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부동산시장 침체에 리비아 사태, 내수시장 위축, 유럽발 경제 불안까지 겹치면서 올해 건설업계 분위기는 어둡기만 했다.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으려는 건설사들의 생존 전략으로 2012년 건설업계에 거는 기대가 크다. 비온 뒤 땅이 더 굳어진다는 속담처럼 내년 비상을 꿈꾸는 건설업계의 올해 위기돌파 능력을 되돌아봤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은 올해 건설업계의 화두였다. 경영혁신과 신성장동력 발굴 등을 앞세워 생존 경쟁을 벌이는 것은 기본, 사업구조 다각화와 틈새시장 공략 등은 건설업계의 선택이 아닌 필수사안이다.
근본적인 체질개선과 재무 건전성 강화에 나서는 모습은 단순한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아니라 건설업계의 밝은 미래를 향한 필사적인 몸짓이다.
◆수장 교체…“위기를 기회로”
올해 초 건설업계는 중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최고경영자(CEO) 교체와 위상 강화 등을 통해 위기탈출과 경영성과 높이기 등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섰다.
지난 3월 현대산업개발은 최동주 전임 사장의 급작스러운 사임에 따라 박창민 영업본부장(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입했다. 국내 공공부문은 물론 민간부문 등에서 폭넓은 경험과 성과를 일궈낸 박 사장을 통해 시장불황을 극복한다는 전략에서였다.
실제 박 사장은 1979년 현대산업개발에 입사해 대전월드컵축구경기장과 경기 용인 죽전 및 덕소 아이파크아파트 현장소장, 남부지사장, 영업본부 재개발 담당 중역 등 공공 및 민간 부문의 현장 경험을 두루 갖췄다.
앞선 2월 한화그룹은 한화건설 김현중 사장을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김 부회장은 한화건설을 업계 상위권으로 도약시키고 해외시장 개척에도 큰 공헌을 해 침체된 시장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적임자로 평가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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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건설은 지난 10월 도전정신과 목표달성에 대한 실천마인드 구축을 위해 박창규 사장을 비롯해 임직원 130여명이 해병대 캠프에 참가했다. | ||
현대건설 역시 김창희 현대엠코 부회장을 대표이사 부회장에 선임해 김중겸 대표이사 사장과 ‘투톱 체제’를 구축했다. 하지만 5월 김중겸 사장의 사퇴로 김창희 부회장 체제를 이어오던 현대건설은 최근 김창희 부회장을 고문으로 위촉하고,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을 총괄 사장에 임명했다.
이번 인사는 현대건설과 현대모비스 등 주요 계열사의 부회장직을 없애고 총괄 사장 직제를 도입, 급변하는 시장 상황과 위기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건설도 지난 3월 건축·토목분야를 두루 섭렵한 이보근 건축사업본부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고려개발은 유장현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고, 동양건설산업은 이길재 대표이사 후임에 최건 동양건설산업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지만 지난 6월 일신상이 이유로 사임함에 따라 이주원 대표이사를 신규 선임했다.
◆책임경영·재무구조개선
일부 건설사의 부실을 계열사에서 함께 나누는 경우도 늘고 있다. 자금을 빌려주고 유상승자에 참여하거나 직접 합병을 통해 위기돌파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먼저 코오롱건설과 합병을 진행 중인 코오롱아이넷은 지난 11월11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합병안을 통과시켰다.
두 기업의 합병은 이달 말 마무리될 예정이며, 코오롱건설은 코오롱아이텟과 합병으로 부채비율이 577.2%에서 439.1%로 낮아진다. 그만큼 숨 돌릴 여유가 생기는 것.
2007년 극동건설을 인수한 웅진그룹은 지난 4월 극동건설에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179%였던 극동건설의 부채비율은 136%로 낮아지게 됐다.
대림산업 역시 같은 달 계열사인 고려개발에 1500억원을 대여했지만 지난 12일 고려개발의 워크아웃 개시 결정으로 자금 추가지원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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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건설이 국내 건설사 최초로 지난 11월 준공식을 마친 카타르 천연가스액화정제시설 공사 당시 모습. | ||
그런가 하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재무구조 개선에 사활을 걸었다. 500%가 넘던 부채비율은 100%p 떨어진 458%로 내려왔고, 금융부채도 95조원으로 올해 예상액수(110조)보다 10조원 이상 줄였다.
이와 관련 LH는 사업성 없는 사업은 과감히 도려내고 전직원 월급 10% 반납, 원가절감 등 경영 전반에 개혁을 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2014년부터는 사업수지가 흑자로 전환되고 안정적 경영이 가능할 것이라는 게 LH 측의 설명이다.
◆상생협력 및 조직력 강화
건설업계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상생협력과 조직력 강화에 힘쓴 건설사도 눈에 띈 한 해였다. 협력사와의 상생협력과 건설사 내부의 조직력 강화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성장의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의 확산 때문이다.
협력사와의 지속적인 상생경영을 추진해 온 현대건설은 지난 4월부터 올해 말까지 해외 진출 600여개 협력업체 임직원 1000여명을 대상으로 ‘해외진출 희망 협력업체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을 통해 협력업체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고 상생협력을 통한 동반 성장을 도모한다는 게 현대건설의 설명이다.
이어 한화건설은 협력사와 특허를 공동 소유하고 신기술을 함께 개발하면서 기술과 실력을 바탕으로 한 우수협력사를 선별하고 있다. 우수협력사에 입찰과 공사참여 기회를 최대한 배려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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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우건설이 지난 11월 나이지리아 OML58 복합화력발전소 건설공사를 수주했다. 지도속 동그라미는 복합화력발전소가 위치할 지점. | ||
롯데건설 또한 중장기적인 협력사 지원 및 육성을 위해 우수 협력사 CEO 해외연수와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온·오프라인 교육을 운영하고 있으며, 성과에 대한 현금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성과공유제도 시행중이다.
아울러 동부건설은 대·중소기업의 상생을 약속하고 150개 협력사들에게 운영자금 지원, 현금 결제비율 확대, 대금지급기일 단축 등을 내용으로 하는 공정거래 협약을 체결했다.
이밖에 쌍용건설은 1990년대 초 국내 건설업계 최초로 정예협력사로 구성된 ‘용건회’를 결성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고, 450개 협력사 가운데 10%인 45개 협력사로 구성된 용건회는 합리주의를 지향, 품질과 서비스를 높이겠다는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또 건설업계에서는 내부 조직력 강화로 위기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보이기도 했다. 해병대 극기훈련 등의 교육과정으로 정신력을 강화해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것.
이를 위해 극동건설은 지난 6월부터 한 달 간 송인회 회장과 윤춘호 사장을 비롯한 전체 임직원 700여명이 100% 참석하는 1박2일 일정의 혁신교육을 실시했다.
쌍용건설도 지난 2006년부터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2박3일간 해병대 극기훈련 체험을 실시하고 있으며, 현대건설과 KCC건설 역시 직원을 대상으로 해병대 교육을 진행했다.
◆사업영역 확대 통한 공격경영
대형 건설사의 해외시장 진출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필수 과제가 된지 오래다. 때문에 대형 건설사들은 해외수주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삼성물산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 하에 올해부터 매년 30% 이상 몸집을 키우겠다는 경영목표를 세웠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삼성물산은 21조 규모의 쿠라야 민자복합화력발전소를 포함, 베트남·카타르·터키 등에서 4조원 이상을 수주하는 등의 성과를 올렸다.
SK건설은 국내 업체로는 드물게 중남미 지역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 9월초 파나마에서 6억6200만달러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인 ‘파코 플랜트’ 공사를 수주하는 성과를 올렸다.
포스코건설도 중남이 사업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칠레 북구 항구도시인 안토파가스타 인근에 건설된 앙가모스 석탄화력발전소를 최근 준공했고, 추가 수주도 예상된다.
쌍용건설은 아프리카 적도기니 시장에 진출했다. 대통령 영빈관인 몽고모 리더스 클럽 건립공사를 수주했고, 말레이시아에서도 르누벨레지던스와 다만사라시티레지던스 등 최고급 서비스드 아파트 공사를 연이어 따내 눈길을 끌었다.
같은 달 베트남과 미화 14억6200만달러 규모(한화 약 1조6088억원)의 ‘몽즈엉 화력발전소 공사’ 계약을 체결한 현대건설은 지난 11월 국내 건설사 최초로 카타르 천연가스액화정제시설 준공식을 마쳤다.
나아가 GS건설은 중장기적인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LNG플랜트, 해수담수화 등과 같은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신성장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기업인수합병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11월16일 스페인 수처리 업체 이니마를 인수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GS건설은 이니마 인수를 계기로 신성장 동력 확보는 물론 해외시장 확대라는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복합화력과 원자력 등 발전분야의 플랜트 시공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건설사 최초로 원자력 플랜트를 해외로 수출하는 성과를 올렸고, 대우건설이 2009년 수주한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는 우리나라 원자력 연구개발 50년 만의 첫 해외 원자력 플랜트 건설공사 수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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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완공 예정인 롯데건설의 123층 555m 높이의 '롯데월드타워' 조감도. | ||
이어 올해 8월 오만에서 12억2500만달러 규모의 초대형 복합화력발전소 공사를 수주했고, 11월에는 나이지니라에서 총 7억2300만달러 규모의 복합화력 발전소 건설공사를 잇따가 따내면서 대형 복합화력발전소 건설시장의 세계적인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편, 지난 9월 몽골 MAK사와 몽골 울란바토르 중심가에 ‘하야트 레전시 호텔’ 1단계 건설 계약을 체결한 롯데건설은 초고층 사업을 미래 핵심사업으로 보고 있다. 지난 6월 기초공사를 시작한 서울 송파구 잠실동 123층, 555m 높이의 ‘롯데월드타워’를 성공적으로 준공해 초고층 기술 경험을 쌓고 해외 진출을 꾀한다는 복안이다.
2011년을 마무리를 앞두고 업계에서는 내년 건설경기 역시 다소 어두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건설업계 대부분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시점에서 중동지역이 내년 건설업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에서다.
특히, 최근 민주화 바람이 불고 있는 중동은 해외에 거점을 두고 있는 건설사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민주화 운동을 겪으면서 경제 성장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중동의 오일 머니가 건설이나 플랜트 투자로 연결, 중동발 건설바람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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