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졌음에도 국내 경제는 흔들리지 않았다. 김 위원장 사망 소식이 알려진 19일 코스피 지수가 3% 이상 급락했으나 이틀 만에 낙폭을 모두 회복했고 원화채권금리와 환율도 모두 리스크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국제신용평가사들도 북한 리스크가 당장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에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오히려 일부 투자자들은 북한 리스크를 저점매수의 기회로 이용해 주식활동계좌가 급증하는 등 ‘기현상’을 보였다.
올해 한국 국가신용도에 영향을 준 악재를 위험도 순위로 환산한 결과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이슈는 전체 16위에 그쳤다. 오히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재정위기로 인한 신용강등 압력이 더 컸다는 분석이다.
◆김정일 사망, 올해 韓 CDS프리미엄 급등사유 16위 그쳐
22일 국제금융센터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이후 한국의 신용부도스와프(CDS·Credit Default Swap) 프리미엄이 가장 치솟은 때는 미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실체화 됐던 지난 9월22일이었다. 한국 정부가 외국에서 발행하는 외화표시채권에 대한 부도보험료를 한국의 CDS 프리미엄이라고 하며 부도 위험이 높을수록 프리미엄도 높아진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장기국채를 사고 단기국채를 팔아 장기금리를 낮추는 이른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조치를 내놓은 것이 원인이었다. 대외경제 의존성이 높은 한국 신용도가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당시 한국의 CDS 프리미엄은 205bp로 전일 173bp보다 32bp나 치솟았다. 유로존 위기 당사국이었던 프랑스(202bp)보다도 높았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전날 밤 내놓은 일명 `오퍼레이션 트위스트'(장기국채를 사고 단기국채를 팔아 장기금리를 낮추는 정책) 조치의 충격이 한반도를 강타했다.
앞서 국제 신용평가사 S&P가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한 직후인 지난 8월8일에도 CDS 프리미엄은 전일 117bp에서 135bp로 18bp 급상승한 바 있다.
반면 김정일 위원장 사망 당시 한국의 신용위험도는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았다. 지난 19일 우리나라 CDS 프리미엄은 167bp로 전거래일인 16일 159bp보다 8bp 오르는 데 그쳤다. 상승률로 보면 올해 들어 16번째다.
과거에도 북한 리스크가 한국 신용위험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일에 그치는 사례가 많았다. 또 미국·유럽발 리스크는 장기간 지속적으로 작용하다 세계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하이투자증권 이낙원 연구원은 “잠재적인 북확실성이라는 측면에서 북한 이슈는 중장기적 악재일 수 있지만 좁게는 우리나라, 넓게 보면 동아시아에 국한되는 지정학적 리스크인데 비해 유럽 재정위기는 글로벌 실물경기에 실체적 위협을 줄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유럽 재정위기 해결이 더뎌질수록 기업과 개별국가의 펀더멘탈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 리스크보다 더 심각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며 “현재로서는 북한 정권의 붕괴보다는 유로존의 붕괴를 먼저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일 쇼크’에 주식시장은 활황
오히려 ‘김정일 쇼크’로 주가 폭락을 예상하고 새로 시장에 뛰어든 투자자들이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김 위원장이 숨졌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주식거래활동계좌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단숨에 1900만개를 돌파했다. 하루 동안에만 11만개의 계좌가 늘어난 셈이다.
22일 한국금융투자협회(회장 황건호)에 따르면 지난 19일 주식거래활동계좌 수는 1904만1110개로 하루에만 11만1155개의 계좌가 늘었다. 하루 증가 규모로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금투협에 따르면 이는 김 위원장 사망 소식에 코스피 지수가 폭락할 것을 예상한 투자자들이 대거 주식시장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우량주를 저가매수해 차익실현에 나서겠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이다. 8월 폭락장 이후 주식 비중을 줄였던 투자자들도 일부 거래를 재개한 것으로 분석됐다.
금투협 관계자는 “과거 다른 대북 변수 때는 이런 현상은 찾아볼 수 없었다”며 “연평도 사건이 터진 다음 날인 지난해 10월24일에는 계좌 수가 8600여개 늘었고, 천안함 사건이 터진 이후 첫 거래일인 작년 3월29일에도 1만6000개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0일 코스피 지수가 반등하자 주식거래활동계좌 증가추세는 급격히 꺾여 전날보다 2882개 증가하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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