 만에 마침표를 찍었다. 한진중공업 사태는 사측이 지난해 12월 400명의 인력 구조조정 방침을 발표, 이에 노측이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촉발됐다.
이어 올해 1월6일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의 고공농성 돌입과 5차례에 걸친 ‘희망버스’ 행사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지난 10월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권고안을 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이 받아들이면서 사태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최근 건조의향서(LOI) 합의에 실패하는 등 경영정상화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평가다.
| |
 |
|
| 지난 11월10일 정리해고 문제를 둘러싸고 노사간 갈등을 빚어왔던 한진중공업 사태가 11개월 만에 마침표를 찍었다. 사진은 선박건조 장면. |
[2] 일본 원전사태로 LNG선 수혜
지난 3월11일 일본 동북부지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지진으로 원자력발전소 가동이 중단되자, 대체에너지로 액화천연가스(LNG)가 부각되면서 LNG선 발주가 늘어났다. 올해 LNG선 발주량은 49척으로 최근 10년간 세 번째로 많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18개월 전만 해도 3만달러에 불과하던 LNG선 일 용선료는 최근 12만5000달러로 껑충 뛰어올랐다. 전문가들은 국내 빅3 조선업체(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는 LNG관련 수주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어 향후 수주를 기대해볼만 하다고 입을 모은다.
[3] 대우조선해양 매각 순항할까?
캠코가 대우조선해양 지분 19.1% 단독 매각에 나선다. 지난 12월23일 캠코는 대우조선해양 주식 매각을 위한 주간사 선정 공고를 발표하고, 내년 1월9일까지 제안서를 접수한다고 밝혔다. 당초 대우조선해양 지분매각은 최대주주인 산업은행(31.3%)과 공동으로 추진해왔지만, 매각이 지연되면서 단독으로 진행하게 됐다.
캠코는 블록세일이나 경쟁입찰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앞서 12월19일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기자회견을 열고, 분산형 소유구조를 위한 분리매각, 전문경영인 체제의 유지, 매각 과정에 임직원들 참여, 공개적이고 투명한 매각 진행 등을 촉구했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을 국민주 방식으로 민영화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 |
 |
|
| 삼성중공업의 전기추진방식 LNG선. |
[4] STX그룹, 하이닉스 인수 포기
‘현대중공업의 하이닉스 인수설’에 이어 STX그룹이 하이닉스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면서 업계의 관심이 쏠렸다. 하이닉스 인수 검토가 시작되면서 STX그룹의 유동성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지만, 인수 포기 결정으로 일단락 됐다.
이 과정에서 시장의 재무구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자, STX그룹 강덕수 회장은 “앞으로 대형 M&A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승자의 저주’는 피했다는 평가다.
[5] 민간 석탄화력발전사업 허용
민간 석탄화력발전사업 진출이 허용되면서 대기업들이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동부그룹, STX그룹이 ‘민간기업 1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목표로 최근 정부 승인을 받았다. 동양그룹도 지난달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석탄발전은 가스발전에 비해 발전소 건설비용과 기간이 1.5배 소요되지만, 연료가 싸기 때문에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한편, STX그룹과 동부그룹은 주민민원에 부딪혀 사업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6] 포스코 박태준 명예회장 타계
지난 12월13일 ‘철강왕’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타계했다. 11월9일 호흡곤란으로 입원 치료를 받던 박 명예회장은 흉막-전폐절제술을 받고 회복되는 듯했으나, 다시 병세가 악화돼 끝내 눈을 감았다. 박 명예회장은 포항제철을 25년 만에 세계 4위의 철강업체로 키운 대부다. 국내외 안팎으로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다.
대만의 CSC 초우조치 회장은 빈소에 들러 “박태준 회장은 포스코를 기획하고, 건설하고, 경영까지 한 그야말로 표상이 될 배울만한 경영자”라며 “거기에 그치지 않고 국가 그 자체를 걱정하시고 국가를 경영하셨던 큰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신일본제철 미무라 아키오 회장, 중국 보산강철 대표단 등을 비롯해 국내 재계 인사들의 조문 발길이 이어졌다. 장례는 5일 사회장으로 치러졌으며, 영결식은 12월17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진행됐다.
| |
 |
|
| 지난 12월17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영결식이 진행됐다. 사진출처: 포스코 홈페이지. |
[7] 철강업계, 영업이익률 급감
지난 3분기 철강업계 수익성 지표인 평균 영업이익률이 크게 낮아졌다.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K-IFRS) 연결기준으로 포스코는 영업이익 1조2980억원, 영업이익률은 7.7%로 지난해 같은 기간 11.2%에 비해 크게 줄었다. 지난 2분기부터 고가로 계약한 원료탄이 생산에 본격 투입되면서 이익률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
현대제철은 3분기 영업이익 2870억원, 영업이익률은 7.6%로 지난해 같은 기간 8% 대비 줄었다. 당초 증권업계는 현대제철의 분기별 영업이익률 10~11%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크게 밑돌았다. 한편, 업계 전문가들은 올해 4분기 및 내년 철강시황이 올해보다 둔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8] 설비투자 축소 ‘비상경영’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커지자 철강업계가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 설비투자 금액을 축소하거나 집행 연기에 나섰다. 포스코는 올해 국내외 설비투자를 1조3000억원 축소하기로 했다. 반면, 연간 원가절감 목표는 1조원에서 1조4000억원으로 확대했다.
현대제철은 경상투자 규모를 1000억원 축소하고, 원가절감도 지난해 4030억원 대비 60% 가량 증가한 6500억원으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동국제강도 3개월마다 경영계획을 새로 수립하는 등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다만, 철강업체들은 국내외 전략형 중점사업은 당초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9] 철강업계, 전기료 인상에 ‘난색’
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을 지난 8월에 이어 12월에도 인상하기로 결정하면서 철강업계가 부담해야 하는 전기료가 5000억원 이상 늘어난다. 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연2회 전기료 인상으로 철강업종 추가 부담액은 5364억원에 이른다.
세계 경제위기와 철강재 수요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업계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업체들은 전기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고심 중이다.
[10] 7대 제강사 철근공급 중단
지난 9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7개 제강업체가 철근공급 중단에 나섰다. 철근공급 전면 중단은 지난 2009년, 2010년 11월에 이어 세 번째. 제강업계는 원가인상 압박에 따라 지난 8월부터 납품되는 철근가격(고장력 10mm 기준)을 톤당 85만원으로 5만원 인상하는 안을 건설사에 제시했으나, 건설사들은 80만원 이상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결국 지난 11월 정부 주도하에 양측 대표가 협의체를 구성, 11월 철근 공급가격을 톤당 83만원에 공급하기로 합의했다. 지경부와 협의체는 환율, 철스크랩(고철), 전기요금 등 주요한 원가 요소를 반영해 매월 초 철근가격 인상 여부와 폭을 결정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