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KB국민은행(105560)이 성탄을 목전에 뒀던 23일 부행장 등 임원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이번 인사는 국내외의 불확실한 경영 여건을 극복하고 시장을 선도하고자 하는 염원을 담은 것이자, 부행장 10명 가운데 5명을 교체하는 등 큰 개편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특히 KB금융지주 상무로 일하던 강용희씨를 영업그룹 부행장으로 선임했고, 심재오 WM본부장과 이득영 대기업영업본부장이 부행장으로 승진했습니다. 성동지역 본부장 출신인 김형태씨도 이번에 HR그룹 부행장으로 선임됐습니다.
이렇게 23일자 인사가 당일 오후 발표된 가운데, KB국민은행의 여의도 본점 건물에서는 성탄 휴일을 다 지내고 온 26일에도 이상한 모습을 한 안내도를 붙인 엘리베이터가 오르내렸습니다.
![]() |
||
이제 자리를 내놓아야 할 분들을 부득이 가려 버린 것도 아니고(이것도 ‘예’는 아니겠으나)이름은 맞되 직무나 영역, 담당 등이 다소 틀렸다 해서 이름부터 이를 통으로 가려야 할 정도인지는 모를 일입니다.
서경대 이복규 교수(국어국문학)는 ‘한국인의 이름에 대하여’라는 글(‘온지논총’ 제16집 , 2007년 5월, 367쪽)에서 “지금도 인사동 고서점이나 도서관 고문서실에 가면, 오래된 족보의 경우, 더러 군데군데 비단천 조각이 붙어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그 집안사람들이 조상의 이름을 감히 보기조차 황송해서 그렇게 한 것이다. 보기조차 꺼렸으니 부르는 것은 더욱 그러했을 것”이라고 설명한 예가 있습니다.
아마 호적에서 내지 족보에서 이름을 지운다는 것은 대단한 책망으로들 알고 있는데, 교수님 말씀을 들어 보면 대단히 황송한 경우에도 가려 버리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해도 문제는 남습니다. 문필가인 춘원 이광수가 1931년 6월7일에 동아일보에 충무공 유적순례를 연재하던 중 이락사 비석에 공의 벼슬명을 나열한 부분 중에 ‘유명수군도독조선국삼도통제사’에서 앞 아홉자는 명의 속국임을 뜻하니 이를 지워야 할 일이라고 주장한 바도 있는데, 이렇게 되면 비석이 망가져(순조 시대에 세운 오랜 문화재인데) 결국 맞든 틀리든 이를 춘원의 뜻대로 쪼아내지 않고 지금까지 두는 사례가 있습니다.
담당 직무만 조금 틀렸다고 건물 안내도 전체를 망칠 정도로 테이프 떡칠을 하는 것은, 결국 (작은 실수에도) 부행장 뵙기가 너무 송구하다는 부하 직원들의 충정일 텐데, 어쨌든 공과비례로 인해 오히려 외부인들 보기에는 이상한 일을 벌였으니, 나중에 한 장 다시 뽑아 붙여 놓으면 될 일인 것을 왜 이러는지 이해가지 않는 일입니다.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