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당대표 사퇴 운운하는 발언에 모욕감을 느낀다"라던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8일 드디어 쇄신 문제에 대한 답을 내놨다. 8일 기자회견을 자청한 홍 대표는 당의 혁명적 개혁 논의에 불을 지폈다. 일명 투트랙 아이디어, 당 시스템 개혁과 당 정책 개혁을 따로 갖고 가자는 주장으로, 홍 대표는 자신에 대한 반발을 처리하는 동시에 당에 쏟아지고 있는 따가운 여론의 화살을 모두 해결하려는 데 시동을 걸었다. 8일 발언을 종합하면, 친이와 친박, 수도권과 영남 그리고 쇄신파와 대안부재론 등 여러 가지로 얽히고 설켜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 당에 대해 나만한 지휘관감이 드물다는 점을 인지시키려는 반발이자 노력으로 읽힌다. 2차 대전을 승전으로 이끌었음에도 종전 직후 수상에서 물러나게 된 처칠이 "이런 배은망덕한 국가 같으니라고!"라고 일갈했다는 일화도 겹쳐 보인다.
다만 여기에 대표 취임 이후 행보 더 나아가 저격수에서 정책통으로 변신을 꾀하던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시절 움직임 등을 모두 합쳐 보면 '온건보수, 성장-분배 균형론의 정당로의 대전환'이라는 큰 그림을 이번 기회에 내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 민본 21 등 반발에 '콘텐츠 없는 갈등 도움 안 돼' 쐐기
이번 발언으로 우선 '당이 바뀌어야 한다'는 점과 '홍준표가 싫다'는 점을 함께 얹어서 생각하고 있는 경우에는 상당히 답이 궁색해질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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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당 홍준표 대표의 8일 회견 내용은, 여당 개혁의 투트택 추진을 통한 근원적 당 재구성을 제안하고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 ||
여기에 정부는 급하게 강남 부동산 규제의 빗장마저 치워 버림으로써, 정부는 부자들을 위한 정책에서 좀처럼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이는 고스란히 여당에 정치적 부담으로 얹히고 있다. 아울러 여당을 정책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오해마저 발생시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당의 틀을 고치는 작업만으로는 문제의 해결이 난망하고, 정책적 혁명이 있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부각된다. 이른바 콘텐츠론이다.
민본 21 등 홍 대표 체제 붕괴를 주문, 추동해 온 쪽 중 상당수는 온건 보수 정당으로의 개혁 필요성을 강조해 온 경향이 있다. 복지 정당, 민생 정당으로 답을 찾자는 것이다.
하지만 그 본질적인 동력 공급은 아직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못해왔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개혁 대상으로 같이 지목돼 온 홍 대표가 추진력 있는 개혁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나서면서 상황을 정리하게 된 셈이다.
홍 대표의 이번 8일 선언은 이미 라디오 정당대표 연설에서 나온 '바람직한 세제' 등과도 바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 밀고당기기식 개혁으로 정권 뺏긴 '마가렛 대처 말년 타산지석'
실제로 현재 소득 불균형과 이에 대한 해법 마련에 대한 요구 압력은 이미 임계점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일례로, 참여정부가 출범한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소득 양극화보다는 소득 불평등도가 상대적으로 심화됐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지난 11월17일 한국경제연구원 설윤 연구위원은 '최근 양극화 추이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기간 소득 양극화지수를 측정한 결과 0.89% 증가한 데 비해, 소득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2.78%의 증가율을 기록했고 아울러 이를 근로자 가구와 자영업자 가구 등 두 그룹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자영업자가구의 소득 양극화와 불평등도가 상대적으로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설 연구위원은 "정책적인 목표가 소득 양극화 해소가 아닌 소득 불평등 해소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런 상황에서 홍 대표의 주장은 현재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병폐를 푸는 해법인 복지 증대, 이로 인해 필요한 재정 해결 문제 덧붙여 분배 불균형 문제 등 세 가지 문제를, 부자 증세를 통한 복지 수요 마련으로 해결하자는 것으로 국내외적 접근법 중에서는 가장 앞서나가는 논의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이념과 실제 콘텐츠 개발에 따라 당 개혁 등 모든 정치적 문제를 풀어야지, 단지 힘겨루기나 정치공학으로 문제를 해결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부각하면서 반대파보다 우위를 점하는 것은 영국 대처 수상 말년의 보수당 실패 과정을 타산지석으로 삼은 것으로 풀이돼 더욱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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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처 전 영국 수상은 '영국병'을 몰아내는 등 정치력을 발휘했으나 말년에는 '검은 수요일' 환율 방어 실패 등을 잉태한 정치적 실수를 했다는 비판도 듣는다. | ||
하지만 확실히 내용과 저력이 없는 상황에서 단지 정치적 거래에 의해 채택된 이 정책은 이후 국제투기전문가인 소로스에 의해 약점이 간파되고, 1992년 9월 '검은 수요일'이라는 파운드화 환율 방어 실패를 잉태했다. 외환보유고를 동원한 영국 중앙은행의 개입과 함께 하루에만 두 번 이자율을 인상한 비상조처에도 불구하고 환율방어에 실패하자 보수당 정부는 환율조정체제 탈퇴를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소로스는 약 10억달러를 벌었다고 추산된다. 이 같은 정책적 실패가 여러 번 누적되면서 결국 보수당은 노동당에 정권을 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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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칠의 2차 대전 종전 직후 실각과 이후 재부각 상황은 여론 풍향을 정확히 파악할 필요성과 정치적 역량 즉 콘텐츠의 저력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는 문제의 정치인의 두 가지 덕목을 보여주는 사례다. 홍준표 식 당개혁이 이러한 성공 사례를 배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 ||
하지만 일시적 피로 현상으로 인한 인기 하락은 정치적 역량으로 극복이 가능하며, 이후 처칠의 보수당은 재집권으로 반격하게 된다.
홍 대표 역시 이번에 개혁을 주문받는 상황에서 당 전반의 수술 구상을 밝히면서 여론을 추종하는 포퓰리스트 논란에서 벗어나 여론 풍향계로 확실히 자리를 굳힐지 주목된다.
여론을 쉽게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이 같은 혁명적 개혁 드라이브가 성공하게 되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디도스 공격 파동'으로 당이 간판을 내려야 될지도 모를 절체절명의 상황에 내몰린 상황에서 일말의 희망을 살릴 수 있을 것이고 이렇게 되면 과거 '차떼기 선거자금 수수' 문제 등에서 구원투수 역할을 소화해 온 박 전 대표 못지 않은 강한 위상을 굳히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
말년에 정치적 압력에 굴복해 악수를 둔 대처 전 수상과 유사한 국면에 선 홍 대표의 이번 구상은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대처와 같은 위기 국면에서, 홍 대표는 대처의 악수 궤적을 답습하는 대신 일시적으로 위기에 몰렸으나 정치적으로 부활한 처칠의 길로 시선을 주고 있으며, 그 방안이 이번 투트랙 구상이라는 점은 일의 성패 여부를 떠나 흥미를 자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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